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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삼성SDS, ‘금융IT 시장 복귀론’ 왜 나오나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금융IT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삼성SDS 얘기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한다.‘삼성SDS가 다시 금융IT 시장에 돌아올 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삼성SDS는 지난 2013년 외부 금융IT 사업에서 철수를 선언했다. 당시 삼성SDS 내 금융SI 부서의 적지않은 인력들이 다른 회사로 스카우트되면서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최근 이런 저런 금융권 입찰에 삼성SDS쪽 사람들이 보인다는 말들이 전해지면서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삼성SDS는 최근까지 은행 및 보험권 차세대시스템 시장을 대상으로 자사의 코어(Core) 솔루션들의 시장확대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SDS는 지난 10여년 동안 국내 차세대시스템 시장에 참여하면서 은행, 보험 관련 코어뱅킹 플랫폼을 제품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솔루션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좋은 편이다.

다만 최근 삼성SDS의 행보를 금융IT시장의 복귀로 볼 것인지 아니면 삼성SDS가 몇 년전부터 크게 강화하고 있는 소프트웨어(SW) 사업의 연장선상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해석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금융 SI(시스템통합)을 다시 재개하지 않고 솔루션 비즈니스에만 주력한다면 이를 복귀로 규정하기에 미흡하다.

객관적으로 보면, 현재까지 삼성SDS의 금융IT시장 복귀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금융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의 문화 자체가 접은 사업을 다시 펼치지 않고, 또 이미 회사를 나간 인력을 다시 부르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금융IT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도 “삼성SDS가 금융IT시장에 복귀할 생각이 있었다면 산업은행 IT아웃소싱은 계속 유지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역시 복귀설의 가능성을 낮게본 것이다. 10년이 넘게 삼성SDS가 맡아오던 산업은행 IT아웃소싱사업은 2013년말 입찰을 통해 1260억원을 써낸 SK C&C가 LG CNS를 따돌리고 5년 계약의 사업권을 차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SDS의 금융IT시장 복귀설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삼성그룹의 의미있는 상황과 맞물려 전혀 다른 각도에서 한번쯤 생각해 볼 여지를 만든다. 삼성SDS의 역할과 위상 뿐만 아니라 삼성그룹 전체적으로도 3년전과 지금의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금융IT시장에 업계 1위 삼성SDS가 돌아온다면 시장엔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된다. 금융IT시장 복귀설 배경을 하나씩 짚어본다.

금융 차세대 IT시장의 부활? = 단순히 시장이 다시 좋아지니까 삼성SDS가 돌아온다는 추론만으로는 최근의 상황이 충분히 설명되지 못한다. 뒤집어말하면 삼성SDS가 고작 3년후를 내다보지 못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일단 금융IT시장 복귀설이 나오는 원인을 찾으려면 그래도금융IT 시장의 변화부터 짚어봐야 한다.

극심한 불황이긴 하지만 향후 금융IT시장 전망은 좋은 편이다. 그동안 잠잠했던 국내 금융권 차세대시스템 시장은 2016년부터 다시 은행, 보험 등 주요업종의 대형 금융회사들을 중심으로 본격 점화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는 일정의 주기를 갖는다. 대체적으로 은행의 경우 10~15년 정도의 사용연한을 갖는다.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까지 은행, 증권, 보험업계의 차세대시스템이 대거 오픈됐다. 시기적으로는 2016~2020년이 재구축 시기가 되는 셈이다.

은행권에선 우리은행이 27일 이사회에서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승인하면 올해 4분기중으로 사업자를 선정한 뒤 오는 2018년 초까지 2년여의 일정으로 2기 차세대시스템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빅뱅 방식으로 추진되는 이 프로젝트는 규모가 3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매머드급이다.

여기에 외환-하나은행 IT통합이 완료되는 내년 2월 설연휴 이후부터 곧바로 통합 하나은행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구축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하나은행의 IT통합은 물리적으로 양행의 IT인프라를 묶어놓은 것일뿐 새로운 통합은행의 역량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차세대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

앞서 지난 2013, 하나금융그룹 내부에서 외환-하나은행 IT부문 우선통합론이 나왔을 당시 아예 IT통합 과정을 생략하고 차세대시스템을 만들어 통합시점에서 개통하자는 견해가 나왔을 정도로 2기 차세대시스템에 대한 개발의지는 강하다. 역시 은행의 규모를 고려했을 때,하나은행의 차세대사업 규모도 우리은행급으로 예상된다.

이외에 보험권에서는 교보생명이 2016년 차세대시스템 개발에 본격 나설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벌써부터 관련 IT업계가 사업추진 정보를 얻기 위한 물밑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연말과 올해 초, 각각 본격화된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의 2기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규모가 2000억원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교보생명의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도 그 수준에 버금가는 매머드급이 될 것이란게 관련업계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국내 금융권에서 손꼽히는 대형 IT사업은 대부분 차세대시스템프로젝트들이다. 그러다보니 여기에 참가할 수 있는 IT업체들도 제한적이다.

삼성SDS가 자리를 비운 최근 몇년간의 국내 금융SI의 상황을 보면, 삼성SDS의 이탈로 넓어진 공간을 LG CNSSK C&C가 좀 더 여유롭게 활용하려 하고 있고, 여기에 한화S&C 등 신흥 도전자들이 적극적으로 핵심에 진입하려는 형국이다. 다만 이 기간동안에 주목할만큼 큰 대형 차세대시스템 사업은 없었다.

따라서 다시 본격적인 차세대시스템 시장이 형성되는 향후 3~4년 간의 국내 금융SI 시장상황만 놓고보면 삼성SDS의 금융IT시장 복귀설은 그 자체로 타당성이 충분히 있다고 할 수 있다.

핀테크 급부상,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달라진 시장환경 = 두 번째로, 삼성SDS의 금융시장 복귀설이 점쳐지는 배경은 급격하게 팽창된 핀테크 시장의 잠재력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차세대시스템 시장과 관련한 금융SI적인 관점과는 전혀 다른 얘기다.

삼성 페이(Samsung Pay) ’의 상용화에서 볼 수 있듯이 향후 국내 핀테크 시장에서 삼성의 역할’이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삼성그룹 계열사중 이를 유연하게 실행할 수 있는 조직은 삼성전자를 제외하곤 삼성SDS가 유일하다는 분석이 많다.

금융 지급결제서비스시장에 삼성SDS가 적극적으로 사업모델을 구상할 수 있고, 이를 계기로 다시 금융IT시장에 자연스럽게 재진입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삼성SDS가 자연스럽게 기존에 보유했던 금융 SI역할을 확대하게 될 것이란 예상이다.

또한 핀테크와는 별개로 올해 가시화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도 삼성SDS의 행보와 전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각의 분석도 있다. 삼성SDS가 우회로를 통해서라도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논리적으로 쉽게 연결되지 않지만 매우 흥미로운 추론이다.

솔루션사업 강화의 일환, 착시일뿐 = 세 번째는 삼성SDS가 기존 솔루션사업의 확장성을 위해 보완적으로 SI사업까지도 부분적으로 재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SDS는 대외 금융IT시장에서 철수를 선언하기 직전까지 M&A(인수합병) 등의 방법으로 계정(코어뱅킹) 및 여신, 리스크관리 등 금융업무에 특화된 애플리케이션을 폭넓게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실제로 현재도 금융권에서 삼성SDS가 보유하고 있거나 계열사와 공유하고 있는 금융솔루션들은 여전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금융시장에선 단순히 제품만을 공급하는 솔루션 사업으로는 금융IT시장을 뚫기에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봉착할 수 있다. 최근 국내에 진출한 모 외국계 생명보험사의 경우, 보험 솔루션을 도입하려했지만 시스템의 개발 및 실행 인력(SI)이 없는 회사의 제품들은 배제한 사례가 있다.

결국 삼성SDS가 솔루션 중심 비즈니스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적정선의 SI인력도 동시에 지원해야할 필요가 생긴다. 이 부분에서 고민할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솔루션사업 강화를 위한 차원이지 수익성이 좋지않은 금융SI 사업에 다시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삼성SDS 가치 키우기…삼성그룹내 핵심 역할론= 마지막으로, 삼성SDS의 그룹내 위상변화와 관련해 금융IT시장 복귀설의 배경을 유출해 볼 수 있다. 가능성이 무척 높은 추론이란 분석이다.

3년전, 삼성SDS는 지금과는 여러가지 면에서 지금과는 달랐다. 국내 IT서비스업계 1위의 위상이긴 했지만 그룹 내부적으론 IT서비스 계열사에 불과했다. 그러나 삼성SNS의 흡수합병을 시작으로 지난해 거래소(KOSPI) 상장까지 삼성SDS는 현재 삼성그룹 지배구조개편 과정의 핵심 계열사로 위상이 180도 바뀌었다.

삼성전자와의 합병설이 나온 배경은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SDS 보유지분(11.25%)이 그룹 지배구조개편에서 큰 의미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삼성SDS와의 합병을 통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을 더욱 상승시키든, 아니면 5~6조원으로 추산되는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필요하든 삼성SDS는 지금보다는 회사 가치를 더욱 키워야하는 게 당면한 숙제다.

지난 4, 전동수 삼성SDS 사장은 회사 창립 30주년을 맞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미래 신사업전략을 제시하면서 오는 2020년까지 매출 20조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삼성SDS78천97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5년밖에 남지않은 기간동안 매출규모을 현재의 2.5배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은 쉽지않은 일이다. 기존 소프트웨어 중심의 고부가가치 사업에 집중했던 삼성SDS는 이제는 외형까지 동시에 키워야하는 상황이다.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하면 SI를 포함한 금융IT시장 복귀도 주저할 입장은 아닌듯 보인다.

그런 면에서 삼성SDS가 비중을 크게 확대하고 있는 물류BPO사업은 참고할만하다. 물류BPO매출의 경우 삼성SDS는 지난 20126276억원, 201318359억원, 20142433억원으로 매출규모를 급격하게 늘렸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그룹 계열사 물류사업까지도 모두 삼성SDS가 독식할 경우 오는 2017년 부터는 연간 5조원 이상의 매출을 물류BPO에서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삼성SDS가 금융IT시장 전면에 복귀하게 된다면, SI시장 공략과 함께 기존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활용한 금융IT 아웃소싱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IT아웃소싱은 고부가가치 영역은 아니지만 꾸준한 수익과 매출이 안정적으로 보장된다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평가받는다.

이와함께 비대면채널 거래의 비중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고, 금융 당국의 금융IT부문 감독방향도 금융회사 자율규제로 바뀜에 따라 통합보안관제 등 IT아웃소싱 사업의 영역도 크게 확대될 여지가 많은 상황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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