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민간 기업 IT시장 중 가장 큰 IT예산을 진행하고 있는 금융권은 클라우드 컴퓨팅 업계가 지속적으로 공략을 추진해 오던 산업군으로 분류된다.
매년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IT비용을 지출하는 금융사들은 예전부터 고정비용을 줄이기 위한 시도를 해 왔다. 금융사들은 매년 IT예산의 70% 전후를 시스템 유지보수 등 고정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정비용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왔다.
하지만 IT비용을 줄이는데 있어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해선 정작 금융권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아왔다. 기존 관행과 규제, 보안 위협 등 고려해야 할 점이 많기 때문에 섣불리 클라우드 시스템을 도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규제완화로 진입장벽 낮춰=하지만 최근 들어 정부가 민간 기업에서의 클라우드 컴퓨팅 이용률을 2018년 30% 이상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을 밝히면서 금융시장에 클라우드 도입을 막았던 저해요소의 개선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정부주도로 출범한 ‘민간 클라우드 규제개선 추진단’은 현재 은행법 등 법령에서 클라우드 이용을 제한하는 규제를 찾아내고 있다. 추진단은 관계 기관과 공동으로 올해부터 이러한 규제를 순차적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또 금융당국도 규제완화를 통해 클라우드 도입 확산을 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회사의 ‘정보처리 위탁’ 규제를 완화한 개정안을 지난해 내놓은 바 있다. 그동안 금융회사들은 외부에 정보 처리를 맡길 때 금융당국 심사를 받아야 했지만 이제 사후 보고만 하면 된다.
IT인프라의 제3자 위탁 요건도 완화돼 국내 금융사도 해외 IT전문회사에 위탁해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정보처리를 국외로 위탁할 경우 수탁자를 본정지정계열사로 제한하고, 재위탁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던 조항이 폐지돼 IT전문 회사 등 제3자에 대한 위탁이 허용된 것.
이밖에 거래기록 등 금융정보도 암호화 등 보안기술 적용을 전제로 클라우드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금융권에서의 클라우드 활용에 대해서 적어도 표면적으로 많은 규제가 완화된 셈이다. 하지만 실제 클라우드를 적용하는 문제에 있어선 아직도 금융당국의 규제완화가 금융사에겐 체감적으로 와 닿지 않는 분위기다.
일례로 금융당국은 전산시스템의 해외 위탁에 대해 허용했지만 아직 금융사들의 구체적인 움직임이 보이진 않는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에 해외 전산 위탁 가능성을 문의한 금융사가 몇 군데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가기에는 금융당국이나 금융사 모두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서 보니 (금융사)본인들도 정확히 어떤 업무를 어떻게 보낼지에 대해서 계획이 명확히 서있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시행 초기다 보니 세부적으로 조율해 볼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인터넷전문은행 클라우드 도입에 관심=올 하반기 이르면 국내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하게 된다. 현재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컨소시엄이 법인 설립을 준비하며 본인가 획득을 위한 전산 설비 구축에 착수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양 은행은 최저 비용으로 은행 시스템 구축을 목표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클라우드 시스템 도입이 불가피한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이미 케이뱅크는 공식적으로 클라우드 기반의 시스템 구축을 천명하기도 했다.
케이뱅크 컨소시엄에 속한 뱅크웨어글로벌이 개발한 계정계 시스템을 KT클라우드에서 운용하는 테스트를 이미 수행한바 있는 등 클라우드 기반의 시스템 구축을 현재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아직 구체적인 시스템 구축 방법론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자체 구축과 클라우드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형태의 시스템 구축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계정계는 구축형으로 개발하고 일부 정보계와 사내 업무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방법 등이 고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금융당국이 이들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의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에 대한 실사를 거쳐 본인가를 부여하게 되면 은행권 클라우드 시스템 구축의 벽이 허물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SK주식회사 C&C, LG CNS 등 IT서비스업체들은 클라우드 기반의 인터넷전문은행 플랫폼 개발에 나선 상황으로 IT업계에선 인터넷전문은행의 시스템 구축 후 서비스 오픈에 이르기까지 시스템에 대한 검증이 완료되면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한 시스템 구축 타진도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권 도입엔 다소 시간 필요=인터넷전문은행이 계정계 및 정보계 시스템에 클라우드 컴퓨팅을 도입하더라도 기존 금융사가 이를 도입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지적도 있다.
현재 은행권에선 올 한해 대형 차세대시스템 구축 사업이 줄줄이 예고돼 있다. 산업은행, 우리은행을 시작해 국민은행, KEB하나은행에 이르기까지 대형 IT사업을 추진하거나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차세대시스템 사업에 클라우드가 어느정도 포함될지는 현재 알수는 없지만 클라우드 아키텍처를 일정부분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시스템 구성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클라우드를 계정계 시스템과 같은 부분에 도입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다만 빅데이터 분석과 같은 일부 정보계 업무에 클라우드 도입은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블록체인 등 기존에 금융권이 다루지 않던 기술들이 핵심 서비스에 내재되는 상황으로 클라우드 역시 계속 외면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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