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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금융기관 핀테크 육성, 끈기가 필요할 때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금융기관 등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핀테크 육성 및 지원사업이 일차적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올 상반기부터 본격화된 금융기관의 핀테크 지원 사업은 비즈니스 기회 발굴, 현업과 공조를 통한 사업 타당성 검증, 직접 및 간접 투자 등의 내용으로 진행됐다. 그리고 짧게는 6주에서 길게는 반년 동안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사업 검증과 아이디어를 실체화 하는데 노력이 집중됐다.

이러한 과정에서 금융기관별로 ‘핀테크’를 대하는 진정성이 슬슬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핀테크 자체에 대한 진정성이라기 보다는 핀테크 생태계를 대하는 금융기관들의 눈치가 어느정도 드러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은행의 경우 핀테크 지원을 위한 육성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로 센터에 현업 담당자들을 구경하기가 힘들다.

여기서 현업 담당자란 센터에 상주하는 직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서비스를 접목하기 위한 해당 사업팀 담당자를 말한다.

한 관계자는 “물리적 공간은 마련됐지만 실제 담당자 만나기가 쉽지 않아 일의 진척이 안되는 것 같다”고 실망했다.

B은행은 핀테크 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를 위한 자금을 확보했지만 집행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스타트업에 걸맞지 않는 크라우드 펀딩 방식 진행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스타트업에게 다수의 주주가 생길 수 있는 크라우드 펀딩은 선택하기 쉽지 않은 투자 방식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에 대해 아직은 초기 단계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핀테크 업체 CEO는 “과거에 담당자를 만나기도 어려웠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은행들의 변화는 감지덕지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적어도 예전에 비해 금융기관과 만나거나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창구가 생긴 만큼 이를 어떻게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올해 말 일단락되는 금융기관들의 핀테크 육성 프로그램이 꾸준히 이어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연말이면 금융사별로 인사이동과 사업기획 수립 등 다양한 변화가 이뤄진다. 이러한 혼란기에는 진행되던 사업도 멈춰서기 일쑤다.

한참 달려가야 할 스타트업 입장에서 금융기관의 이러한 내부적인 정체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빠르게 변하는 IT시장에서 선점의 기회를 놓칠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한해 동안 금융기관들은 핀테크 ‘스타 기업’ 육성 까지는 다다르지 못했다. 물론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 탓도 있다. 하지만 가능성의 싹을 틔우는데 까지는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여주기 식이 아닌 올바른 핀테크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금융기관들의 진정성 있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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