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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의 EMC 인수, 주목해야 할 다섯 가지 사실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12일(현지시각) 델이 EMC를 주당 33.15달러(한화 약 3만7900원), 총 670억달러(약 76조6480억원)에 인수합병(M&A)한다고 발표했다. IT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이며 델은 가상화 소프트웨어(SW) 업체인 VM웨어도 품에 안게 됐다. 빅데이터 업체 피보탈, 보안업체 RSA, EMC가 최근 인수한 버츄스트림은 덤이다.

이번 M&A가 업계에 끼칠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분사를 앞둔 HP는 적지 않은 타격이다. 서버는 물론이고 스토리지, 네트워크, SW에 이르기까지 전방위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M&A가 완료되기까지 EMC 주주의 동의 절차와 규제당국의 승인 절차 등을 내년 10월까지 밟아야 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불확실성이 완벽하게 제거된 것은 아니다.

델과 EMC의 M&A와 관련된 다섯 가지 사실을 들여다봤다.

역대 최대 규모의 딜에 낮은 금리
이전까지 IT 업계 최대 인수가격은 지난 5월 아바고테크놀로지가 브로드컴 M&A에 사용한 370억달러(약 42조3465억원)였다. 델은 EMC M&A에 이보다 무려 300억달러(약 34조3350억원) 더 많은 돈을 썼다. 이는 2010년 오라클이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한 금액이 74억달러임을 감안하면, 거의 10배나 높은 거래규모다.

이번 M&A는 미국의 제로금리와 함께 경쟁업체인 HP가 오는 11월 분사 이후 구조조정을 비롯한 경영활동에 제한을 받는다는 점을 이용했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성장정체에 있는 사업을 공격적인 M&A를 통해 돌파하겠다는 것. 여기에 EMC 대주주인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VM웨어를 분사하라는 압박을 계속해서 이어간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어찌됐던 저금리 환경에서 분야를 가리지 않고 대규모 M&A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적절하게 활용했다고 봐야 한다.

델-EMC 스토리지 시장점유율 상승
EMC는 스토리지 업계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최근 역성장을 기록하며 2위인 HP와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던 상태였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글로벌 스토리지 시장에서 EMC와 HP의 점유율은 불과 3%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M&A를 통해 3위를 기록하고 있는 델과 합쳐질 경우 시장점유율은 29.3%로 급상승하게 된다. HP(10.1%)와 IBM(8.1%), 넷앱(7%)의 시장점유율을 모두 합쳐도 통합 법인을 넘어설 수 없다. 시장에서의 헤게모니를 쥐고 갈 수 있다는 얘기다.

VM웨어는 덤으로
델의 EMC M&A설은 작년에도 나온바 있다. 이후 지난주에 구체적인 소식이 전해지기 시작했으며 이후 EMC 주가는 급등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EMC 주주는 주당 33.15달러의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 이는 M&A설이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기 시작한 이달 7일과 비교해 28% 더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다. 여기에는 VM웨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VM웨어는 EMC가 8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 EMC 주주가 받는 VM웨어의 주당 주식 가치인 9달러가 추가됐기 때문이다.

델이 EMC를 인수하게 된 계기는 결국 VM웨어 때문이다. EMC가 약 8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자회사 VM웨어는 현재 글로벌 가상화, 클라우드 업계에서 막강한 파워를 갖고 있다. 이번 인수로 EMC의 수많은 엔터프라이즈 고객 기반을 확보함과 동시에 VM웨어, 피보탈을 통한 클라우드 선점 기회를 노릴 수 있게 됐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합병후 매출은 800억달러 예상
델은 2013년 상장폐지 이후 구체적인 실적발표를 진행하지 않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EMC와의 M&A를 통해 연간 800억달러(약 91조616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2014년 HP의 연매출 1115억달러(약 127조8793억원), IBM의 연매출 928억달러(약 106조3952억원)보다는 적지만 이전과 비교해 만만치 않은 규모를 갖추게 됐다.

델의 나이는 50세 밖에 안 됐다!
델 창업자인 마이클 델 회장은 1965년생으로 만으로 50세다. 1983년 델을 설립한 이후 30대에 억만장자의 반열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델은 PC 시장의 침체, 스마트폰, 태블릿과 같은 스마트 기기에서의 고전 등이 겹쳐지면서 2013년 상장폐지를 결정하는 등 부침을 겪었다. 이런 회사 사정과 관계없이 마이클 델 회장의 2015년 기준 순자산은 192억달러(약 22조3008억원)에 달한다. 이번 M&A에서 마이클 델 회장은 MSD파트너스, 실버레이크, 테마섹과 함께 인수자금을 조달했으며 금융권 대출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최대 규모의 딜에 낮은 금리의 주인공이 됐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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