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이변은 없었다. 하지만 과정은 험난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원안대로 승인됐다. 이번 합병 과정에서 한국경제는 헤지펀드에 약점을 노출했다. 순환출자로 이뤄진 기업집단은 고리 하나만 끊어져도 기업집단 전체 소유권이 흔들린다. 특히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기업이 문제다. 이에 따라 재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경영권 방어책 도입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영권 방어책으로 부각되고 있는 수단은 크게 두 가지다. ‘포이즌필(poison pill, 신주인수선택권)’과 ‘차등의결권’이다. 포이즌 필은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있을 때 기존 주주에게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새로운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다. 차등의결권은 일부 주식에 특별히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포이즌 필과 차등의결권 모두 적은 지분만 가져도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포이즌필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20개국이 도입했다. 차등의결권은 미국 캐나다 일본 영국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헝가리 터키 싱가포르 등이 운영하고 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보면서 국내 상장사는 합병 등과 같은 기업구조조정을 하는 경우 아무리 법을 지켜도 헤지펀드와 그들을 둘러싼 자문기관이 원하면 할 수 있고 그들이 원하면 합병을 할 수 없다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상황”이라며 “지난 15년 동안 외국계 헤지펀드 타이거펀드 소버린 칼아이칸 론스타 칼라일 헤르메스로부터 SK텔레콤 SK KT&G 외환은행 한미은행 브릿지증권 극동건설 삼성물산 등이 속수무책으로 당한 바 있으며 이들이 먹튀한 돈만 10조원을 넘는다”고 지적했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한국이 공정거래법이나 경영권 승계, 경영권 방어 등에 있어서 세계에서 가장 경직적인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이유는 강력한 반재벌정서와 이상향적 기업관, 이상주의적 경제민주화 논리가 결합돼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이 개혁 모델로 삼았던 미국조차도 투기자본에 대항하고 경영권 안정을 꾀할 수 있도록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필을 허용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연강흠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영권 방어 수단은 주로 투기적 외국자본을 염두에 둔 것”이라며 “국내기업 내국인 소유권을 보호하는 것과 현 경영진을 보호하는 것은 구분해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경영권 보호책을 도입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한국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지난 15일 공동으로 ‘공정한 경영권 경쟁 환경조성을 위한 상장회사 호소문’을 발표했다. 또 국회와 정부에 공정한 경영권 경쟁 환경조성을 위한 개선 의견서와 법률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들은 “2003년 SK에 대한 소버린의 공격을 시작으로 국내 기업에 대한 투기성 헤지펀드의 공격이 계속돼 왔고 국내 최대 그룹인 삼성그룹마저 공격을 당하고 있다”며 “경영권 방어법제의 공정성 확보를 통해 기업이 안정된 경영권 기반에서 정상적인 기업경영에 전념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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