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한 때 세계를 호령할 국산 무선인터넷 기술로 평가받던 와이브로가 사실상 용도폐기됐다. 기업은 기업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포기하는 모양새다. 표준화 대열에서 완전히 밀려나기 전까지만 해도 버리기는 아까운 ‘계륵’ 신세였지만 이제는 주파수 이용기간 종료 시점에 맞춰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신세가 됐다.
1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7월말 현재 와이브로 가입자는 82만4816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KT 가입자가 72만3000여명, SK텔레콤 가입자가 10만여명이다. 전체적으로 전월에 비해 약 1만명 가량 가입자가 빠졌다.
최근 제4이동통신 허가절차가 진행되며 다시 와이브로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사실상 와이브로로 도전하는 사업자는 찾기 어려운 상태다.
◆토종 무선통신 기술, 표준화 경쟁서 패배=10여년전인 2004년, 정보통신부는 10년 뒤 우리나라를 먹여살릴 성장동력을 마련했다. DMB, 홈네트워크, 텔레매틱스, WCDMA, 와이브로 등이 주인공이었다. 이 중 가장 기대를 모았던 주자는 바로 와이브로였다.
WCDMA는 전 세계적인 흐름으로 당연히 준비해야 했던 과제인 반면, 와이브로는 세계 이동통신 시장에 한국의 기술을 알릴 절호의 기회였다. 사업자의 과감한 투자에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곁들여졌지만 표준화에 밀리며 사실상 용도폐기 수순을 밟는 모양새다.
와이브로 활성화 정책을 담당하던 와이브로팀은 미래창조과학부가 출범하며 다른 팀과 통합됐다. 순수한 가입자 모집만으로는 투자비를 뽑을 수 없게 된 사업자들은 고정형 무선랜(와이파이)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여전히 저렴한 가격에 무선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품질도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에 LTE 무제한 요금제가 인기를 모으면서 와이브로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미래부는 최근 제4이통 주파수 할당공고를 내면서 이동통신 기술인 TDD 및 FDD-LTE에는 1646억원(이용기간 6년)의 대가를 매긴 반면, 와이브로에는 274억원의 대가를 산정했다. 보통 주파수 대가는 예상 매출 등을 근거로 산출하는데 그만큼 와이브로 미래를 불투명하게 본 셈이다.
◆시한부 인생 와이브로, TDD로 재탄생할까=예비 컨소시엄들도 훨씬 저렴한 주파수 할당대가에도 불구 와이브로 기술을 외면하고 있다. 주파수 대가는 이동통신(FDD, TDD)에 비해 월등히 저렴하지만 기술적 진화가 어려운 데다, 장비 및 단말기 등 생태계를 감안할 때 사업성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 제4이통 심사에서도 와이브로 기반의 통신사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와이브로 종주국 대한민국에서도 와이브로는 점진적인 퇴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미국의 스프린트를 비롯해 일본 KDDI, 러시아 요타, 말레이시아 P1 등이 와이브로에서 LTE-TDD로 갈아탔다.
우리나라는 현재 KT와 SK텔레콤이 2019년 3월까지 와이브로 주파수를 이용할 수 있다. 이후로도 KT와 SK텔레콤이 해당 주파수를 와이브로로 이용하겠다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주파수 가치와 세계 이동통신 흐름을 고려한 정책적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즉, 해외처럼 우리도 LTE-TDD로 전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시장을 어떻게 획정할 것인지는 고민해야겠지만 기술의 진화와 주파수 가치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다른 나라들의 TDD 전환 사례 등을 정책적으로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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