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신현석기자] 대한민국의 제19대 대통령을 뽑는 국민투표의 날이 마침내 밝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9일 오전 6전 시부터 오후8시까지 전국 1만3964개 투표소에서 거주자 투표(본투표)가 진행된다고 밝혔다.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들은 공식 선거기간 만료 시한인 8일 자정까지 유세를 마쳤으며, 이제는 국민의 엄중한 선택만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3월9일, 헌정 사상 초유의 헌법재판소에 의한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이 내려진 이후, 헌법에 따라 60일만에 치러지는 이번 대선은 '장미 대선'으로 불리면서 선거기간 동안 숱한 화제를 낳았다.
특히 선거 기간동안 '한반도의 4월 위기설'이 정면으로 관통했지만 다행히 위기설은 수그러 들었고, 이렇다할 큰 불상사없이 선거가 치러지게 됐다. 선거기간이 짧아 정책 프레임 대결이 만들어지지 못하고 네거티브 공방으로 흐른 것은 큰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이번 장미 대선에 응축된 새시대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은 지난 4일과 5일, 이틀간 진행된 사전투표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19대 대선에 참여하는 총 유권자 4247만9710명 중 1107만2310명이 참여해 26.06%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고치로, 지난 해 4월 총선에 비해서도 2배가 넘는 수치다. 또한 앞서 진행된 재외국민 투표에서도 22만1981명이 참여해 이 역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피, 사상 최고치 기록, 외인 매수세 "불확실성 걷혔다" = 대선 투표 D-1. 시장에서도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넘쳐났다. 코스피(KOSPI)는 전일대비 51.29포인트가 오른 2292.76(2.30%)으로 마감돼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날 외국인은 540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해,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삼성전자는 전일대비 3.3% 상승한 235만1000원을 기록해 역사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주목받는 분야는 IoT(사물인터넷), 자율주행, 전기차, 반도체, 생명과학 등이 손꼽힌다. 네이버는 전일대비 82만3,000원에서 22,000원 상승(+2.67%)한 84만5000원 기록했다. 네이버는 향후 5년간 미래 신산업에 약 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지난해 10월이후 약 8개월간 시장을 무겁게 짓눌렀던 불확실성이 대선을 통해 마침내 해소된다는 기대감, 또 프랑스 대선에서 마크롱 후보가 극우 성향의 르펜을 여유있게 따돌리고 새 대통령으로 선출된데 따른 글로벌 불확실성의 해소, 국제 유가의 상승 등 호재가 겹쳤다.
코스피 시장에서 이날 외국인들은 전기, 전자 등 우리 나라의 주력 업종과 내수주 중심으로 매수에 나섰다. 증권가에선 "한국의 대표 기업들의 주식이 저평가 됐다고 판단하고 있고, 향후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선 주자들 4차 산업혁명에 방점, "과감한 규제 철폐" 약속 =이와 함께 대선 운동 기간 중 주요 후보들은 대한민국의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각각의 해법을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특히 후보들이 앞다퉈 강조한 '제4차 산업혁명'과 그 해법을 담은 ICT 공약에도 어느때보다 힘이 실렸다.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시대에 맞는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욕구도 커졌다. 또한 이제는 젊은이의 희생을 강요하는 '열정 페이'가 아닌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야 성장의 선순환을 창출할 수 있다는 목소리에도 많은 유권자들이 귀를 기울였다.
더불어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대통령 직속의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설립하고, 정부가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면서 4차 산업혁명 신기술로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정책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인공지능, 빅데이터, 전기차, 3D프린팅, 산업로봇, 신재생에너지 등 4차 산업 혁명 핵심 기술 분야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공약했다.
문 후보는 IT산업 규제 철폐와 관련, 최소 규제와 자율 규제를 원칙으로 규제역차별 제거, 네거티브 규제를 강조했다. 공공기관 소프트웨어(SW) 구매 관행을 개선하고, 일감 몰아주기 및 기술탈취 등 편법이나 대기업 횡포 엄단. 소프트웨어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 폐지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미래창조과학부를 정보과학기술부로 바꾸고 대통령 직속의 미래전략위원회를 설치. 4차 산업 육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홍 후보 역시, 규제해소와 관련해서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경제 활성화에 발목을 잡는 규제를 적극적으로 해소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규제프리존 특별법 시행. 내각 총리실에 ‘민관규제개혁위운회’를 두고 국회와 정부부처 간 상시 협조체제 구축을 약속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정부보다 민간 주도에 방점을 둔 제4차 산업혁명의 기조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융합기술 중심의 신산업·혁신형 투자 등을 통해 4차 산업혁명 플랫폼을 선도하고, 인공지능·빅데이터,사물인터넷 등 신성장산업에 대한 육성정책 제시, 제조 로봇 플랫폼 개발 및 스마트 팩토리 보급과 확산을 제시했다.
안 후보도 네거티브 규제를 중심으로 한 과감한 규제 혁신 공약을 제시했다. 규제 없는 스타트업 특구 ‘창업드림랜드’ 조성, 창업 지원체계 콘트롤타워인 창업중소기업부와 민관협의체를 구성 등을 약속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융합혁신 콘트롤타워‘ 설립해 기술 개발 역량을 집중시키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 후보는 특히 산업 정책의 중심을 대기업에서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으로 옮기겠다고 주장해 주목을 받았다.
유 후보는 네거티브 방식으로의 적극적인 규제 전환 정책을 제시하면서 ‘벤처창업 규제동결조치‘ 제도 도입(기술 벤처기업 창업 후 3~5년 동안 관련 규제 및 법적 의무 한시적 면제) 등 차별화된 정책으로 눈길을 끌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응으로 대통령직속 ‘지능정보사회자문위원회’ 신설하겠다고 공약했다.
심 후보는 규제 혁신과 관련, ‘사람 중심의 과학기술 정책 혁신’을 내세우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인터넷 게시물 심의 완화 공약. 액티브X 철폐,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관한 집단소송제 도입,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대폭 강화, 디지털 성범죄 관련 처벌 강화 등 디지털 시대에서의 인권을 강화할 수 있는 공약에 무게를 실었다는 평가다.
◆만만치 않은 국내외 현안 산적... 대선 이후 '협치'의 묘수 절실 =한편 대선은 갈등의 종결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갈등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새 대통령은 그 책임이 막중하다. 대통령 당선자는 선관위의 당선 확정 선언과 동시에 19대 대통령 임무에 즉시 착수하게 된다. 정치권은 9일 호우 8시 기준으로 투표가 종료되면 다음날(10일) 오전 2~3시쯤 당선자가 확정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무엇보다 새 정권은 인수위 과정이 생략됐기 때문에 각종 사회적 갈등과 현안을 조율할 수 있는 완충기간을 갖지 못하는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또한 정부 조각, 올해 하반기 국정 방향을 조기에 제시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 과정에서 원만한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현재 과반수를 차지하는 정당이 없기때문에 '협치'에 실패할 경우, 각종 개혁 법안들은 장기 표류할 수 밖에 없다.
이외에도 대신이후 곧바로 현실화될 한-미 FTA 재협상, '사드' 배치 문제 등 경제및 사회, 외교 안보분야에 막대한 후폭풍을 미치는 사안들이 즐비하기때문에 정권을 잡은 어떤 정파라도 대선 이후의 정국에 안주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