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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 인하 정책 엇박자…산업·시장은 뒷전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통신요금은 내리고 단말기 보조금은 올리고, 알뜰폰은 활성화 시키고 제4이동통신사도 출현시키고,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도입하겠다고 하고. 지금 정부의 통신정책 철학이 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현 정부의 통신정책이 방향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용자 혜택 극대화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이율배반적인 정책들이 나오고 산업 발전을 위한 장기적 큰 그림도 사라지게 됐다는 평가다.

최근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이 발표한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은 파괴력 면에서 역대 최고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각각의 요금인하 방안을 살펴보면 정책간 연계성은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표적인 것이 선택약정할인율 확대, 보편요금제, 저소득층 요금감면 등 직접적인 요금할인 정책을 펼치면서 동시에 알뜰폰 활성화와 제4이동통신을 출범시키겠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새로운 사업자는 기존 사업자에 비해 요금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기존 사업자의 요금이 내려가면 후발 사업자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알뜰폰 역시 마찬가지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2만원대 요금제를 주력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2만원대 보편요금제를 만들면 알뜰폰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1만원 가량의 요금부담은 낮출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이동통신 시장에서의 경쟁을 위축시킬 수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요금은 내리고 보조금은 더 주라고 하며, 투자나 알뜰폰 지원은 더 적극적으로 하라고 하는데 가능한지 모르겠다”며 “오로지 통신비 인하에만 집중하다보니 정책들이 앞뒤가 맞지 않게됐다”고 지적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통신사들은 휴대폰 유통에서 영향력이 약화된다. 통신요금 인하 압박에 직면한 이통사가 지원금을 주지 않으면 단말기 판매는 줄 수 밖에 없다. 결국 삼성전자 등 단말기 제조사들이 판매를 늘리기 위해 출고가격을 내리거나 지원금을 늘릴 수 밖에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말기를 싸게 사고 통신사로부터는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혜택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완전자급제 도입으로 이동통신 시장은 큰 변화에 직면하게 된다. 그동안 이통시장의 빠른 발전을 견인했던 네트워크 고도화와 최신 단말기 판매의 고리가 끊어질 수 있다.

단말기는 제조사가 만들지만 통신사들도 자신들의 차별화된 네트워크에 최적화 된 단말기를 확보하기 위해 개발단계부터 제조사와 긴밀히 협업해왔다. 고가의 최신 단말기에 지원금을 지급해 판매 장벽을 낮추고 네트워크는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업그레이드 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네트워크 강국의 지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도입에 앞서 산업과 시장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분석이 필요한데 자급제 도입 역시 요금인하 효과 극대화를 위해 추진되는 모습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자급제가 정착돼있는 유럽을 보면 네트워크 경쟁력이 많이 떨어진다”며 “자급제에 대한 장단점이 있는데 소비자 혜택과 산업의 발전에 대해 진지한 고민 없이 무조건 소비자 혜택 강화로만 흘러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정부는 요금을 낮추는 것에만 관심이 있고 중장기적으로 통신시장, 산업을 어떻게 끌고 갈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인다”며 “정부는 사업자들이 충분히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는데 정책의 목표가 사업자의 고통감내인 것인지 어떤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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