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4월 25일 발행된 <인사이트세미콘>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6 시리즈가 드디어 판매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물론, 증권가와 조사업체들은 갤럭시S6가 지금까지 출시된 갤럭시S 시리즈 가운데 가장 많은 출하량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갤럭시S6용 부품을 공급한 업체들은 이 기대가 충족되길 바라는 눈치다. <인사이트세미콘>은 갤럭시S6 판매 돌입을 맞이해 이 제품에 탑재된 각종 부품을 분석하고 공급사 현황을 소개한다.
글 한주엽 기자 powerusr@insightsemicon.com
갤럭시S6는 삼성전자의 올해 전사 실적을 책임질 비밀병기다. 삼성전자에서 스마트폰 사업을 맡는 IT&모바일(IM) 부문 소속 무선사업부는 갤럭시S5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제로 베이스, 즉 원점에서 다시 갤럭시S6를 개발했다고 한다. 갤럭시S6의 외형을 보면 그간 적용하지 않았던 알루미늄 케이스를 채용하고, 이에 따라 교체 가능한 각형 배터리 대신 교체 불가능한 파우치형 배터리를 내장했다. 각종 부품은 고사양 최신 제품을 적용했다. 스마트폰에선 최초로 14나노 핀펫 공정으로 생산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탑재했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퀄컴 솔루션’을 배제키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업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디자인과 성능 면에서 차별화를 이룬 갤럭시S6의 평가와 기대는 일단 긍정적이다. 지난 9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갤럭시S6 월드투어 서울’에서 신종균 삼성전자 IM 부문 사장은 “(판매 목표치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말하긴 곤란하지만 전작 대비 많이 늘어날 것”이라며 갤럭시S6 시리즈의 성공을 자신했다. 이상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 부사장은 “(갤럭시S6 발표 후 통신사 등) 시장 반응을 보면 호조가 예상된다”라며 “역대 갤럭시S 시리즈 중에서는 최대 판매량을 기록할 것”이라고 구체적 기대감을 드러냈다.
퀄컴 배제, 자체 부품 탑재율 최대
삼성전자와 시장이 갤럭시S6의 성공을 점치는 이유는 이 제품에 탑재된 주요 부품들이 현존 제품들 가운데 최고 사양이기 때문이다. 실제 갤럭시S6의 부품 원가는 전작인 갤럭시S5는 물론 경쟁 제품인 아이폰6 대비 20%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분석 전문업체인 <테크인사이트>는 32GB 용량 갤럭시S6(모델명 SM-G920I)의 부품 원가를 275.50달러로 추정했다. 이는 전작인 갤럭시S5(모델명 SM-G9008V, 215.43달러) 대비 27.8%나 높아진 수치다. 경쟁 제품인 아이폰6(16GB, 228.08달러)와 비교해도 20.7% 원가가 높다. 갤럭시S6와 아이폰6의 부품 원가 차이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메모리, 카메라, 디스플레이 부품에서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테크인사이트>는 “갤럭시S6의 AP, D램, 디스플레이 패널, 카메라 부품 원가의 총합은 아이폰6보다 54달러나 높다”며 “삼성은 갤럭시S6의 설계비용을 아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알루미늄 케이스는 갤럭시S6의 부품 원가를 높인 주된 요인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갤럭시S6와 갤럭시S5의 부품 원가 차이는 AP와 모뎀 솔루션에서 기인한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갤럭시S6에 최고 사양 부품을 넣기 위해 스마트폰 칩의 ‘표준’처럼 여겨져 왔던 퀄컴 제품을 배제하는 초강수를 뒀다. 14나노 핀펫(FinFET) 공정으로 생산된 엑시노스7 7420 AP는 28나노 퀄컴 스냅드래곤 810 대비 중앙처리장치(CPU) 및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이 월등히 높은데다 전력 소모량도 적은 것으로 삼성은 물론 외부 전문가들도 판단하고 있다.
삼성이 독자 14나노 칩을 전략 스마트폰에 탑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통신 기능을 맡는 모뎀칩 솔루션 개발을 마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갤럭시S6에는 카테고리10(CAT10)을 지원하는 엑시노스 모뎀 333(개발코드명 섀넌 333)이 들어갔다. RF 트랜시버와 전력관리칩(PMIC) 등 주변 제품도 모두 삼성전자 제품이다.
<테크인사이트>는 “갤럭시S5에 탑재된 스냅드래곤 801(AP+모뎀통합칩)의 부품 원가는 42.32달러, 갤럭시S6의 엑시노스 7420+엑시노스 모뎀 333 조합(61달러) 대비 약 19달러 저렴했다”며 “삼성은 신형 스마트폰에 14나노 핀펫칩을 넣기 위해 많은 비용을 치렀다”고 설명했다.
갤럭시S6는 역대 삼성전자 스마트폰 가운데 가장 많은 자체 부품을 사용한 제품으로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이 퀄컴과의 ‘거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신종균 사장은 “최고를 써야 했기 때문에 삼성전자 자체 AP와 모뎀을 썼다”며 “차기 신작에서는 퀄컴을 쓸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독자 AP와 모뎀칩 솔루션으로 구성
갤럭시S6에 탑재된 엑시노스 7420은 14나노 핀펫 공정으로 생산된 AP다. 64비트 명령어를 지원하는 ARMv8 아키텍처의 A57(고성능) 코어 4개, A53코어(저전력) 코어 4개가 내장된 옥타코어 중앙처리장치(CPU) 구조다. A57 코어의 동작 클록은 2.1GHz, A53 코어의 동작 클록은 1.5GHz다. 그래픽처리장치(GPU)는 ARM의 말리 T-760이 내장됐다. 삼성전자의 공식 발표 자료에 따르면 기존 20나노 제품 대비 성능은 20% 향상되고 소비 전력은 35% 줄어든다.
14나노 엑시노스 7420의 칩(Die) 면적은 분석 업체별로 다른 추정치를 내놓고 있다. <칩웍스>에 따르면 엑시노스 7420의 다이 면적은 20나노 엑시노스 5433(113㎟) 대비 30.9% 감소한 78㎟. 갤럭시S5에 탑재된 28나노 공정 스냅드래곤 801(118.3㎟)과 비교하면 34%나 줄어든 것이다. 반면 <테크인사이트>는 엑시노스 7420의 다이 면적을 86㎟(9.2×9.3mm)로 추정했다. 어떤 것이든 20나노 혹은 28나노 공정으로 생산된 AP 보단 면적이 좁다.
CAT10 모뎀칩 솔루션도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개발한 제품이 탑재됐다. 이는 관련 업계에선 큰 화제가 되고 있다. 14나노 AP의 경우 삼성전자가 이미 2년 전부터 대내외적으로 많은 홍보를 해 왔던 덕에 세간에 널리 알려진 편이지만, 모뎀칩 솔루션의 개발 로드맵과 진척도는 그간 베일에 쌓여있었다.
갤럭시S6에 탑재된 엑시노스 모뎀 333(개발코드명 섀넌 333)은 CAT10을 지원, 20MHz 주파수 대역 3개를 묶어(Carrier Aggregation, CA) 최대 450Mbps의 다운로드 속도를 낼 수 있는 제품이다. 업로드는 20MHz 주파수 대역 2개를 묶어 100Mbps의 속도를 낸다. 퀄컴과 인텔도 CAT10 모뎀칩을 발표하긴 했으나 삼성전자는 실제 상용화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모뎀칩 기술이 퀄컴에는 못 미치지만 인텔 수준까지는 올라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모뎀칩과 붙는 엑시노스 928 무선주파수(RF) 트랜시버, 엑시노스 710 엔벨롭 트래킹(Envelope Tracking) IC도 삼성 제품이다. 스마트폰에 모뎀칩과 함께 탑재되는 RF 트랜시버는 기지국으로부터 고주파(수백MHz~ 수GHz) 신호를 받아 모뎀이 처리 가능한 저주파 대역으로 변조하거나 그 반대의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는 모뎀 RF 제품을 상용화하는 데 상당한 애를 먹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엔벨롭 트래킹 IC는 통신 모드(3G, 4G)에 따라 적절한 전력을 배분한다.
AP와 모뎀에 붙는 전력관리칩(S2MPS15, 엑시노스 533 PMIC)도 삼성 제품이 들어갔다. 무선랜과 블루투스를 아우르는 커넥티비티 칩은 여전히 브로드컴이 공급했지만 최근 핀테크 이슈로 ‘뜨고 있는’ 근거리무선통신(NFC) 관련 칩은 삼성의 독자 제품이 탑재됐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는 지난해까지 적자에 허덕였던 모습을 보여 왔으나 갤럭시S6 시리즈에 AP, 모뎀칩 솔루션 등의 공급을 성사시키면서 올해는 실적 개선을 예고하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가 공급한 D램과 낸드플래시는 각각 AP와 모뎀칩 위로 얹은 패키지온패키지(Package on Package, PoP)로 적층돼 있다.
블루 형광 소재 효율 개선한 OLED
갤럭시S6에 탑재된 삼성디스플레이의 5.1인치 OLED 패널은 QHD(2560×1440) 해상도를 지원하는 제품으로 종전 갤럭시S5의 풀HD(1920×1080) 대비 화소 수가 2배 가까이 늘어났다. 반면 S6에 탑재된 OLED 패널의 전력 소모량은 S5 OLED 대비 20%나 줄었다. 디스플레이 평가 업체인 <디스플레이메이트>에 따르면 최대밝기로 제품을 사용할 때 갤럭시S5의 전력소모량은 0.82와트(W)인 반면 갤럭시S6는 0.65W로 20.7%나 낮았다. 해상도가 높아진 가운데 전력소모량이 줄어든 이유는 블루 형광 발광 소재의 효율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다.
OLED 발광 재료는 특성에 따라 형광(螢光)과 인광(燐光)으로 구분되는데, 인광 재료는 형광 재료 대비 전기 에너지를 빛으로 변환하는 효율이 4배나 높다. 레드, 그린 인광 재료는 이미 개발이 완료, 상용화된 상태지만, 블루의 경우 인광 재료가 상용화되려면 앞으로 2~3년은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즉, OLED 발광 재료 가운데 전력을 가장 많이 잡아먹는 건 바로 블루라는 의미다. 줄일 수 있는 여력이 많이 남아있다는 뜻도 된다. 그러나 아직 어떤 식으로 블루 발광 소재의 효율을 끌어올렸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SFC, 이데미츠코산, 다우케미칼이 삼성디스플레이에 블루 호스트 형광 발광 소재를 공급하는 업체다.
갤럭시S6 엣지에 탑재되는 플렉시블 OLED 패널은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의 A2 플렉시블 라인에서만 양산되고 있으므로 원하는 만큼 공급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수율을 100%로 가정하더라도 삼성디스플레이의 5.5세대(4분할 기판) A2 플렉시블 전용 라인에서 찍어낼 수 있는 5.1인치 플렉시블 OLED 패널의 양은 월 300만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갤럭시S6 시리즈의 올해 출하량 기대치를 5000만대, 초도 물량 예상치를 2000만대 수준으로 잡고 실제 플렉시블 패널의 수율을 대입해보면 올해 1월부터 양산에 돌입했다 하더라도 초도 물량의 30% 수준을 맞추기도 빠듯하다는 분석이다. 6월부터 신축 A3 플렉시블 OLED 라인이 본격 가동되면 제한적인 공급 상황도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커버글래스의 경우 갤럭시 알파 시리즈 마찬가지로 코닝의 고릴라글래스4가 탑재됐다. 고릴라글래스4는 기존 고릴라 글래스3 대비 두께는 25% 얇아졌지만 강도는 보다 높아진 것이 특징이다.
배터리는 각형에서 파우치형으로
알루미늄 케이스가 적용되면서 배터리는 기존 착탈식에서 내장형으로 변경했다. 착탈식일 때는 안전을 고려해 각형 배터리를 사용했지만, 일체형 알루미늄 본체를 적용한 갤럭시S6는 배터리를 밖으로 꺼낼 일이 없으므로 파우치형을 내장한 것이다. 이미 애플은 아이폰 시리즈에 파우치형 배터리를 채택해오고 있었다.
폴리머 형태의 전해질을 사용하는 파우치형 배터리는 다양한 형태로 변형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갤럭시S6에 탑재된 배터리(갤럭시S5는 2550mAh, 엣지 모델은 2600mAh)는 갤럭시S5(2800mAh) 대비 용량이 작지만 14나노 AP, OLED 디스플레이 패널의 전력효율 개선 등에 힘입어 실제 배터리 지속 시간은 갤럭시S5와 동등 수준 혹은 길다는 평가다. 삼성전자가 파우치형 배터리를 채택하면서 삼성SDI의 배터리 생산라인 투자도 파우치형에 집중될 것으로 분석된다.
권명숙 삼성SDI 소형전지마케팅팀장(당시 상무, 현 인텔코리아 대표)은 지난 1월 열린 2014년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소형 배터리는 향후 각형보다는 파우치형 중심으로 고성장이 예상된다”며 “삼성SDI도 파우치형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미지센서는 소니 제품이 탑재
갤럭시S6 시리즈의 카메라에는 소니의 CMOS이미지센서(CIS)가 탑재됐다. 지난해 갤럭시S5에 삼성전지 시스템LSI의 아이소셀 CIS가 탑재됐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소니의 CIS는 애플 아이폰6 시리즈 및 아이패드 에어2 전·후면 카메라에도 적용되고 있다. 스마트폰 1, 2위 업체에 CIS를 동시 공급하고 있는 소니는 지난 2월 1050억엔(약 1조원) CIS 증설 투자를 발표한 데 이어 최근에는 450억엔(약 4000억원)을 추가 투입한다고 밝혔다. 올해 1조4000억원의 투자금을 쏟아 붓는 소니의 CIS 생산 능력은 현재 300mm 웨이퍼 투입 기준 월 6만장에서 증설이 완료되는 내년 9월에는 월 8만7000장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테크노시스템즈리서치(TSR)>에 따르면 지난해 소니는 CIS 시장에서 매출액 33억400만달러를 기록, 시장점유율 39.5%로 독보적 1위 자리를 고수했다. 2위인 미국 옴니비전(점유율 16.2%)과 3위인 한국 삼성전자(15.7%)보다 소니의 CIS 매출액이 두 배 이상 많다. 내년 증설이 완료되면 이 점유율은 보다 확대될 공산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한편, 갤럭시S6에는 ST마이크로의 터치 컨트롤러가 탑재된 것도 눈에 띈다. ST의 터치 컨트롤러는 과거 갤럭시노트 네오3에도 탑재된 적이 있었지만 주력인 S 시리즈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갤럭시S5에 터치 컨트롤러를 공급했던 업체는 시냅틱스였다.
<한주엽 기자>powerusr@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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