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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소스 저작권 위반혐의 한컴, 美 법정행... "문제 간단치 않다" 우려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한글과컴퓨터(www.hancom.com 대표 김상철·이원필, 이하 한컴)가 오픈소스 라이선스 위반으로 국제소송에 휘말려 미국 법정에 서게 될 위기에 빠졌다.

미국 온라인매체 쿼츠는 지난 11일(현지시간) 고스트스크립트(Ghostscript)를 개발한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아티펙스(Artifex Software)가 미국 캘리포니아 주 연방지방법원에 한컴을 대상으로 계약 위반 및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관련, 국내 법조계 일각에선 “사실상 한컴이 불리한 위치”라며 조심스러운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오픈소스 저작권 침해 관련 법적소송들을 살펴봤을 때, 일반공중사용허가서(General Public License, GPL)에 대한 법적효력이 인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국내보다 강력한 저작권 보호를 취하고 있다는 점도 주시해야 할 측면이다.

◆한컴이 국제분쟁에 휘말린 연유 = 아티펙스측은 한컴이 지난 2013년 고스트스크립트를 적용한 이후 단 한 번도 라이선스 비용을 지급한 적이 없으며, GPL 라이선스에 따라 소스코드를 공개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컴은 지난 2013년부터 아티펙스의 고스트스크립트를 한컴오피스에 내장했다. 오픈소스 기반인 고스트스크립트는 한컴오피스 문서를 PDF 파일로 변환하는 역할을 한다.

한컴이 고스트스크립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택해 준수해야 한다. 고스트스크립트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라이선스인 GPL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적용한 사용자 소프트웨어 소스코드를 공개하고 이용 사실을 고지하는 방법이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한컴은 개발사인 아티펙스에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아티펙스는 듀얼 라이선스를 적용하기 때문에 상용 라이선스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경우에는 대가를 지불하면 결과물에 대한 소스코드를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한컴측은 아티펙스와 이행정도 관련 이견이 있을 뿐, GPL과 관련한 의무사항을 충실히 수행했다며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과 입장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현재 한컴은 아티펙스 요청에 따라 지난해 8월부터 제품에 고스트스크립트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한컴 측은 “미국연방법원의 결정은 한컴이 1심 소송 중간에 제기한 계약위반청구기각신청을 기각한 결정으로 한컴이 GPL을 위반했다는 1심의 결론이 아니며, GPL 라이선스 위반이 계약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는 일반적 법리를 인정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컴이 계약위반을 했는지 여부와 미국법원에 이 건의 재판관할권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소송을 진행 중”이라며 “소송 진행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과거 분쟁 사례 살펴보니…한컴, 합의단계 밟을까? = 국내에서도 오픈소스 저작권 관련 법적 소송이 진행된 바 있다. 당시 국내 법원에서는 GPL에 대한 법적효력을 사실상 인정했었다.

지난 2005년 인터넷회선서비스 기업인 엘림넷은 경쟁사였던 하이온넷을 고발했다. 엘림넷은 GPL 라이선스를 따르는 Vtund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 Etund를 개발했다. 그런데 하이온넷으로 이직한 직원이 이 소프트웨어 소스를 하이온넷에 공개한 것이다.

당시 하이온넷은 엘림넷 소프트웨어가 오픈소스 기반이라 문제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하지만 GPL 라이언스에 따른 소프트웨어를 통해 새로운 제품을 개발·배포하면 소스코드를 공개하고 이러한 사실을 알려야 한다. 이 소송은 한국법원에 GPL이 처음으로 등장한 사건으로 기록돼 있다. 형사 2심과 3심에서는 GPL을 부정하지 않았고 양사는 결국 합의절차를 밟았다.

오픈소스가 공개된 형태라 누구나 책임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이 불러일으킨 결과다. 해외에서도 관련 소송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 2007년 독일 법원은 글로벌 인터넷전화 업체 스카이프에 대해 GPL 위반 결정을 내린 바 있으며, 포티넷도 오픈소스 저작권 위반으로 잠정적 금지 명령을 받은 바 있다.

지난 2015년에는 독일 리눅스 개발자가 VM웨어를 오픈소스 라이선스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VM웨어 제품에 리눅스 코드가 무단으로 도용됐는데, GPL 버전 2 라이선스를 따르지 않고 소스코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지난해 8월 함부르크 지방법원은 VM웨어의 손을 들었으나 이 개발자는 판결에 이의를 제기하며 항소를 밝힌 상태다.

이처럼 GPL을 둘러싼 국제소송은 여러차례 일어나고 있다. 이번 한컴과 아티펙스 간 법적 공방은 개발자와 기업 대 기업의 충돌로, 특히 미국 기업이 미국 법정에서 한국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냈기 때문에 한컴의 승소를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심스럽지만 법조계에서는 현재로선 한컴의 리스크가 더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한컴이 GPL을 따라야 한다는 판결이 나올 경우 자사 제품에 대한 소스코드를 공개해야 하는데, 이는 기업의 자산을 보여주는 것이며 취약점까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고객들의 피해가 발생할 소지도 우려된다. 이에 엘림넷 사례처럼 합의 단계를 밟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는 “미국의 경우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저작권 이슈에 민감하고 강력한 제재를 내린다”며 “한컴은 소스코드 공개를 꺼려할 테니 어떻게든 소송에 진입하기 전 합의를 보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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