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최근 미국무역대표부가 발간한 ‘무역장벽보고서’의 한국 관련 부분에 ‘클라우드 서비스’가 언급돼 있어 주목된다. 14쪽으로 구성된 한국편에는 국내 클라우드 시장 현황에 대해 비교적 자세하게 명시돼 있다.
구체적인 기업명은 언급되지 않았으나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국 업체들이 한국 정부가 발표한 클라우드 보안인증 등 정보보호 기준 고시 때문에 서비스 확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15년 9월 ‘클라우드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클라우드 발전법)’이 시행했다. 세계 유일한 법이었다. 이후 공공기관의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을 위해 법에 명시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정보보호에 관한 기준 고시’ 요건 충족 여부를 평가하는 ‘클라우드컴퓨팅 보안인증’을 발표했다.
어쩌면 국가 기밀이 담겨있을지도 모르는 공공 데이터를 외부 클라우드 서비스에 맡길 때, 최소안의 보안인증을 받은 기업의 서비스를 선택해야 한다는 취지로 진행된 것이다.
데이터센터에서 사용되는 보안장비 등은 반드시 CC인증을 받아야 하고, 국내에 네트워크가 분리된 별도의 물리적인 전용 공간을 보장하는 내용이 포함돼 현재까지 외국계 업체가 받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인증을 받은 곳은 현재 KT와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 두 곳 뿐이다.
미국무역대표부는 클라우드 인증과 같은 기준이 공공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까지도 영향을 끼치게 되고, 결국 이것이 자국 업체의 비즈니스 기회를 제한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클라우드 보안 인증을 비롯한 공공 분야 클라우드 도입 가이드라인 때문에 국내 기업들의 불평이 있었으나, 미국 공식 문서를 통해 이같은 지적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4차산업혁명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면서 클라우드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다양한 디바이스 및 장비에서 생성된 데이터가 모이고 분석되는 곳이 바로 클라우드 환경이기 때문이다.
‘21세기 원유’라고 불리는 데이터는 기업은 물론 정부, 개인의 일상까지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데이터가 어디에서 저장되고 분석돼 사용되는지는 앞으로도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에서 데이터를 누가 소유했는지에 관한 ‘데이터 주도권’에 대한 논쟁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실제 유럽국가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를 강하게 드라이브하고 있는 만큼 데이터 주도권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편이다. AWS나 구글 등의 업체가 프랑스나 독일 등 유럽 국가를 위한 별도의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건립을 계속해서 발표하는 것도 이와 관계가 깊다.
중국은 더 심하다. 오는 6월부터 시행되는 중국의 사이버 보안법에는 중국인의 개인정보를 수집, 처리하는 기업은 중국 현지에 해당 서버를 둬야한다. 해외 기업들로서는 부담이 더 커지는 상황이다. 향후 이같은 각 국가별 데이터 자국 보호주의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정부도 당장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다양한 국가 간 거래에서 중심을 지키는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 과거 국가 간 거래가 눈에 보이는 ‘물품’이었다면, 앞으로는 ‘데이터’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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