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기획/불확실성에 대응하라 – 엔터프라이즈 SW]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국내 소프트웨어(SW) 업계는 생존에 기로에 놓여있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신기술 기반의 영역 확장 및 글로벌 진출을 꾀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경제침체 및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도 여전히 다수의 기업들이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많은 국내 SW기업들은 미래 생존 전략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초 인터넷 버블과 함께 등장한 SW기업들의 매출은 대부분 정체돼 있다.
실제 한국SW산업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순수 국내 패키지 SW기업 가운데 매출이 1000억원을 넘는 곳은 더존비즈온이 유일하다. 2016년 기준 티맥스소프트와 한글과컴퓨터가 1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이 100억원을 밑돌고 있다. 그동안 정부 지원 하에 내수 시장에서 성장해 왔지만 한계가 있다.
결국 해외 시장 진출만이 어려움을 돌파할 수 있는 타개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 시장 진출 역시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많은 기업들이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려 왔지만, 그나마일본과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일부 성과를 거둔 것이 대부분이다. 건축 설계 공학 SW를 주력으로 하는 마이다스아이티와 같은 기업을 제외하면 국내SW기업들의 해외 성과는 미미하다. 마이다스아이티는 올 상반기 전체 매출의 1/3 가량이 해외에서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해외 진출을 하려고 해도 낮은 인지도와 언어장벽, 마케팅 등에 번번히 실패하기 일쑤다. 오히려 ‘메이드 인 코리아’를 지우고 철저하게 ‘글로벌’을 지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러한 와중에 전세계 SW업계의 관심은 온통 ‘클라우드 컴퓨팅’에 쏠려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SAP, 오라클 등 전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글로벌 SW기업들은 최근 자사의 SW를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로 제공, 확산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어도비와 같은 업체는 라이선스 대신 서비스형 SW(SaaS) 형태의 구독모델(서브스크립션)로만 판매하도록 가격 정책을 완전히 바꿨다.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등을 제공하는 어도비는 그동안 불법복제 등으로 골머리를 앓았지만, 월 과금 방식으로 변경하고부터는 여기에서 자유로워졌다. 실제 어도비는 최근 마감한 2016 회계연도에 59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20% 이상 성장했다고 밝혔다. 서브스크립션 매출이 크게 성장했다는 평가다.
서브스크립션 방식은 전통적인 라이선스 판매 방식보다 금액 자체는 줄어들지만, 안정적인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이른바 롱테일(Long tail) 비즈니스다. 어도비에 따르면 올해 어도비 전체 매출 중 서브스크립션 매출이 78%를 차지했다. 5년 전 처음 구독모델로 변경할 당시만 하더라도 서브스크립션 매출은 11%에 불과했다.
MS 또한 지난 6월 마감된 2016 회계연도에서 오피스SW를 SaaS로 제공하는 오피스365와 서비스 매출이 전년 대비 54% 증가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SW기업 중 일부도 자사 SW의 SaaS 전환에 힘을 쏟고 있다. 국내 대표 전사적자원관리솔루션(ERP) 업체인 영림원소프트랩은 2015년 클라우드 기반의 ERP인 ‘시스템에버’를 출시하며 동남아 국가 등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이를 위해 최근 MS와도 협력하고 있다. 영림원은 클라우드 ERP 사업 전개 시 MS의 클라우드 플래폼인 ‘애저’를 우선 활용한다.
한글과컴퓨터도 2015년 클라우드 오피스 ‘넷피스24’를 출시하며 패키지 SW에서 SaaS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물론 기존 패키지 형태의 제품도 계속해서 판매하지만 클라우드 방식의 오피스 서비스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본격 경쟁에 돌입할 계획이다. 한컴은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인프라를 활용하고 있다.
회계SW로 유명한 더존비즈온 역시 자사의 ERP 등을 SaaS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회사 측은 지난해 3분기 지난 3분기(2016년 7월~9월)에 연결기준 매출 404억원을 기록했는데, 특히 클라우드 ERP 고객이 늘었다고 밝혔다. 신규 확보한 고객이 클라우드 ERP를 도입하면서 전체 클라우드 사업이 전년 대비 35%의 성장세를 기록했다는 설명이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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