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상파 700MHz 주파수 분배 위한 ‘유럽식’ 실험방송 탓…미래부, 오는 9월 고시 개정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국내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 표준이 ‘북미식’으로 결정됐다. 지상파 방송사는 내년 2월 UHD 방송을 개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에 나온 UHD TV는 ‘유럽식’ 표준을 따랐다. 2014년 유럽식을 실험방송 표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한치 앞을 못 본 정책 탓에 소비자와 제조사만 골탕을 먹게 됐다.
26일 미래창조과학부(www.msip.go.kr 장관 최양희)는 국내 지상파 UHD 방송 도입을 위해 ‘방송표준방식 및 방송업무용 무선설비 기술기준’ 고시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고시는 국내 표준울 북미식(ATSC 3.0)으로 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시 개정안은 지난 25일 행정예고했다. 미래부는 표준 결정을 위해 ‘지상파 UHD 방송표준방식 협의회’를 구성해 약 1년 동안 검토를 진행했다. 미래부는 오는 9월까지 개정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지상파 UHD 본방송은 오는 2017년 2월 시작한다.
UHD 방송 표준은 크게 북미식과 유럽식(DVB-T2)이 있다. 북미식은 최신 기술을 적용해 유럽식보다 수신 성능이 유리하다. 인터넷(IP)기반 통신과 융합한 방송서비스를 하기에도 용이하다. 또 TV 이외에 다양한 단말기 및 글로벌 장비시장 확보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내 판매하고 있는 UHD TV를 구입한 가구는 지상파 UHD 본방송을 시청할 수 없다. 국내 공급 UHD TV가 유럽식 표준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14년 10월 유럽식을 국내 UHD 실험방송 표준으로 삼았다.
당시 북미식 표준 확정까지 기다려야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700MHz 주파수 분배 등이 엮이며 지상파 방송사의 뜻대로 정해졌다. 표준 제정을 미뤄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자 한국방송협회는 2014년 7월 “유럽에서 기술 표준으로 채택한 지상파 UHD 방송 기술을 국가 표준으로 고시하고 700MHz 대역을 지상파 UHD 방송용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정부 역시 ‘세계 최초 지상파 UHD 방송’이라는 명예를 얻으기 위해 유럽식의 손을 들었다.
갈팡질팡 정책의 피해는 소비자와 TV제조사가 감당해야할 처지다. TV 제조사는 변환 셋톱박스 등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비용 문제 등은 정부 등과 상의를 계획 중이다. UHD TV 제품군 변경에 따른 판매 부진 등의 피해는 별도다.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최신형TV가 무용지물 위기에 놓였다. 그나마 지상파 직접 수신을 하는 가구가 많지 않다는 것이 위안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시청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책을 정부 및 지상파 방송사 등과 의논하고 있다”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 미래부가 내놓은 대팩은 UHD TV 구매 때 소비자에게 고지하겠다는 것이 전부다. 미래부는 “가전사 협의를 통해 소비자 고지 강화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TV제조사에 책임을 떠넘겼다. 또 “8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한다”며 시한은 이미 정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