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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안돼요”…과도기 단말기유통법의 현실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법이 당초 의도한 바와 달리 속된 의미로 쓰여 아쉬움이 있다.”

12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약칭에 대한 언론 참고용 자료를 배포했습니다. 법이 시행된 지 5개월이 다 된 상황에서 뜬금없이 법률명칭에 대해 언론의 환기를 요청한겁니다.

이 법의 정식명칭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입니다. 보통 법률 명칭이 길기 때문에 축약해 부릅니다. 언론도 기사 쓸 때 보통 전체명칭 처음 한 번만 쓰고 이후로는 약칭을 씁니다. 기사 제목에 19자나되는 명칭을 적을 수는 없는 노릇이죠.

법제처는 가능하면 짧게 만들되 법률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단축하라고 권고 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사례 하나 들겠습니다. 무려 82글자에 달하는 법률이 있습니다.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3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 2014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및 2015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지원법'이라는 법률이 있습니다. 이를 6글자로 줄이면 '국제대회지원법'이 됩니다. 법제처가 권고한 내용입니다.

보통 언론이나 국민들은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을 '단통법'으로 부릅니다.

하지만 방통위와 미래부는 단통법은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고 법령의 내용을 유추할 수 없는데다 법제처 약칭기준에도 맞지 않는다며 '단말기유통법'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단말기유통법'은 법제처가 권고한 명칭이기도 합니다. 단통법의 '통'이 유통의 의미가 아니라 통신사 의미를 내포해 이질적으로 사용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단언컨대 통신사를 위한 법' 식입니다. '단통법'은 법을 반대한 특정 단말기제조사의 마케팅 전략이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약칭은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나름의 법칙이 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한글자씩 따서 방통위라고 부릅니다. 박근혜 정권에서 탄생한 미래창조과학부는 미래부라고 부릅니다. 한글자씩 붙이면 미창과부죠. 실제 부처 출범 초창기 냉소적인 의미를 담아 미창부, 미창과부로 불렸습니다. 창조경제를 진두지위할 부처명에 '과부'라니요. 지식경제부에서 이름을 바꾼 산업통상자원부는 '산통부'로 불렀습니다. 딱 봐도 부정적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단통법'은 '미창과부'나 '산통부'처럼 듣는 순간 부정적인 이미지로 다가올까요. 개인차가 있겠지만 '과부'나 '산통' 등 하나의 완성된 부정적 단어는 없습니다만 좋은 의미로 다가오지도 않습니다. 개인적 관점에서는 썩 좋지도 그렇다고 아주 나쁘지도 않은 것으로 보여집니다.

공무원들에게 '단통법'이 부정적 의미로 다가오는 이유는 사실 단어 그 자체보다는 법 시행초기 시행착오로 인한 엄청난 비판 때문일 수 있습니다. 매일 언론에서 헤드라인으로 “단통법 문제있다”, “악법이다”고 하니 제 아무리 아름다운 단어로 이뤄진 법이어도 공무원, 국민 입장에서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아직 1년은 커녕, 반년도 지나가지 않았습니다.

기자는 제목이 길어지면 단통법이라고 썼지만 기사에서는 가급적 단말기유통법이라고 써왔습니다. 반골기질일까요. 정부가 단통법 쓰지 말라고 하니 오히려 더 쓰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이름이 주는 이미지도 크지만 법이 실생활에서 어떤 모습으로 다가가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차별을 막겠다는 법이 등장했는데도 여러 꼼수는 여전합니다. 여전히 대란도 발생합니다. 이거 법 지키다가 나만 손해보는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단통법이 실패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수치상으로 개선된 모습이 분명히 있습니다. 법의 혜택을 받는 사람이 월등히 많아진다면 단통법 이미지도 개선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되지 않습니다. 법이 실효성 있게 집행될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과 개선작업이 필요해보입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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