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이하 가대위)가 조정위원회의 비공개 간담회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18일 가대위는 공식 입장 자료를 내고 “보상절차의 신속한 진행에 전념하기 위해 조정위원회가 요청한 비공개 간담회에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통보했다”고 밝혔다. 조정위원회는 지난 17일 “조정안 제시 이후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달 내 추가 조정간담회를 개최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가대위는 ‘공정한 조정이 이뤄지기 힘들고, 보상만 더 늦어질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자 결국 간담회 불참 통보를 한 것으로 보인다. 가대위 측은 이날 입장 자료에서 “지난 13일 입장문을 통해 밝힌 것처럼 조정위원회가 당사자간 타결 노력을 돕는 조력자의 역할에 충실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선을 그었다.
편파 행보 도 넘은 조정위원들
삼성전자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해 위촉된 조정위원회는 최근 편파적 행보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조정위원 2명이 모두 보상을 방해하는 반올림 측 주장을 그대로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실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 권고안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이해당사자 가운데 이 행사에 참석한 곳은 반올림 뿐이었다. 사실상 국정감사 시즌을 활용한 ‘여론몰이용’ 반쪽짜리 토론회였던 것이다. 조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이 토론회의 발제자로 나서 반올림 측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백 교수는 지난 8월 27일 한국산업보건학회가 주최한 학술대회에서도 비슷한 발표를 했다. 그는 “근거나 기준이 모호하더라도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모든 사람에게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올림 측 주장을 그대로 옮겨 담았다는 평가다.
은수미 의원실과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의 고한석 이사장은 또 다른 조정위원인 정강자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초빙교수의 남편이다. 정강자 교수가 대표로 있는 참여연대는 최근 “공익법인 설립 요구를 거부한 삼성의 태도는 이율배반적”이라며 “사회 위에 군림하는 삼성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원색적 비난을 담은 성명서를 내놓았다. 참여연대의 주장 역시 반올림 측 주장을 그대로 옮겨 담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삼성전자 직업병 조정위원회는 전 대법관 출신인 김지형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와 백도명, 정강자 교수로 구성돼 있다. 한 법무 전문가는 “중재를 맡는 조정위원들이 한쪽 주장을 대변하고, 공동으로 여론전을 펼치는 행태 그 자체로 신뢰가 깨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대위가 추가 조정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고 “조력자 역할에 충실해달라”고 거듭 강조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반올림은 이 일이 매듭지어질 경우 존속 이유 자체가 없어진다. 지난 수 년간 협상 진척이 없었던 이유도 반올림이 삼성전자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무리한 요구(직접 회사를 감시하겠다는 등)를 절대 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올림에 속한 대부분의 이해당사자가 떨어져나와 가대위를 꾸린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지금 반올림의 최대 목표는 보상이 이뤄지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최근 벌어진 일련의 상황을 비춰보면 조정위 역시 반올림과 동일한 생각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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