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과 산업은행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라’. 정부는 지난 1일 창업과 성장 촉진을 위한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역할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의 핵심 키워드는 ‘정책금융의 강화’이다. 두 은행이 가진 본연의 역할인 정책금융의 효율적이고 적절한 배분은 40~50년전 산업화 시기가 본격화될 당시의 유물이다.
시간이 흘러, 우리 경제가 성장하고 기업들의 자금조달 방식도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변화되고, 확장되면서 2000년대 이후 두 은행의 역할 변화도 적극적으로 모색됐다. 특히 기업은행의 ‘민영화’는 강력한 정책과제로 추진됐었다.
◆'민영화'에 맞춰졌던 IT전략, 이젠 방향수정? = 이와 관련해 IT투자 전략도 지난 수년간 자연스럽게 민영화에 맞춰졌다. 앞서 지난 2014년6월, 기업은행은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2000억원이 넘게 투입된 이 프로젝트 추진의 명분은 ‘민영화 시대에 대비한 IT경쟁력의 확보’였다.
민영화가 완료됐을 경우 시중은행들이 가진 강력한 IT인프라에 대응하려면 불가피한 투자였다. 기업은행은 기간시스템뿐만 아니라 e뱅킹, 모바일뱅킹, 스마트브랜치, ODS(아웃도어세일즈) 등 스마트뱅킹 인프라의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기업은행보다는 보폭이 적었지만 같은 시기 산업은행도 IT전략의 방향성은 과거 정책금융 중심일때와는 거리가 있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현재 산업은행은 2기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에 앞서 내년 2월까지 업무요건을 정의하기 위한 약 7개월간의 컨설팅에 돌입한 상태다. IT투자전략의 방향성을 떠나 우선적으로 산업은행은 15년이나 된 노후화된 시스템을 탈피해야하는 등 IT측면에서의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컨설팅 기간동안 코어뱅킹, 정보분석 등 전행 업무 개선을 위한 상세 구축 요건 정의와 차세대시스템의 전행 기술아키텍처 설계 및 주요 인프라·솔루션에 대한 기술 검증 및 벤치마킹 테스트 등이 진행된다. 여기에 창조기술금융, 스마트금융, 글로벌금융, 업무효율화 등의 지원을 위한 비즈니스와 IT 혁신과제도 도출될 예정이다.
하지만 기존 IT전략과는 별개로, 두 은행은 이제 정책금융의 역할이 크게 강화되는 최근의 상황을 보다 깊이있게 반영하기위해서는 IT투자 전략에도 변화를 줘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체적으로 은행권에서는 12월 중순쯤에 내년 IT계획이 완성된다.
전문가들은 정책금융에 특화된 IT투자항목이 특별하게 대폭 추가될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두 은행은 시중은행들이 경쟁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비대면채널, PI, BPR 부문에 대한 투자보다는 IB(투자은행)시스템과 관련한 여신시스템 및 리스크관리시스템 등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부문에 대한 비중을 상대적으로 높여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2년전 포스트 차세대시스템 사업을 완료한 기업은행과는 달리 산업은행은 내년부터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새롭게 추진해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같은 새로운 정책변화의 기조를 어떻게 반영시켜야 할 것인지 고민이 커보인다.
정부는 기업은행,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역할 강화방안을 2016년 업무 계획부터 반영해 수립하도록 했으며 이를 금융위원회에 상정해 승인받도록 했다. 여기에 IT부분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반영될 것인지가 관심사다.
◆정책금융 구체적인 목표치까지 제시... 내년 IT전략 관심= 참고로 지난 1일 발표된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역할 강화’ 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기업은행은 창업및 성장초기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산업은행은 대기업 위주의 중후장대형 주력산업 지원에서 중견기업 및 예비중견기업 위주로 지원을 확대한다.
결국 ‘창업, 중견기업군’과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라는 주문인 셈이다. 여기에는 구체적인 목표치와 가이드라인까지 제시됐다. ‘미래 성장동력’ 부문에 대한 금융지원의 경우, 기업은행은 연간 29조6000억원(2014년 기준)에서 2018년까지 33조원 규모로 확대하고, 산업은행은 13조5000억원(2014년 기준)에서 2018년까지 연간 20조원 이상 지원할 것을 목표치로 제시했다.
특히 산업은행은 앞으로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개편방향에 따라 전면적인 조직개편도 추진된다. 산업은행의 조직 및 인력개편은 내년 1분기중 추진될 예정이다. 여신심사 및 기업신용평가강화, 기업 구조조정 인력 강화, IB기능에 따른 재정비, 자회사관리위원회원 지원조직 신설에 따른 개편이다.
이와함께 산업은행의 주력업무인 IB(투자은행)부문의 경우 민간 공급이 어려운 분야의 선도 또는 시장실패 보완 기능 중심으로 개편한다. 관련해 해외채발행, 해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중기 M&A, 통일관련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재편 PEF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또한 산업은행 장기보유중인 비금융회사는 3년간 집중 매각해야한다.
한편 두 은행은 ‘정책금융 역할 강화’를 지원하기위한 IT투자에도 나서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연간 1000개 이상의 중소기업에 컨설팅 지원, ▲중견기업에 대한 직접지원 확대, 창업 및 벤처기업에 대한 LP투자 및 공동투자 등 간접투자 확대 ▲기업 및 민간 투자자에 대한 정보제공 등 비금융지원을 강화하기위한 정책금융포털 개펀 추진 ▲기업투자정보마당 ‘클라우드 펀딩 플랫폼 ’ 등 온라인 기반의 투자 플랫폼 구축 등 투자매칭 지원 등이 눈에 띈다.
그리고 이와동시에 ▲경기민감 산업에 대한 여신을 선제적으로 재점검 ▲여신시스템 및 모니터링을 강화해 신속한 구조조정 실시 등을 제시했다. 두 은행은 정책금융 배분의 역할에서 상시 모니터링 체계화 함께 리스크관리 시스템의 확충에도 나서야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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