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한국의 무제한인터넷주소(IPv6) 도입률은 글로벌 수준에 비해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카마이의 인터넷현황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IPv6 도입률은 2%에 그쳐, 39위에 머물고 있다.
IP 주소는 컴퓨터 통신에 있어 상호 약속된 통신규약이다. 네트워크 상호 간 또는 단말 간 통신하기 위해 반드시 IP 주소가 필요하다. IP주소는 IPv4와 IPv6가 있다. 현재는 1981년에 개발된 32비트 주소길이의 IPv4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국내 IPv4 주소 보유량은 전세계 6위 수준이다.
문제는 IPv4 주소가 고갈됐다는 점이다. 전세계 인터넷주소자원 총괄 관리 기관인 ICANN은 이미 2011년에 IPv4 주소 고갈을 선언하고 신규할당을 중지했다. 상황은 이렇지만 국내 IPv6 도입은 지지부진하다.
심동욱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인터넷기반조성팀 팀장은 “유럽 사업자들의 경우, IPv6를 위해 2~3년간 준비를 해 적용했다고 말한다”며 “서비스 연속성 등을 확보하기 위해 일정 기간이 필요한 작업이며, 당장 하고 싶다고 되는 체계가 아니기 때문에 장기 플랜을 잡고 준비를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KISA는 미래인터넷 환경에 대비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지금부터라도 IPv6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초연결성 기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규 IP 주소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IPv6를 갖춰야만 대량의 IP 주소 수요를 충족할 수 있고 네트워크 구존 단순화를 통해 향후 확장에 용이다.
국내에서 IPv6 도입·확산이 더딘 이유는 국내 네트워크 시장의 특수성에서 비롯된다.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는 국내 IPv4 주소의 약 68%를 보유하고 있다. 유선가입자의 경우, 전체 가입자의 84.4%를 차지한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IPv4 주소 보유량이 여유 있어, IPv6 도입에 미온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미 주요 국가에서는 이통사 및 글로벌 기업 주도로 IPv6가 확산되고 있다. IPv6 이용률이 높은 벨기에, 그리스, 스위스, 독일, 미국 등의 경우 이통사 IPv6 도입률은 평균 48.5%에 달한다. 전체 시장 평균은 24.28%다.
또한, 해외 주요 100대 웹사이트 중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링크드인, 유튜브, 넷플릭스 등 16개 사이트는 이미 IPv6를 도입 완료하고 서비스에 돌입했다. 애플은 iOS 플랫폼인 앱스토어에 신규·업데이트 앱 등록 때 IPv6 호환성 지원을 의무화하고 있다.
심지어 북한조차 IPv6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북한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비영리 인터넷주소관리기구인 에이피닉(APNIC)에 IPv6에 대한 문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IPv6 교육을 요청했다는 보고도 있다.
국내 망사업자들도 IPv6 네트워크 준비율을 95% 이상 확보했다. 백본망 및 가입자망의 IPv6를 지원할 수 있는 장비를 어느정도 갖췄다. 하지만 물리적 네트워크 연결만 준비됐을 뿐 상호연동의 부재로 실제 IPv6 트래픽 소통은 불가능하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모바일 웹사이트 IPv6 시범운영 기간에 성능을 측정한 결과, IPv6망 접속시간은 IPv4망 대비 최대 약 20.7배 이상 지연됐다.
이에 KISA는 IPv6 상호연동을 추진해 IPv4 수준의 통신을 가능토록 중점 추진 과제를 선정했다. 모바일에서 우선적으로 IPv6를 연동한 후 유선 구간 회선으로 확장할 방침이다.
심 팀장은 “사물인터넷(IoT) 등을 구현하려면 IPv6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ISP들은 주소 할당에 있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3사를 제외한 중소 ISP사들은 약 30%를 자원을 나눠 써야 하는 상황이라 대형 ISP를 제외한 곳들은 대부분 주소 부족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KISA는 IPv6 확산을 위해 모바일 서비스 대상 IPv6 도입을 집중 지원키로 했다. 국내 모바일 서비스의 IPv6 도입 개발 비용을 지원해 서비스 사례를 도출하고 이용률을 증진시키겠다는 목표다.
이번 모바일 서비스 제공 CP 대상 IPv6 도입 지원 사업은 총 10억원 규모에 달한다. IPv6 지원 모바일 앱 또는 웹서비스 개발, IPv6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인프라를 통한 서비스 운영 등을 지원한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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