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가 국내 금융시장을 뒤흔든 지 1년이 넘어섰다. 새로운 시장이 열리면서 스타트업 등 신생업체들의 시장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동안 꾸준히 금융IT시장에서 제 역할을 해 온 전문업체들도 핀테크 시장에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디지털데일리의 금융IT 전문 미디어서비스인 디지털금융(www.fnit.co.kr)에서는 금융IT 전문기업으로서 새로운 핀테크 시대에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업체들을 꾸준히 발굴, 취재할 계획이다. <편집자>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사무실에 들어서자 중국어와 또 비슷한 다른 언어가 사방에서 시끄럽게 들린다. KEB하나은행이 국내서 서비스하는 5개국 대상 해외송금 업무와 관련한 상담전화 때문이다.
페이원 이대형 대표는 “하나은행 지점에서 해외송금을 문의하는 캄보디아 등 5개 나라 고객의 콜이 이리로 온다”고 소개했다.
전자금융서비스의 개발 및 운영 전문업체인 페이원은 외국인근로자를 대상으로 해외송금서비스인 ‘하나 페이 이지(Pay-Easy) 서비스’을 KEB하나은행과 공동으로 현지 은행과 제휴해 금융자동화기기(ATM), 전화응답시스템(ARS), 인터넷, 모바일에서 현지 언어로 제공하고 있다.
페이원은 국내 외환송금 업계에선 1세대로 분류된다. 이대형 사장은 지난 2002년 ‘옵티먼페이’라는 급여카드(Payroll) 서비스 업체를 미국 현지에서 인수, 로스앤젤레스(LA)에서 지급결제 사업을 시작했다. LA에는 예전부터 멕시코 노동자들이 1차 산업 직종에 종사하고 있었는데 이들이 급여를 받으면 멕시코에 있는 가족에 송금하는 것이 문제였다.
15%에 달하는 높은 수수료를 송금에 부과하다보니 불법으로 송금하는 사례가 잦았다. 이에 착안한 이 대표는 가상계좌를 이용한 급여카드 사업을 현지에서 시작했다. ‘옵티먼페이’가 주거래 은행에 모 계좌를 만들고 여기에 가상계좌를 만들어 체크카드를 연동시켰다. 기업은 멕시코 노동자들에게 급여를 가상계좌 통장으로 넣어주고 근로자들은 물론 본국의 가족들이 체크카드로 돈을 자유롭게 인출하는 식이다.
특히 이 당시 P2P 금융형태의 비즈니스도 선보였다. 멕시코와 미국 은행에 각각 종자돈을 넣어놓고 가족과 근로자에게 체크카드를 발급해 두 나라에서 입출금이 일어날 경우 ‘송금’이 아니라 각 나라 은행에서 입출금이 따로 일어나게 한 후 잔액을 맞추는 방법이다.
2006년 현지 업체에 회사를 매각하고 이 대표는 국내에서 비슷한 사업을 모색했다. 다만 각 국가별로 해외송금과 관련한 제도와 법이 달라 그대로 적용하진 못하고 2008년 당시 하나은행과 현재의 서비스에 협력하게 된다.
올해 국내에선 외환 이체업 시행 등 그동안 은행 테두리에 가로막혀 있었던 해외송금 관련 사업에 대한 규제가 풀린다. 때문에 해외송금 시장은 새로운 경쟁구도가 예상되고 있다. 이웃 일본의 경우 지난 2011년 해외이체업이 허용되면서 소액송금은 전문업체들 위주의 시장으로 재편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외환이체업이 시행되면 (개인적으로)2002년으로 돌아가는 상황이 된다”며 “물론 그 사이에 인터페이스, 툴, 기술적인 부분이 바뀐 것은 있지만 화폐가 움직이는 매커니즘은 바뀌지 않았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페이원은 이미 다수의 고객을 이미 가지고 있다는 장점을 강조한다. 해외에 법인이 2개, 사무소 1개를 운영하고 있으며 해외은행과 직접 제휴도 되어 있다. 이 대표는 “고용노동부의 미국인력지원센터 등과 제휴해 해외 현지에 160개 제휴업체가 있다. 무엇보다 고객의 니즈를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페이원은 외국인 근로자를 주 타겟으로 하고 있는 만큼 초기부터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한국 기업의 수요가 줄어들지는 않는 다는 전제아래 연간 5만 달러까지는 증빙 없이 송금이 가능해지는 만큼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5개국, 7개 은행과 계약했으며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최근 블록체인 등 IT신기술을 활용한 해외송금 업체들이 대두되고 있는 것에 대해 이 대표는 “블록체인의 가능성은 크게 보고 있다. 향후에는 관련 업체와 협력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블록체인과 같은 첨단기술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하다”며 “외환 송금업은 100% 비대면은 힘들다. 현찰을 찾아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 대표는 “온라인이 중요한 것은 맞다. 우리 고객도 80%가 모바일로 송금을 한다. 하지만 적절한 부분에 오프라인과 조화가 이뤄지는 것이 고객 측면에서는 이득”이라고 말했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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