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1990~2000년대 한국이 온라인게임 최강국이었던 시절, 중국 업체들이 한국산 게임을 앞 다퉈 수입해갔고 현지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다. 크로스파이어, 던전앤파이터 등은 지금도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처럼 한국산 온라인게임이 크게 성공했고 여기에 익숙한 중국인들이 많다보니 최근 대중 게임무역에서 플랫폼 다변화와 2차 저작물을 겨냥한 지적재산권(IP) 비즈니스가 활발하다. 이번 차이나조이에서도 IP 비즈니스가 펼쳐진다. 중국 업체들이 익숙한 IP를 원하니 국내 업체들도 성과를 낼 기회라고 할 수 있다.
이것만 놓고 보면 실리 무역이다. 하지만 IP 비즈니스가 전략적 선택인지는 냉정하게 봐야 한다. 최근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최종 선택지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산 게임들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국내 게임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투박했던 예전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게다가 콘텐츠 분량 측면에선 중국 게임이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출시 전부터 대규모 개발진을 가동해 온라인게임 수준의 콘텐츠를 갖춘 모바일게임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제 개발 경쟁력에선 한국이 중국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외국 자본의 진입을 막는 중국 정부 규제도 그렇고 중국 업체들이 게임까지 잘 만들다보니 국내 업체 입장에선 꺼낼만한 카드가 얼마 남지 않았다. 그 중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이는 전략이 바로 IP 비즈니스다.
그러나 이대로 간다면 대중국 무역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 명약관화다. 약자 입장에서 강자의 눈치를 보는 사대 무역이 자리 잡을 수 있는 것이다. 당장 쉬운 길로 가려다, 또 눈앞의 실리를 앞세우다간 돌이킬 수 없는 산업 역전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증강현실(AR)게임 ‘포켓몬 고’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개발사 니앤틱은 지난 7년간 AR게임에 올인해왔다. 트렌드를 쫓아 이것저것 손대기보다 한 우물을 팠고 이것이 포켓몬을 만나 대박으로 이어졌다.
이에 반해 국내 중견‧중소 게임업체들은 가상현실(VR)이 주목받자 VR게임 개발에 몰려갔고 유행이 지났다고 판단한 AR게임이 뜨자 다시 AR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트렌드를 쫓아가기만 해선 제2의 포켓몬 고가 나오기가 쉽지 않다. 포켓몬 고는 새로운 재미를 줬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봐야 한다.
중국에선 이미 포켓몬 고 짝퉁게임이 나왔다. 그렇다고 중국 개발사를 마냥 낮잡아 볼 것은 아니다. 그만큼 트렌드를 빠르게 쫓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이런데도 국내 게임업체들은 같은 방식으로 중국과 경쟁하려 하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변화를 주지 않는다면 국내 게임업계가 어떤 결과를 맞을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국내 업체들도 프론티어(개척자) 정신을 보여줄 때가 됐다. 더 늦기 전에 트렌드를 이끌고 또 만들어 내기 위한 치열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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