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최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중요한 정책 결정이 연이어 내려졌다.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 표준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인가 여부에 대한 결정이다. 지상파 UHD 방송 표준은 ‘북미식(ATSC 3.0)’으로 정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는 허가하지 않았다.
두 가지 모두 해당 업계의 이해관계가 얽히며 숱한 논란이 있었던 사안이다. 결정의 향방에 따라 진영별 득실이 확연히 갈리는 문제이기도 했다. 우연인 듯 우연이 아닌 듯 두 사안의 공통적 수혜자는 지상파 방송사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UHD 방송용으로 700MHz 주파수를 획득했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 불허로 강력한 콘텐츠 경쟁자 탄생을 저지했다.
UHD 방송 표준 제정 이전 국내 시판한 UHD TV는 ‘유럽식(DVB-T2)’ 표준을 따랐다. 2014년 지상파 UHD 실험방송 표준 제정 때 수정 기회가 있었지만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서 유럽식에 힘을 실었다. 지난 5월 열린 주파수 경매에서 700MHz 주파수는 유찰됐다. 유료방송시장은 케이블TV 위기를 타개할 방법이 잘 보이지 않는다. 선제적 구조조정 기회를 잃었다.
이 과정에서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국내 ICT산업을 이끌어야 할 정부의 콘트롤타워는 어디에 있었을까. 700MHz 주파수와 UHD 방송을 연계해 목소리를 높였던 곳은 지상파 방송사와 국회다. M&A를 불허한 곳은 공정거래위원회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이 문제로 남겨진 숙제에 대한 정리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상파 방송사의 저작권보호장치 및 안테나를 TV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요구는 업계 자율에 맡겼다. M&A 불허 최종 결정은 당사자의 자진철회를 기다리는 눈치다.
박근혜 정부의 ICT산업에 대한 철학이 무엇인지 의구심이 생기는 대목이다. 세계 최초 지상파 UHD 방송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M&A 불허 과정에서 보인 태도는 이런 우려를 키운다. 자율도 중요하지만 방향을 제시해야할 문제까지 책임을 회피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책에 따른 불만은 정부가 감당하고 설득할 몫이다. 정부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할 경우 피해는 국민이 감당해야한다. 업계에 종사하는 이도 공무원도 다 국민이다. 정책 최우선 과제가 정권 재창출과 현 정부의 치적 쌓기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