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이러다가 신기술 나올 때마다 법 만들어지겠네요.”
지난 2015년 9월 28일부터 시행된 '클라우드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즉 ‘클라우드 발전법’과 관련해 개최된 국회 공청회에서 나왔던 얘기다. 당시 ‘클라우드 컴퓨팅’을 갖고 법까지 만든 것은 전세계 국가 가운데 거의 유일했던 만큼, 이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었다.
그때의 예언이 적중한 것일까.
클라우드 발전법 시행 1년 만인 2016년, 이번에는 ‘빅데이터 이용 및 산업진흥에 관한 법안’이 등장했다. 배덕광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정부가 빅데이터 산업 진흥을 위해 비식별화된 공개 정보 및 이용내역 정보를 이용자 동의 없이 활용하는 게 골자다.
‘빅데이터’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마찬가지로 국내 소프트웨어(SW) 산업 진흥의 필수요소다. 특히 모든 것이 지능화되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데이터’의 중요성은 더욱 높게 평가받고 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인공지능(AI)이나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자동차 등은 빅데이터 없이는 무용지물이다. 하지만 과연 법 제정이 능사일지는 의문이다.
과거 ‘클라우드 발전법’ 제정 당시에도 꼭 법을 만들어야 관련 산업이 활성화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많았다. 시행된지 1년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관련 법안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실제 기대했던 만큼의 산업 진흥은 되지 못했다는 평가다.
클라우드 발전법과 빅데이터 관련 법은 취지와 내용은 다르지만, 현재까지 진행된 방식을 살펴보면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바로 기존 법과의 충돌이다. 클라우드 발전법과 마찬가지로 빅데이터 관련 법안은 기존의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보호법 등과 맞닿아있다. 클라우드나 빅데이터와 같은 신기술은 기존의 IT환경, 즉 전통적인 ‘레거시’ 시스템 체제에서 만들어졌던 법안과의 괴리가 너무 크다. 당연히 법 개정 없이는 산업 발전에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법 개정보다는 차라리 새로운 법안을 만드는 편이 더 빠르다는 의견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법 제정이 전부는 아니다. 기존 법에서 풀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풀고, 가능한 시장 논리에 맡기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비법(非法)이 불법(不法)이라는 인식이 정부기관에 팽배하다. 법으로 정해지지 않은 모든 것은 불법적인 일이라는 식이다. 당연히 정부 부처 관련 공무원들은 '법적 근거없음'을 들어 꼼짝도 하지않는다. 혹시 나중에 잘못되면 모두 자신이 뒤짚어쓸 수 있다고 걱정하기 때문이다. 물론 일이 잘못되면 힘없는 공무원들 몇몇을 징계내리는 것으로 일을 덮는일들이 비일비재하니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을 탓할일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4차 산업혁명 시대 초입에 전개되고 있는 상황은 보기에 매우 답답하고 우려스럽다.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전환이 혁명적인 속도로 가속화되고 있다. 모든 기술과 서비스가 기존 법 아래서 완벽하게 맞물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이제 정책의 관점을 바꿔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 앞으로 디지털 혁신과 관련한 법들은 네거티브(Negative) 방식으로 전환하는 과감함이 필요해 보인다. 즉, 꼭 지켜야할 핵심 가치를 제외하곤 자율적으로 시장의 기능에 의해 '사실상의 규범'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더 바람직하다. 모든 것을 법으로 해결하려는 인식보다는 차라리 법을 없애 풀어나가는 해법을 모색할 때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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