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민형기자] 태블릿 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애플은 물론 삼성전자도 태블릿 불황을 피해가진 못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 3분기 태블릿 출하량은 487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6% 하락했다. 애플과 삼성전자는 990만대, 800만대를 출하하며 각각 19.7%, 17.1% 감소했다.
애플과 삼성전자의 부진 속에 화웨이를 비롯한 화이트박스(브랜드가 없는 저가형 모델)의 성장세는 견조했다. 화웨이의 3분기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7.9% 증가했다. 기타(Others)로 분류되는 화이트박스는 소폭 증가해 시장점유율 45%를 달성했다.
화이트박스의 약진은 예견됐다. 이미 올해 초 시장점유율이 40%를 넘어서 애플과 삼성전자를 제쳤다. 브랜드보다는 가격대 성능비를 중시 여기는 신흥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으며 앞으로도 태블릿 시장을 이끌어 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브랜드 제품의 절반가격으로도 적당한 성능의 태블릿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이득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스마트폰의 대형화·고성능화로 인해 7~8인치 태블릿이 약세에 들어섰다는 지적도 있다. 라이언 레이스(Ryan Reith) IDC 모바일 기기 시장 담당자는 “스마트폰의 화면크기가 커지고 성능이 좋아지면서 태블릿의 입지가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상황에서 애플과 삼성전자 등 태블릿 제조사들은 특화 모델을 선보이거나 소비자가격을 낮추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패블릿과 같은 대화면 스마트폰과 겹치는 7~8인치 제품군은 과감하게 축소하고 10인치 이상의 대화면을 갖춘 모델을 출시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리할 수 있다. 이미 애플은 11일부터 12.9인치 대화면 태블릿 아이패드 프로를, 삼성전자는 이달 말 18.4인치 갤럭시뷰를 출시할 계획이다. 실험적인 성격이 강하지만 앞으로도 생산성이나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특화 기능을 갖춘 모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또 화이트박스 제조사들이 취하고 있는 듀얼부팅 모델이나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는 10만원대 저가형 모델을 내놓는 것은 어떨까. 인도나 남미같은 성장시장에서 저가형 모델이 인기가 있다는 것은 스마트폰으로도 증명된 사실 아닌가.
태블릿이 오랫동안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마트폰과 PC가 주지 못하는 경험을 소비자에게 선사해야 한다. 그 경험은 생산성과 같은 특화 기능이 될 수도 있고, 아주 저렴한 가격이 될 수도 있다.
<이민형 기자>kiku@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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