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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고무줄 징계…그때그때 달라요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의 이동통신사 징계가 뒷말을 낳고 있다. 비슷한 수준의 위반행위에도 징계 수위는 제각각이어서 원칙이 결여됐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방통위는 지난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단말기유통법을 위반한 SK텔레콤에 과징금 235억원에 영업정지 1주일 처분을 내렸다. 방통위는 SK텔레콤에 대해 단말기 유통법 ▲제4조 제4항 및 5항 공시지원금 초과 ▲제9조 제3항 이용자 차별 ▲제13조 제2항 조사방해 등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예상을 웃도는 중징계에 뒷말도 무성하다. SK텔레콤이 잘못한 것은 분명하지만 원칙 없는 징계에 대한 지적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방통위는 과열경쟁 주도 사업자에 대한 중징계를 입버릇처럼 얘기했지만 실제 제대로 지켜진 적은 없었다. 지난해 말 아이폰6 대란의 경우 과열을 주도한 사업자나 쫓아간 사업자 모두 동일한 형량을 부과해 규제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통사 단독 영업정지는 지난 2013년 7월 KT가 처음이었다. 당시 KT는 일주일 영업정지를 맞았다. 방통위원들은 앞으로 법 위반 주도사업자에 대해 2주 이상의 단독 영업정지를 내리겠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해당 해 발생한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벌점 차이가 미미하다며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지 않고 과징금 처분만 내렸다. 상임위원들의 개인적 판단에 의한 것이었다. 혼자 단독 영업정지를 맞은 KT만 속 터질 노릇이었다.

또한 LG유플러스는 지난해 2주 영업정지를 맞았지만 행정심판 소송을 통해 영업정지 7일을 감면받았다. 당시 방통위는 이통사의 법적대응에 오히려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동안 이통사는 규제기관에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가장 무서운 죄는 괘씸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성준 위원장이 법조인 출신인데다 법적 대응이 오히려 깔끔하고 규제기관도 향후 정책에 참고하는 등 긍정적인 취지가 있는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이통사들의 규제기관 눈치보기는 여전하다. 특히 SK텔레콤은 늘 시장 1위라는 이유로 더 높은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받곤 했다. 26일 전체회의서 고삼석 위원은 "시장을 안정화 해야 하는 SKT가 위반했다는 점에서 중대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동통신 시장이 누가 보조금 전쟁을 시작하면 모두가 따라갈 수 밖에 없는 시장이다. 1위 사업자라고 멀뚱거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한 기껏 영업정지 처분은 내려놓고 시장상황을 감안해 피해가 적은 시기에 방통위가 정지시기를 정하는 경우도 있다. 유통시장의 충격 등을 줄이기 위해서라지만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취지가 퇴색될 수 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방통위의 영업정지, 과징금 무한 반복에도 불구, 이동통신 시장에서 불법 보조금, 이용자 차별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규제의 실효성 측면에서 영업정지, 과징금 처분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채수웅 기자> 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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