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소셜커머스업체 위메프(www.wemakeprice.com 대표 박은상)가 ‘통신판매중개업자’로서 법적 고지 의무를 이행할 예정이라고 27일 밝혔다.
현재 위메프는 ‘통신판매업자’로 등록돼 있는데, 왜 오픈마켓과 같은 ‘통신판매중개업자’의 법적 고지 의무를 이행한다고 나섰을까. 사실상 사업자 전향으로 볼 만한 일이다. 이와 관련해선 일단 두 사업자 간 차이를 알아야 한다.
통신판매업자와 통신판매중개업자 차이는 쉽게 말해 재화 등을 판매할 때 ‘직접 개입을 하느냐 중개만 하느냐’로 구분 지을 수 있다.
통신판매업자의 경우 판매에 직접 개입하는 것으로 간주돼 소비자 분쟁 시 일정 부문 책임을 질 수 있다. 반면 오픈마켓 등의 통신판매중개업자는 개별 입점업체들이 판매를 주도하기 때문에 이러한 책임에서 자유롭다.
그런데 통신판매업자와 통신판매중개업자 간 경계가 불분명하다면 어떻게 될까. 실제로 오픈마켓 사업자가 직매입 사업모델을 보이기도 하고 소셜커머스도 지난 몇 년 간 덩치가 커지면서 상당수 상품들을 중개판매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소셜커머스=통신판매업자’ 규제 프레임으로 작용=위메프와 같은 소셜커머스는 지난 2011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역 소상공인들의 할인 쿠폰 청약 철회 등과 관련, 통신판매업자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판매에 직접 개입했으니 소셜커머스가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다.
그때 공정위의 판단이 ‘소셜커머스=통신판매업자’라는 규제 프레임으로 작용했다. 이후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들도 덩치가 커지면서 직매입 부문을 제외하면 오픈마켓과 같은 통신판매중개 사업을 벌이게 되지만 여전히 통신판매업자로 규정돼 소비자 보호를 앞세운 규제가 추진되는 중이다.
최근엔 식품위생법의 관리를 받는 사업자 범위에 오픈마켓 등 통신판매중개업자는 제외되고 소셜커머스로 대표되는 통신판매업자들만 포함된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앞서 언급했듯이 두 사업자 간 판매모델이 혼재돼 있는데, 판매업자에만 과도한 규정이 신설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럴 경우 영세 입점업체들이 규제를 덜 받는 오픈마켓 등의 중개플랫폼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위메프 측은 “이미 전자상거래 시장은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검색사업자, 모바일메신저 등 플랫폼 간의 경계가 사라졌으며 글로벌기업, 대기업들 및 검색사업자 등 다양한 형태의 사업자까지 가세해 무한 경쟁 중에 있다”며 “이러한 현실에서 규제의 불균형이 위메프와 같은 작은 플랫폼에만 집중되는 것은 공정한 경쟁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위메프가 통신판매업자의 법적 고지 의무를 이행한다는 것은 사실상 사업자 전향을 선언한 것이다. 여기엔 규제 프레임을 벗어나 공정한 경쟁을 벌이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이 같은 판단엔 법원 판결도 뒷받침됐다.
◆위메프 “법원서 통신판매중개업자 의무 이행 판결”=지난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위메프를 통해 판매된 꽃게로 인해 발생한 복통 등 소비자 피해에 대해 실제 판매자와 연대해 치료비, 위자료 등의 명목으로 229만원을 배상할 것을 판결했다.
‘통신판매중개업자로서 전자상거래법 상 고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게 판결 이유다. 꽃게 판매 건과 관련해선 법원이 위메프를 통신판매중개업자로 본 것이다. 위메프에 따르면 신선생, 원더배송 등 직매입을 제외한 나머지 180만여개 판매 상품들은 오픈마켓의 판매중개 사업과 같은 형식을 따르고 있다.
위메프 입장에서 보면 ‘소비자에 대해 법적 책임이 없다’고 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유통 사업자로서 소비자 책임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기 위한 내부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면서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내부적인 시스템 변경 등을 거쳐 전자상거래법 상 통신판매중개업자로서 그에 합당한 면책 고지를 게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위메프는 “타 오픈마켓과 달리 직매입 부문에 대한 소비자 보호에는 더욱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계 처리도 통신판매중개업자 방식 따라”=현재 위메프에선 180만여개 상품이 직접 검사, 배송 등을 거치지 않고 입점업체 주도의 판매가 이뤄진다. 위메프를 사실상 통신판매중개사업자로 볼 수 있는 것이다. 통신판매업자와 통신판매중개업자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 지침’에 따르면 매출의 회계처리(매출 집계를 판매액 전체 또는 중개수수료로 하는지 여부)나 상품의 검사, 포장 및 배송에의 관여 여부 등에 따라 통신판매와 통신판매중개 간의 사업형태를 구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메프는 현재 일부 직매입 방식을 제외한 모든 상품에 대해 수수료를 매출액으로 회계 처리하고 있다. 통신판매중개업자의 방식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월 13일 통계청이 고시한 제10차 한국표준산업분류 개정·고시에선 소셜커머스를 오픈마켓과 함께 ‘전자상거래 소매 중개업’으로 분류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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