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의 주력 사업 가운데 하나인 카메라 모듈 부문이 위기를 맞고 있다.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 판매가 급감하자 카메라 모듈 출하량이 크게 감소했다. 이 탓에 그 동안 지켜왔던 1위 자리도 중국 업체에 내 줬다.
29일 시장조사업체 테크노시스템즈리서치(TSR)가 최근 발표한 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기의 카메라 모듈 출하량은 1억4655만대로 전년 대비 무려 23.2%나 감소했다. 업계 순위도 2013년 1위에서 지난해 8위로 떨어졌다. 작년 카메라 모듈 1위 업체는 2억4250만대를 출하한 중국 모듈 제조사인 서니 옵틱스였다. 삼성전기의 지난해 카메라 모듈 사업 실적은 국내 경쟁사인 LG이노텍(1억5890만대, 5위)보다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삼성전기의 카메라 모듈 출하량이 급감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꼽을 수 있다. 우선 지난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 성장세가 꺾이자 큰 영향을 받았다. 삼성전기의 주요 고객사로는 소니, 블랙베리, 모토로라 등이 있지만 대부분의 모듈 물량을 삼성전자로 공급한다.
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이 카메라 모듈 사업에 직접 진출한 영향도 컸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 말 지분 100%를 소유한 삼성광통신을 소규모 합병 방식으로 흡수합병하며 카메라 모듈 역량을 확보했다. IM 부문은 베트남 하노이에 공장을 지어 월 500만대의 카메라 모듈을 직접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갖고 있다. 삼성전자 IM 부문과 삼성전기는 기술력 격차가 없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된 갤럭시노트4의 1600만 화소 손떨림보정(OIS) 카메라 모듈의 경우 삼성전기는 물론 삼성전자도 이를 개발해 공급했다. 갤럭시S, 갤럭시노트에 탑재되는 프리미엄 모듈은 삼성전자, 삼성전기가 동시 공급하는 구조가 됐다. 말하자면, 삼성전기만 먹을 수 있는 시장을 삼성전자가 ‘나도 먹겠다’며 직접 치고 들어온 것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기는 지난해부터 중국의 신규 고객사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모듈 공장이 아직 풀 가동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베트남 신규 공장을 6월부터 가동한다는 점이다. 이 회사의 모듈 공장 평균 가동률은 지난 3월 말 기준 평균 5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신규 공장이 가동되면 기존 공장의 가동률은 더 낮아질 수 밖에 없다. 갤럭시S6에 기대를 걸었던 눈치지만 가동률을 극적으로 끌어올릴 만큼의 수량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베트남 공장 가동으로 인한 물류나 인건비 절감이 전체 가동률 저하로 인한 손해를 만회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이익률이 저하될 수 밖에 없다. 하준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반기로 갈수록 삼성전기의 실적이 우하향(떨어진다는 뜻)할 우려가 있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8만원에서 7만원으로 낮춰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물류, 인건비 등 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베트남에 공장을 짓지 않을 수 없었겠으나 단기적으로는 전체 공장 가동률이 저하돼 이익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주엽 기자>powerusr@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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