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클라우드 컴퓨팅은 전통적인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 산업을 완전히 변화시키고 있다. 더 이상 기존의 방식으로는 제품을 팔 수 없다.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여야 기업은 생존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클라우드를 비롯해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모바일 등은 여전히 올해 국내외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관통한 키워드가 됐다.
◆클라우드가 촉발시킨 새로운 DB 경쟁=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새로운 경쟁구도를 맞은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시장이다. DBMS는 기업 IT시스템의 핵심 소프트웨어(SW)로, 그동안 이 시장은 오라클이 독점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를 기점으로 이러한 시장 구도가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가트너 매직 쿼드런트 보고서는 이같은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오라클을 제치고 처음으로 최상위의 자리를 차지했으며, 전세계 1위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인 아마존웹서비스(AWS)가 리더군에 최초로 등장하면서 오라클을 긴장시켰다. 이러한 업체 간 구도 변화 이외에도 인메모리DB나 NoSQL DB 등 클라우드, 빅데이터 환경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DBMS제품도 시장에서 점차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ODM만 잘되는 HW시장, 국산 컴퓨팅 장비는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클라우드로 가장 타격이 컸던 분야는 역시 서버 등 컴퓨팅 장비 시장이었다. 자체 인프라를 마련하는 대신 빌려쓰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호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전통적인 기성(?) 서버, 스토리지의 성장세는 높지 않다. 다만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들이 서비스 최적화를 위해 맞춤 형태로 구입하는 주문자개발생산(ODM) 제품의 성장세는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중국과 대만기업을 중심으로 한 ODM 시장은 전체 서버 및 스토리지 시장의 10% 정도에 불과하지만, 매년 20~30% 이상 늘어나고 있다. SW 중심의 인프라 구성도 주요 트렌드가 됐다. ‘SW 정의(SDx)’ 트렌드는 네트워크를 시작으로 서버, 스토리지, 데이터센터 전반으로 확산됐다. 올플래시 스토리지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한편 국산 서버 및 스토리지가 중소기업청의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에 지정되면서 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내년부터 3년 간 일정 스펙 이상의 외산 서버(x86)와 스토리지(실용량 100TB 미만)는 공공 정보화 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클라우드 발전법 시행, 공공SW 사업에도 영향=국내에서도 클라우드 컴퓨팅은 ICT 사업을 움직이는 핵심 키워드다. 심지어 세계 최초로 법까지 만들어졌다. 지난 9월 28일부터 ‘클라우드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클라우드 발전법)’이 시행됐다. 공공분야를 중심으로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기존 법 제도와 관행, 발주 방식 등의 문제로 그 효과가 아직은 미미하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시장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클라우드 발전법은 그동안 공공 SW 참여가 금지돼 있던 대기업들에게 다시 문을 열어준 계기가 됐다.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가 클라우드 등 신기술을 전제로 한 대기업의 공공SW 시장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운영지침을 내놨기 때문이다.
◆SW중심사회 실현 위한 다양한 정책 시행…효과는?=지난해 7월부터 정부가 주창하고 있는 ‘SW 중심사회 실현 전략’에 따라 다양한 제도가 마련된 한 해였다. 공공 정보화 시장의 민간 침해 방지를 위한 SW 영향 평가부터 발주기관의 전문성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과도한 업무 요구, 불합리한 사업대가 및 기간 산정 등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SW 발주지원센터 등이 대표적이다. 글로벌창조SW(GCS) 사업 등을 통해선 국내 SW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SW에 대한 관심도 예년에 비해 높아졌다. SW교육을 통한 창의력 확대를 위한 방안으로는 초중등생을 대상으로 한 SW 창의캠프가 확대됐다. 오는 2017년부터 초등학생은 의무적으로 SW 교육을 받게 되며, 중학교의 경우 내년부터 확대 시행되는 ‘자유학기제’를 통해 SW분야 진로교육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기존에 진행됐던 다양한 대학 SW 교육 지원사업도 올해 ‘SW 중심대학’으로 통합됐다. 올해 충남대와 서강대 등 8개 대학이 SW중심대학으로 선정돼 6년 간 정부예산 등의 지원을 받게 됐다.
◆클라우드 서비스 전쟁의 서막=내년부턴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클라우드 서비스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당장 내년 1월에는 전세계 1위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인 AWS이 국내에 리전(복수의 데이터센터)을 오픈할 예정이며, MS와 IBM 등도 이를 준비 중이다. 이에 따라 국내 클라우드 기업과 대기업, 중소 SW 기업들의 사업 향방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업체마다 전략 마련으로 분주하다. 국내에선 AWS 등의 서비스를 국내 실정에 맞게 컨설팅해 판매, 관리하는 업체들이 생겨나며 새로운 시장을 열었으며, 국내 SW 가운데서도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별도의 IT인프라 없이도 해외 시장에 손쉽게 진출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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