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가 단체 존속을 이어가기 위해 삼성전자를 상대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장의 직업병 문제와 관련해 보상 신청을 받기 시작한 지 약 50일 만에 피해 의심자가 48명을 넘어선 상태라 반올림 입장에서는 가능한 모든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9일 반올림은 서울 강남역 8번출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과 함께 보상위원회 활동 중단 내용을 담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가 사회적 약속을 파기하고, 보장 절차가 투명하고 공정하지 않으며, 피해자를 부당하게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죽음의 공장’으로 묘사하는 등 ‘여론몰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수년 째 삼성전자 직업병 이슈에 매달려온 반올림은 민주노총 경기본부, 다산인권센터를 주축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문제 해결을 위해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법원에서 산업재해를 인정하지 않은 퇴직자와 함께 협력사 직원까지 포괄적으로 보상을 실시하면서 단체의 존속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삼성과 싸워서 이겼다’는 훈장을 달고 사회적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지금의 보상책이 이뤄져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반올림은 이슈가 터질 때마다 무리한 요구를 해왔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순이익의 0.05%(연간 120~150억원)를 내놓고 사단법인을 설립하라는 초법적 요구까지 내세웠다. 더구나 사단법인 운영에 필요한 1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은 삼성전자가 내야하며 반도체 생산에 문제가 없는지 등을 감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라고 하는 등 법적 권한이 없는 단체가 정부를 넘어서서 ‘초법적’ 존재임을 인정하라는 상식 밖의 행동을 벌이고 있다.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 이번 일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단체를 끌어들인 것은 뜻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올림은 배포한 전단지를 통해 삼성전자가 일방적 보상절차를 강행함과 동시에 피해자를 부당하게 압박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오히려 피해자 가족에게 ‘보상을 받지 말라’고 부추기고 있는 것은 반올림 자신이라는 지적이다. 처음에는 뜻을 함께 했던 피해 당사자가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가대위)를 꾸려 반올림과 거리를 두고 있는 것에 대한 설명은 없다.
반도체 공장을 죽음의 공장으로 호도하고 있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근거로 내세운 유해화학물질, 그러니까 ‘벤젠’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한국화학연구원, 한국산업기술시험원, 한국화학시험연구원, 미국 발라즈 등 국내외 연구기관이 밝힌 바 있다. 벤젠이 유출됐다고 왜곡된 사실을 외부로 흘린 것은 삼성전자 백혈병 조정위원회의 백도명(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이라는 인물이다. 그는 중재를 담당할 조정위원을 맡고 있으면서도 한국산업보건학회가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반올림 측 주장을 그대로 옮긴 발표까지 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질병의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아도 일정 기준에만 부합하면 치료비 등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반올림의 방해 작업이 거세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산재신청을 도와 보상금을 받아주겠다고 나섰던 반올림이 삼성전자의 직접 보상은 막고 있어서 단체 존속을 위해 피해자 가족을 이용하고 있다는 비난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9월 사내기금 1000억원을 조성하고 ‘반도체 백혈병 문제 해결을 위한 보상위원회’를 발족했다. 보상위원회는 노동법, 산업의학, 사회정책 등 관련분야 전문가 위원4명과 가족대책위원회, 회사 측과 근로자대표 등 7명으로 구성됐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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