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백지영 기자] IT서비스업계가 독자 솔루션 개발 및 출시에 속도를 내면서 솔루션 밴더로의 변신을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IT서비스업계의 맏형인 삼성SDS의 행보에 관심이 뜨겁다.
특히 최근 물류 BPO 사업의 분사 검토를 본격화하면서 삼성SDS는 이제 본연의 ICT 역량을 바탕으로 매출을 늘리면서 글로벌 IT밴더들과도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포화상태인 내수 시장에서는 SW산업진흥법 등 대기업 규제로 인해 매출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 여기에다 최근 몇년간 삼성그룹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그룹 계열사의 통폐합 등으로 그룹 내 서비스 매출도 한계에 부딪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삼성SDS가 글로벌 ICT 서비스 회사로 지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IBM, 오라클, SAP 등 즐비해 있는 IT 거인들과의 보이지 않는 경쟁을 통해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 물론 쉽지않은 일이다.
실제로 IT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IT서비스업체들의 독자적인 솔루션 경쟁력에 기반한 글로벌 ICT시장 진출 가능성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 전사적자원관리(ERP), 데이터베이스관리(DBMS) 등 핵심 솔루션에 대한 역량없이는 글로벌 ICT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분석때문이다. 삼성SDS로서는 글로벌 ICT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SW) 역량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지상과제다.
이와관련 삼성SDS 솔루션사업부문장을 맡고 있는 홍원표 사장은 “차별화된 ICT 전략을 가지고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홍 사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막된 ‘오라클 오픈월드 2016’ 행사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솔루션 하나로 시작한 벤처가 아니다”라며 출발선상이 다른 만큼 그들과는 다른 솔루션 시장 공략 전략을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삼성SDS가 버티컬(산업) 영역에서 쌓아온 특화 솔루션을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해나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라클, SAP와 같은 글로벌 솔루션 IT밴더들은 ERP나 DBMS를 기반으로 시작해 현재 기업용 솔루션의 대부분을 제품군으로 선보이고 있다.
반면 삼성SDS는 삼성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다년간의 ICT 서비스를 제공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물류, 금융 등 각 산업 분야에 특화된 솔루션들을 자체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홍 사장은 삼성SDS가 가지고 있는 버티컬 영역의 솔루션 중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제품을 발굴, 고도화하고 글로벌 ICT밴더들과 협업하는 구조로 글로벌 IT시장에서의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즉, 글로벌 ICT업체들과의 직접 대결이 아닌 이들과의 윈-윈 전략을 통한 우회전략을 제시한 것이다.
이번에 오라클과 협력하기로 한 삼성SDS의 ‘파이도’ 솔루션과 리테일 솔루션 ‘넥스샵’도 삼성SDS가 버티컬 시장에서의 대응 과정에서 쌓아온 역량을 바탕으로 제품화가 이뤄진 것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차별화를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파이도’ 솔루션 도입이 진행됐으며 ‘넥스샵’ 역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 세계 매장을 대상으로 공급된 전력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홍 사장은 “삼성SDS는 선택과 집중해야 한다. 우리가 경쟁력이 있고, 어느 정도 경험을 가지고 있는 의미 있는 솔루션을 오퍼할 수 있는 분야만 열심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그룹의 다양한 업종의 계열사들을 보유하고 있었던 만큼 각 버티컬 영역에서의 특화된 솔루션은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삼성SDS로선 이들 솔루션 중 시장성과 글로벌 진출이 가능한 것을 판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관련 삼성SDS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솔루션들을 수치화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지속적으로 제품화 가능한 솔루션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오라클과 같이 글로벌 벤더와 삼성SDS의 협력은 꾸준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홍원표 사장은 “글로벌 컴퍼니들과 협력하는 이유는 고투마켓에서 그들의 역량을 기반으로 함께 가려는 의도”라고 밝혔다.
이미 삼성SDS는 오라클 외에 SAP, SAS 등 글로벌 밴더와 협력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머신러닝 분야의 ‘다크트레이스’ 등 외산 밴더에 지분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SDS는 브랜드 인지도가 있지만 규모는 아직 작은 외산 밴더를 대상으로 한 인수합병(M&A)도 적극적으로 타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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