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국내 통신사업자들에게는 고질병이 하나 있다. 바로 세계최초병이다. 남들보다 먼저 발표하면 무조건 좋은 줄 안다. 통상 네트워크 기술이나 서비스 등에 '세계최초'라는 타이틀을 붙이기 좋아한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기업간 기술 격차가 크지 않다보니 '세계최초'라는 타이틀이 오히려 상황을 민망하게 만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27일 KT는 세계최초로 IPTV 셋톱박스가 탑재된 일체형PC인 ‘올레 tv 올인원’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별도로 존재하던 유료방송 셋톱박스를 PC가, TV가 품은 것이다. 이 제품은 LG전자가 만들었다. 행사에는 LG전자 임원, 운영체제를 탑재한 MS코리아 및 칩 벤더 인텔코리아 대표들이 참석해 KT의 세계최초 출시를 축하했다. 세계 최초로 등장하는 제품이어서 전망이 쉽지 않다는 설명까지 곁들여졌다.
애매하지만 별도로 존재했던 제품간 융합, 소비자 편익 확대, 새로운 비즈니스 및 시장 창출 등에 대한 노력에 수긍하려 했다. 국내 굴지의 통신사와 가전사, 글로벌 ICT 기업인 인텔과 MS까지 이 제품의 탄생을 위해 긴밀히 협력했다고 하지 않은가.
그런데 KT 행사 한 시간 전 경쟁사 LG유플러스는 KT가 선보인 ‘올레 tv 올인원’과 똑같은 디자인에 같은 스펙에 동일한 서비스 형태의 제품을 공개했다. 이 제품도 LG전자가 제조했다. 인텔칩도, MS의 운영체제도 물론 같았다.
LG전자 임원은 LG유플러스의 발표에 "아는 바 없다"며 잡아뗐지만 동일한 제품이다. LG전자는 KT 뿐 아니라 LG유플러스와도 같은 제품 개발을 해왔다는 얘기다. 인텔은 PC제조사에 칩을 제공한다. PC에는 운영체제가 필요한데 대부분 MS 윈도를 탑재한다. KT의 세계최초 제품에 인텔과 MS가 특별히 별도의 노력을 기울인 것처럼 포장됐고 한국법인 대표들이 초청됐지만 실제로는 그렇지도 않다는 얘기다. ‘올레 tv 올인원’을 위한 별도의 칩이 아닌 그저그런 저가 칩이었고, 윈도10으로 업그레이드 해야 하는 윈도8.1이 탑재됐을 뿐이다.
지겹디 지겨운 통신사의 세계최초 병을 또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허접한 서비스를 좋게 포장했다는 뜻이 아니다. ‘올레 tv 올인원’은 그 자체로 훌륭했고 누군가에게는 만족스러울 서비스가 될 자격이 충분했다. 충분히 예쁜데 화장을 덕지덕지 했다고 해야 할까.
LG유플러스 덕(?)에 KT의 세계최초 민낯이 드러났지만 LG유플러스 역시 비판을 피할 수 없을 듯 싶다.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KT는 LG유플러스보다 LG전자 손을 잡았고 먼저 길을 떠나려 했다. 그 길에 LG유플러스는 조용히 고춧가루를 뿌렸다. 경쟁사 행사 전 제대로 물타기를 한 셈이 됐다.
LG유플러스는 억울했을 수 있다. 제품이 출시된 후 이뤄진 미투상품도 아니다. 의미 없지만 세계최초 타이틀을 LG유플러스가 차지할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동일한 제품 사진과 자료로 어필하기 보다는 조용히 "그거 우리도 똑같은 거 있는데 별거 아니에요"라고 했다면 LG유플러스가 더 돋보이지 않았을까 싶다.
비슷한 경험은 누적되지고 있지만 통신사들의 세계최초병, 잘못된 상도의는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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