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KT는 지난 2회의 경매에서 제일 재미를 보지 못한 통신사다. 전임 이석채 대표 시절 주파수 전략 실수가 발목을 잡았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지난 두 번의 경매를 허비했다.
하지만 이번 경매는 다르다. 어떤 주파수를 받아도 60MHz폭을 확보한다면 크게 나쁘지 않다. 이를 이용해 KT는 최소 지출, 상대방은 최대 지출을 하도록 만들 수 있다. 그동안 당한 것을 제대로 갚아줄 기회다.
올해 경매는 광대역 3개 블록 협대역 2개 블록 총 5개 블록을 대상으로 실시한다. 광대역은 ▲A블록(700MHz 40MHz폭) ▲C블록(2.1GHz 20MHz폭) ▲D블록(2.6GHz 40MHz폭) 협대역은 ▲B블록(1.8GHz 20MHz폭) ▲E블록(2.6GHz 20MHz폭)이다.
A블록은 KT가 국가재난안전망(재난망) 구축을 하고 있는 주파수다. 롱텀에볼루션(LTE)으로 널리 쓰고 있는 주파수는 아니지만 경쟁사에 비해 설비 투자를 하는데 유리하다. B블록은 KT 광대역LTE 인접대역이다. 초광대역LTE로 쓸 수 있다. C블록은 기존 주파수에 붙이면 광대역LTE가 된다. D블록은 SK텔레콤이나 KT나 신규 광대역LTE다. E블록은 주파수묶음기술(CA)를 활용해 보조주파수로 가져가면 된다.
물론 가장 최선의 주파수는 B블록과 D블록이다. A블록은 네트워크 구축은 문제가 없지만 초반 단말기 수급 어려움이 불가피하다. 전 세계적으로 700MHz는 이제 막 LTE용으로 배치 중이다. E블록은 말 그대로 보조지만 B블록은 즉시 전력이다. C블록은 재할당 주파수 대가와 연계돼 있기 때문에 부담스럽다.
KT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은 ‘눈치’와 ‘결단력’이다. 선공보다는 후공이 유리하다. 경쟁사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판을 읽어내야 전략적 움직임이 가능하다. 또 버려야할 때는 확실하게 버려야한다.
1라운드에서 KT는 B·E블록에만 입찰해 전체 경매의 밑그림을 봐야 한다. A블록과 D블록에 승자가 없다면 SK텔레콤은 1라운드 광대역에 C블록을 적었을 가능성이 높다. 같은 입찰액은 추첨으로 승패를 가른다. LG유플러스가 40MHz폭을 신청했는지 60MHz폭을 신청했는지 파악할 수 있는 기회다.
이후 라운드는 D·E블록에 응찰한다. D블록 승자가 될 때는 E블록을 경매 지속 수단으로 쓰게 된다. 최고가경매조합으로 낙찰 블록을 결정하기 때문에 밀봉입찰에서 E블록 금액을 50라운드 때 금액과 같은 액수를 적는 방법이다. 어차피 E블록은 SK텔레콤 또는 LG유플러스의 몫이다. 비싸게 사게만 만들면 된다. 대신 중간 중간 판세에 따라 B블록을 놓치지 않을 정도의 입찰은 잊지 말아야 한다.
D블록은 승패가 오간다면 돈 싸움이다. 돈이 충분하면 지르면 되고 충분치 않으면 지르다 않으면 된다. A블록을 최저경쟁가격에 가져갈 기회는 남는다. 경쟁사가 액수를 높인 만큼 KT의 무형의 이익이다. 승패가 오가지 않으면 계산 대결이다. 잘 되면 예상보다 낮은 값에 D블록을 얻고 경쟁사에겐 A블록을 안기는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D블록 경매가 정체되면 KT에겐 20MHz폭을 버리고 D블록 승자 자리를 지키고 경매를 50라운드 안쪽에서 끝낼 수 있는 전략도 있다. B·E블록 패자가 됐을 때 입찰하지 않고 버티면 된다. D블록 경매가 제자리걸음이라는 것은 SK텔레콤이 이쪽에 없다는 뜻. 20MHz를 포기하면 SK텔레콤에게 광대역 자체를 얻지 못하게 할 경우의 수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