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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IP 게임’ 그 다음엔?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최근 게임업계 화두는 ‘유명 지식재산(IP)’의 확보다. 유명 IP를 활용한 게임일수록 대중의 시선을 쉽게 끌어 모을 수 있고 또 잘 팔리기 때문이다. 옛 IP를 되살리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뮤’, ‘리니지’가 모바일게임으로 재탄생하면서 재차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이처럼 IP 게임이 크게 인기를 끌면서 게임업계에 활기가 돌고 있다. 고착화된 모바일게임 매출 순위에 변화가 찾아왔다. 매출 신기록을 세운 ‘리니지2 레볼루션’을 보면서 IP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하는 요즘이다.

돌이켜보면 몇 년 전 게임업계에선 IP라는 말이 대단히 생소했다. 그 당시 업체들은 이전에 없던 신작으로 성공을 노렸다. 바꿔 말하면 새로운 IP를 발굴하려는 노력이 계속됐고 그게 또 당연하게 생각됐던 시기로 기억된다.

그랬던 업계가 언젠가부터 IP 게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물론 유명 IP를 활용하는 것은 시장 진입을 위한 훌륭한 전략이다.

하지만 국내 게임업계가 IP에 매달리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지난 수년간 반짝 흥행한 게임도 내놓지 못한 업체들이 수두룩하다. 업체들이 시장 경쟁력 측면에서 한계에 부딪혔고 마지막 승부수로 IP를 내세운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렇다보니 요즘 들어 국내 게임업계가 백척간두에 서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업체들이 지난 십수년간 PC온라인게임의 수명 유지와 확률형 게임 아이템이란 수익모델에 매달려온 결과가 아닐까 싶다.

국외에선 영화처럼 엔딩이 있는 패키지 게임이 대세를 이루다보니 업체가 흥행작을 내놔도 곧바로 신작 프로젝트를 꾸리는 것이 당연시됐다. 반면 국내에선 PC온라인게임을 한번 성공시키면 최대한 길게 서비스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국외 게임업체들이 생존을 위해 매번 치열한 고민을 하면서 개발력을 축적할 동안 국내 업체들은 온라인게임의 수명 늘리기에 힘을 쏟은 측면이 적지 않다. 십수년간 이러한 산업 생태계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국내외 게임업체간 개발력에서 격차가 벌어졌다고 본다.

등장 당시엔 획기적인 수익모델(BM)로 각광받은 확률형(뽑기형) 아이템도 업체에게 손쉬운 돈벌이가 됐다는 생각이다. 아이템 뽑기를 과용한 것이 국내 업체들의 시장 경쟁력을 알게 모르게 갉아먹은 지도 모르겠다.

대형 업체들과 몇몇 중견·강소 기업을 제외하면 IP 게임 다음에 어떤 승부수를 던질 것인지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는 상황이다. 물론 그 다음에 올 시장 트렌드도 결국 개발력이 뒷받침돼야 성공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위기 속에서 기회를 만들어온 게임업계지만 이제 진짜 고비를 맞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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