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2014년이 바닥인 줄 알았다. 판단이 일렀다. 2015년도 바닥이 아니었다. 그나마 삼성전자는 바닥을 찍었다. LG전자의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 팬택은 주인이 바뀌었다. 하지만 회생은 불투명하다. 국내 휴대폰 산업의 위기는 진행형이다. 해외로 눈을 돌려도 애플을 제외한 모두의 위기다. 스마트폰은 성숙기에 도달했다. 버티면 좋은 날이 올까. 삼성전자와 일부 중국 업체를 제외하면 버티기도 쉽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휴대폰 시장은 연간 1600만대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대비 소폭 상승이다. 단말기유통법 효과로 중저가폰이 급증했다. 고가요금제 가입과 약정을 조건으로 고액의 지원금을 뿌리는 일이 없어진 탓이다. 제조사도 무턱대고 높은 출고가를 책정하는 비중이 감소했다. 고가폰은 고가폰대로 중저가폰은 중저가폰대로 그 안에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구매의 기준은 ‘과시’에서 ‘실속’으로 옮겨지는 모양새다. 지원금이 투명해지자 브랜드 가치가 분명해진 탓이다. 애플은 웃었고 LG전자는 울었다. 삼성전자는 실리를 챙겼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로 한 해를 맞은 팬택은 쏠리드-옵티스 컨소시엄을 새 주인으로 맞았다. 국내 시장은 사실상 포기다. 인도네시아서 새 살 길을 찾는다. 팬택의 빈자리는 통신사가 섭외한 중국 업체가 채웠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시장 벽은 높다. SK텔레콤의 대대적 지원에 힘입은 ‘루나’ 정도가 눈길을 끌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3억5420만대다. 전년동기대비 9.5% 성장했다. 한 자리수대 성장률은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일반폰 시대의 재림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강체제는 굳건하다. 그러나 질적인 차이가 두드러졌다. 삼성전자가 브랜드 가치를 획기적으로 올리거나 애플이 공급망관리(SCM)에 대변혁을 추진하지 않는 한 이 구도는 상당기간 깨기 어려울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브랜드면에서 애플과 동등해지더라도 애플의 수익성을 앞지르기는 쉽지 않다. 애플이 중저가폰을 내놔도 삼성전자 판매량을 역전하기 쉽지 않다. 양사는 대결보다 공존을 모색하고 있다.
3위권 업체 승패는 거의 갈린 분위기다. 화웨이가 치고 나왔다. 국내에선 샤오미가 더 주목을 받지만 중국을 제외한 시장선 샤오미가 화웨이를 잡기 쉽지 않다. 샤오미의 약점은 특허다. LG전자는 5위권 사수가 힘이 부치는 모양새다. 올해 나온 고가폰 ‘G4’와 ‘V10’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것이 컸다. 전향적 방향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3위권 업체 숙제도 삼성전자와 같다. 기술력은 상향 평준화됐다. 이들이 양강체제 전복을 노리기 위해선 브랜드력이 올라와야한다.
결국 내년 스마트폰 제조사는 판매량 삼성전자 수익성 애플로 양분된 상황서 3위를 굳히려는 화웨이 이를 흔드려는 샤오미 레노버의 경쟁이 관전 포인트다. 생존을 위해 뛰는 LG전자와 소니의 고민은 깊어진다. 제품 가격 측면서 보면 애플의 주력 제품이 고가폰 최상층을 삼성전자 주력 제품이 그 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머지 업체의 고가폰은 고가폰 하단 또는 중저가폰 상단이다. 사실상 삼성전자 중저가폰 상단 제품군과 경쟁이다. 저가폰은 춘추전국시대다. 삼성전자와 중국 그리고 나머지의 싸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