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최근 한 핀테크 업체에서 해외시장 개척에 열심인 A씨를 만났다. 그는 얼마 전까지 사용자환경(UI)을 구축해 주는 시스템통합(SI)업체 사장으로 있다 회사를 넘기고 핀테크 업체에 합류했다.
이전 업체를 정리한 이유에 대해 그는 “SI에 데었다”고 말했다. 하도급 문제에 대금결제까지 하지 못한 말들이 많은 듯 했다.
A씨 말고도 SI에 시쳇말로 ‘학을 뗀’ 사람들은 이 업계에 널리고 널렸다.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에 성공한 회사 대표들은 SI사업 비중을 줄여나가는데 열심이다. 기자가 만나본 SW회사 대표들 역시 장기적으로 SI는 ‘지양’해야 한다는 데는 대부분 동의하는 것 같다.
그런데 최근 흥미로운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한국경영정보학회(회장 이호근 연세대 교수)가 5일 발표한 ‘소프트웨어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연구’ 보고에 따르면 사업규모에 따라 대기업의 공공정보화 진입이 제한된 2004년 이후부터 오히려 IT서비스업체의 수는 꾸준히 늘어났다는 것이다.
2004년 기준 2000여개에 달하던 IT서비스업체는 2012년엔 4500여개 까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2004년 IT서비스업체수와 비슷했던 수준의 패키지SW업체수의 경우 2012년엔 오히려 소폭 줄어들었다.
정부의 공공정보화 시장에서의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자 오히려 영세한 IT서비스업체들이 많이 늘어났다는 것이 연구팀의 분석이다. 문제는 패키지SW 업체 수가 정체되고 IT서비스업체의 수가 늘어나면서 패키지SW 본연의 경쟁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공공IT시장의 대기업참여제한 규제가 IT서비스업체수를 급격하게 늘리고 패키지SW업체수를 줄이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의 핵심인 패키지SW의 경쟁력이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규제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는 최근 ‘소프트웨어 중심사회를 위한 인재양성 추진계획’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초·중·고교 소프트웨어 교육이 오는 9월 고시되는 교육과정 개편을 통해 확대된다. 교육을 통해 국민의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SW업계는 고사위기에 놓여있다. 연구팀의 조사결과가 맞다면 대기업의 공공정보화사업 참여 제한이 오히려 SW업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된다.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 개정안 시행 2년을 조금 넘겼다는 점에서 아직 법안 효과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일리는 있다. 다만 이러한 문제점은 이미 법 시행 전에도 예측된 바 있으며 연구팀의 조사는 이 같은 예측과 시장의 움직임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확인해주고 있다.
모든 문제는 시스템통합(SI)와 SW가 한데 묶여 정책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은 사실상 SI 시장에 부함되는 법률이다. SI와 SW는 따로 육성될 필요가 있다. 어느 하나의 발전을 위해 상대방이 희생돼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SI와 SW와의 모호한 동거는 결국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관계당국은 직시해야 할 것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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