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그동안 간편결제 위주로 활성화되던 국내 핀테크 시장이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핀테크의 개념이 확대되고, 또 거기에서 다양한 수익모델이 제시된다는 점에서 이제는 질적인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핀테크 기술 시장의 분위기를 타진할 수 있는 금융권 경진대회에 출품되는 기술과 서비스가 ‘본인인증’과 ‘결제’를 넘어 ‘빅데이터 분석’과 ‘자산관리’ 등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여기에 P2P(peer to peer) 대출로 대표되는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도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 시장, 활성화 조짐 = 특히 최근에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 시장의 확대 분위기에 시장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간편결제, 본인인증 등의 기술은 전자금융거래 서비스 생태계의 한 요소로 들어가기 때문에 결제 생태계와 공존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마찬가지로 빅데이터 분석과 자산관리서비스 역시 은행 및 카드사와 같이 금융사와 협력하거나 시스템 내에 들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독자적인 생태계 조성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크라우드 펀딩은 독자적으로 시장에 진출, 서비스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최근 크라우드 펀딩을 주요 사업모델로 하는 스타트업의 잇단 시장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다만 대출형 크라우드 펀딩의 경우 규제할 만한 법안이 없는 실정으로 시장 확대에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 여야 대치로 인해 크라우드 펀딩 활성화를 내용으로 하는 자본시장법 통과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크라우드 펀딩은 기존 금융사가 아니라 일반인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방식으로 소셜미디어나 인터넷 등의 매체를 활용해 자금을 모으는 투자 방식이다. 크게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주는 방식인 ▲대출형, 투자를 해 지분을 획득하고 수익을 내는 ▲투자형, 금전적 보상을 기대하지 않는 ▲후원형 등으로 분류된다.
영국에서 시작된 크라우드 펀딩은 유럽, 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활성화되어 있으나, 국내에서는 2007년부터 생겨나 2011년부터 본격화된 것으로 파악된다.
초창기에는 트리플리치의 머니옥션(www.moneyauction.co.kr), 팝펀딩의 팝펀딩(www.popfunding.co.kr), 요론닷컴의 퍼스트핸드(www.firsthand.co.kr), 디지론피아의 랜드캐쉬(www.landcash.co.kr), 8퍼센트(http://8percent.co.kr/ ) 등 5개의 중소 업체가 시장을 견인했으나 이중 일부 업체들은 대출전문기업에 흡수되거나 사업을 접은 상황이다.
이니시스도 이니P2P라는 사이트를 운영했지만 지난 2011년 이후로 업데이트가 중단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 서비스에 대해 대출중계보다는 물품안전거래에 대한 중계정도로 봐야한다는 관측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외형적으로는 투자를 원하는 일반인그룹이 십시일반(十匙一飯)해 대출을 원하는 사람에게 투자를 하는 개념인데, 투자중계업체는 투자자의 투자 손실을 막기 위해 투자금액을 100만원에서 2000만원 정도로 적당한 선까지 투자가 가능하도록 했다.
서비스 방식은 크라우드 펀딩을 원하는 기업이나 개인 등 대출자가 일정한 한도 내에서 이자율과 기간으로 투자를 제시하고 중계업체가 이를 심사해 투자를 결정하고 서비스를 오픈하면 매월 원리금을 중계업체에 입금해 중계업체가 투자자에게 일정한 비율에 따라 고르게 상환하는 방식이다.
| 문제점 | 해결책 |
크라우드 펀딩 구조적 한계 | 투자원금 미보장 | 다수의 투자자를 통해 손해를 분산 |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대출자 | 빅데이터 활용해 신용등급 측정 | |
투자주체 문제 | 금융당국 개입 | |
법적 제약 | 대부업법에 제약 | 새로운 업종분류 |
◆투자원금 문제, 대부업법 논란=문제는 크라우드 펀딩의 경우 투자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대출자가 입금을 지연하거나 상환을 못하게 되면 채권관리가 진행되긴 하나, 법적으로 보호받기는 어려운 상황이 벌어진다. 그래서 다수의 투자자를 통해 손해를 분산시키고는 있지만 투자자의 손해는 중계회사가 책임지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또, 이미 1금융권에서 대출이 거부되었거나 대출이 어려운 대출자가 2금융 또는 3금융을 거쳐 대출중계사이트까지 온다는 것은 상환능력이 다소 떨어진다고 볼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신용도 조사 또는 세부정보가 부족한 가운데 대출이 진행되기 때문에 투자 손해가 염려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실제로 투자가 다수의 투자자를 통해 이루어 진 것인지, 대부업체를 통해 이루어 진 것인지에 대해서 대출자가 확인할 길이 없다. 이에 따라 대출자는 경우에 따라 상환에 따른 부담이 대부업체에 떠넘겨질 수 있는 위험성도 존재한다.
특히 크라우드 펀딩 업체들은 금리차이에도 불구하고 대부업으로 분류되어 여러 가지 제약들이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8퍼센트 관계자는 “현재 P2P금융 플랫폼을 이용하는 투자자들이 익명조합을 설립하는 형태로 대부업법 위반을 비켜가고 있다”며 “현재 대부업법은 서로 전혀 연관이 없는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P2P대출의 기본구조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부업법에 따르면 투자자는 관할 지역에 대부업자 등록을 해야 자금을 빌려줄 수 있다. 하지만 익명조합을 설립하는 방식도 법적으로 완전하지 않다는 논란이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새롭게 규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실제 8퍼센트의 경우 서비스 초기에는 ㈜헬로우월드라는 법인으로만 운영했는데 금융감독원에서 사이트 폐쇄조치를 하면서 새롭게 대부업 및 대부중개업 등록을 통해 에잇퍼센트대부㈜라는 법인을 추가로 설립했다. 현재 2개 법인의 형태로 P2P대출업을 운영하는 것에 대해 금융감독원의 유권해석을 받은 상태다.
이에 따라 대출형 크라우드펀딩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한국크라우드펀딩기업협의회를 구성해 법안관련 담당자들과 지속적으로 미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크라우드펀딩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하고 본회의 통과만을 앞두고 있지만 지분투자형 위주로 법이 제정되고 있다. 대출형 크라우드 펀딩에 대해선 금융당국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라우드 펀딩 업체인 빌리 관계자는 “대부업은 대부업자를 규제하기 위한 법안으로 크라우드 펀딩과는 맞지 않다”며 “대출형 크라우드 펀딩 법안이 마련되어야 하며, 그래야만 실질적으로 스타트업들이 금융사와 협약을 맺고 시장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IT시스템 구축도 관심=한편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는 온라인을 통해 진행되는 만큼 IT시스템 구축도 중요한 화두다.
물론 P2P 대출의 경우 인터넷 뱅킹 시스템과 같은 복잡한 시스템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SK C&C, LG CNS 등 핀테크 금융 플랫폼 개발에 나선 기업들은 P2P 대출을 하나의 모듈로 정의하고 있지만 이는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전제로 한 것으로 독자적인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지는 않다.
업계 관계자는 “P2P 대출의 경우 수백억원의 시스템 투자가 필요하지는 않다”며 “대신 본인의 투자 현황과 진행상황 등을 투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대쉬보드 등 웹 환경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고 전했다.
8퍼센트의 경우 IT 시스템은 자체적으로 구축했다. 국내 스타트업이 개발한 아이유에디터(IUEditor)와 아마존 웹서비스를 이용해 빠르게 IT인프라를 확장하고 있다. 아마존 웹서비스를 이용해 향후 크라우드 펀딩 상품이 늘어나게 될 경우 IT인프라를 원활하게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빌리의 경우 크라우드 펀딩 중개 플랫폼은 자체 개발하고 투자금 예치 등 뱅킹 시스템은 페이게이트의 세이퍼트 시스템을 이용했다.
크라우드 펀딩에 있어 펀딩 중개는 온라인에서 대출 신청부터 승인까지 가능한 프로세스와 투자자 인증, 투자 및 투자금 회수 등이 가능한 프로세스, 투자자와 대출자의 활동을 한눈에 확인하는 요약 화면, 그리고 대출자의 신용정보·상환능력·소셜정보·상환이력 등을 조합해 대출자를 평가하는 분석 알고리즘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중요한 것이 보안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대출을 중계해준다는 점에서 은행 업무 중 일부를 수행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지난해 2월 미국 크라운드펀딩(Crowd) 서비스 ‘킥스타터(KickStarter)’의 웹사이트가 해킹당하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개인의 결제정보를 가지고 있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 대한 공격은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인터넷 전문은행과 같이 대규모 시스템 투자가 일어나기 힘든 구조 상 상대적으로 보안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을 크라우드 펀딩 업체들이 자각하고 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보장돼야 한다고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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