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지난 11일(현지시각) 신형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롱텀에볼루션(LTE) 모뎀, 무선주파수(RF) 트랜시버, 엔벨롭 트래커 등을 대거 선보였다. 여기서 가장 눈길을 끄는 제품은 웨어러블 기기에 적합하도록 설계된 ‘스냅드래곤 웨어 2100’과 최대 1Gbps 다운로드 속도를 갖는 ‘스냅드래곤 X16 LTE 모뎀’이다.
특히 스냅드래곤 웨어 2100은 스마트워치를 정조준하고 있다. 기존 ‘스냅드래곤 400’을 대체하는 역할이며 30% 면적을 줄이고 전력소비량을 25% 낮춘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초저전력 센서 허브를 탑재해 더 얇고 가벼우면서도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워치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초저전력 센서 허브도 내장했다.
기본적인 사양으로 보면 스냅드래곤 웨어 2100은 스냅드래곤 400과 큰 차이가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ARM 코어텍스 A7 아키텍처에 아드레노 304 그래픽처리장치(GPU), ‘스냅드래곤 X5 LTE 모뎀’과 같은 주요 사양이 모두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퀄컴이 밝힌 것처럼 면적과 전력소비량이 낮아졌다는 것은 미세공정이 그만큼 발전했다는 의미이고 센서허브까지 곁들여졌으므로 스마트워치에서 이만한 성능과 기능을 원칩(AP+모뎀)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당분간 독주가 예상된다.
스냅드래곤 400은 TSMC 28나노 공정으로 만들어졌으나 스냅드래곤 웨어 2100 삼성전자 14나노 핀펫 공정이 유력하다. 같은 사양을 가지면서도 면적과 전력소비량에서 유리하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더구나 중저가 스마트폰을 겨냥한 ‘스냅드래곤 425·435·625’ 가운데 스냅드래곤 625가 14나노 핀펫 공정이고 나머지 스냅드래곤 425·435는 작년 2월에 공개된 이후 그동안 시장에 공급되지 못하고 있었고 TSMC 28나노 공정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퀄컴은 스냅드래곤 웨어 2100을 발표하면서 독립형 스마트워치의 확산이 기대된다고 밝히며 LG전자를 비롯해 올해 연말까지 관련 제품 50여종이 출시를 예상했다. 현 미세공정 발전 추이를 봤을 때 적어도 2년 가량은 스마트워치에서 보편적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퀄컴은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대비한 토털 라인업을 보유할 수 있게 됐다.
예컨대 자동차는 ‘스냅드래곤 820A’, IoT용 모뎀은 스냅드래곤 X5 LTE, 드론은 ‘스냅드래곤 플라이트’, 웨어러블 기기는 스냅드래곤 웨어 2100이 각각 담당하는 그림이 그려졌다고 보면 된다. 이에 앞서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을 활용한 ‘미라솔 디스플레이’, 증강현실(AR) 플랫폼 ‘뷰포리아’를 애플과 PTC에 각각 매각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선택을 했다고 봐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에서의 확실한 차별화로 혁신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AP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하이실리콘, 미디어텍 등이 빠르게 경쟁력을 끌어올린 상황이지만 모뎀과 RF칩에 있어서만큼은 퀄컴의 경쟁력을 앞서는 업체는 없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따지고 보면 AP도 설계자산(IP) 재설계와 함께 자체적인 GPU 아키텍처가 워낙 탄탄하고 미세공정도 삼성전자 파운드리(위탁생산)를 나름대로 재주껏 활용하는 상황이어서 크게 아쉬운 부분은 없다. 오히려 스마트폰 시장 성장이 둔화되고 중저가 제품에 대한 소비가 늘어날수록 원칩에 강한 모습을 보인 퀄컴이 시장점유율을 더 견고히 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한편 글로벌 IoT 시장규모는 오는 2020년 3조110억달러, IoT 단말기 보급 대수는 208억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수환 기자>shulee@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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