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2016년 하반기 중 인터넷전문은행이 본격적인 서비스에 나설 계획인 가운데 서비스의 근간을 이룰 IT시스템 구축을 놓고 카카오뱅크와 K뱅크의 고민이 본격화되고 있다.
15일 관련업게에 따르면, 이르면 카카오뱅크와 K뱅크는 2016년 6월 중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본인가를 획득하고 본격적인 서비스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위해 이미 K뱅크는 준비법인 설립등기 및 법인 대표 선임을 완료했고 카카오뱅크는 이달 중으로 준비법인 출범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에 인터넷전문은행 본인가를 신청하기 위해선 은행업 영위와 관련된 인력, 조직, 전산설비 등 인적·물적 요건을 갖춰야 한다.
양 컨소시엄이 ‘타이틀’에는 큰 욕심을 내지 않겠다고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1호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해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6개월 안에 인터넷전문은행 시스템을 갖추기가 사실상 쉽지 않다는 부정적인 우려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금융IT업계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6개월 안에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은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만약 이 기간내에 인터넷전문은행을 위한 전용 IT인프라가 선보일수는 있어도 질적으로는 하자를 내포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IT 업체 관계자는 “6개월이면 테스트에 1개월을 잡아도 5개월 안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제아무리 핵심 서비스만으로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해도 이러한 일정을 수행한 경험이 있는 IT업체는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역시 내부적으로는 6개월 안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 현장 실사를 위한 매뉴얼 등을 마련하기 위해 TF를 구성해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한편 마음이 급한 양 컨소시엄은 정보화전략계획(ISP)조차 생략하고 사업 추진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은행 차세대시스템의 경우 개발 요건 정의 및 적용 기술 등을 사전에 검토하는 ISP 사업을 선행하게 된다. 일종의 사전 컨설팅으로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시스템 규모를 산정하고 개발 로드맵을 수립하게 된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모두 ISP 없이 바로 사업을 본격화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방은행도 차세대에 앞서 ISP를 진행하는데 최소 3개월이 걸린다”며 “ISP를 안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양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은 사람으로 구축 경험을 대체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은행권의 한 IT 기획부 관계자는 양 컨소시엄에서 영입 의뢰를 제안 받았다며 “사람 하나 뽑아서 시스템 구축을 맡기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는 양 컨소시엄이 기본적으로 은행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크게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카카오뱅크의 경우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획득 후 다음날 열린 설명회에서 향후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KB국민은행의 코어뱅킹(Core Banking) 시스템을 이전할 것이란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국민은행의 주전산시스템은 대용량처리를 위해 도입한 IBM 메인프레임 횐경에서 작동하는 것으로, 인터넷전문은행용에 적합하지도 않을 뿐더러 유지보수 가격도 비싸 운영비용을 감당할 수도 없다는 것이 금융IT 업계 내부의 상식적인 평가다.
실제로 국민은행 내부적으로도 카카오뱅크가 자사의 코어뱅킹 아키텍처를 이식해서 쓰는게 사실상 불가능한 일로 판단하고 있다.
이번 인터넷전문은행 이전인 24년전 마지막 은행업 인가를 받았던 평화은행이 당시 국민은행의 코어뱅킹 시스템을 이식해 서비스에 나선 바 있다.
다만 당시에도 시스템 구축에 우여곡절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IT업체 관계자는 “은행 시스템에서 무엇을 더하는 것보다 빼는 것이 더 어렵다”며 “여러 가지 상품이나 서비스가 서로 연계돼 있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무엇을 덜어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 해외 인터넷전문은행들 처럼 전문 플랫폼 업체에게 토탈 IT아웃소싱을 맡기거나 뱅킹 플랫폼을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 대상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외산 플랫폼을 한국화하는 데 시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국내 금융 프로젝트를 돌아봐도 외산 플랫폼 도입으로 성공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고민이 될 전망이다.
투이컨설팅 김인현 대표는 “저축은행시스템과 지방은행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일 것”이라며 “시스템 볼륨 등을 고려하면 우선 시스템 이식을 통해 오픈하고 차후에 기능을 붙여나가는 것이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IT서비스업체도 초기에는 단순한 시스템으로 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하고 있다. SK 이소훈 부장은 “마케팅, 상품, 지급대행 서비스 등 서비스 구현을 우선 고려하고 단계적으로 기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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