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시행된 지 1개월이 지났다. 이동통신 시장에서의 불합리한 이용자 차별, 단말기 출고가격 인하, 유통시장의 선진화 등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법 시행 초기 시장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법이 시행된지 한 달도 되지 않았지만 법 개정 논의를 비롯해, 일부에서는 폐지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저가요금제 가입 증가, 합리적 통신소비 문화, 기존 혜택에서 소외됐던 가입자들의 혜택 확대 등을 감안하면 법제도가 점차 자리를 잡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데일리>는 단말기유통법 시행 1개월을 맞아 이동통신 시장에서의 변화를 분석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통신, 단말기, 유통시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진단해본다. <편집자 주>
- [단통법 오해와 진실 ①] 지원금 착시현상…중고폰·저가요금제 활성화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다. 법 시행 이전 가입자 차별, 불법 지원금 등 혼탁한 이동통신 유통구조를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법 시행 초기 줄어들은 번호이동 지원금 수준 때문에 예상치 못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소위 ‘대란’으로 불리던 특정 시기, 지원금은 50~60만원에 달했다. 법 시행이후 지원금은 10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원금이 20만원 수준으로 올라갔지만 ‘대란’ 당시의 지원금 규모와는 차이가 컸다.
사실 '대란' 시기의 지원금은 평균적인 보조금으로 볼 수 없는 그야말로 특수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일부 소비자, 정치권, 유통업계는 단말기유통법이 전국민을 호갱님으로 만들었다며 법 시행 한달도 되지 않아 법개정, 폐지 등을 운운하기까지 이르렀다.
그렇다면 단말기유통법은 정말 5600만 이동통신 가입자를 호갱님으로 만든 법일까. 법의 취지는 사라졌고, 실효성은 찾기 어려운 것일까?
◆단말기 유통법 왜 생겼지?=단말기 유통법이 강조하는 단어는 ‘공정’과 ‘투명’이다. 누구는 공짜로 휴대폰을 쓰고 정보가 없는 사람들은 지원금 한 푼 받지 못하는 이용자 차별을 없애고 건전한 유통질서를 세우겠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경쟁, 투자 촉진을 이끌어내 가계통신비 인하를 달성하겠다는 것이 단말기유통법이 지향하는 바다.
정부가 민간 사업자의 마케팅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비판에도 불구, 정작 규제를 받게 되는 이통사들까지 스스로 규제가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사업자, 유통업체, 단말제조사, 정부 모두 잘못이 있겠지만 어느 한쪽의 자정노력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지난 2월 스마트폰을 사기 위해 추운새벽 수백미터 줄을 서는 진풍경에 박근혜 대통령까지 “이러한 일이 계속 돼선 안된다”며 단말기유통법의 통과를 촉구했고, 국회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법을 통과시켰다.
◆전국민 호갱님 법?…실효성 정말 없나?=그렇다면 단통법 시행으로 과거의 모든 문제점은 사라졌을까?
법 시행 이후 ‘대란’, 또는 과열경쟁 때처럼 높은 지원금은 받기 어려워졌다. 시장 안정기의 수준으로 내려왔다. 이제 잠깐이기는 하지만 최신 스마트폰을 공짜 수준에 가입하기는 어려워진 것이다. 그러다보니 법 시행과 동시에 정부와 이통사, 단말제조사 등은 비난 여론에 직면하게 됐다.
이에 대해 한 이통사 고위 관계자는 “첫 주 지원금 수준에 대해 굉장히 많은 지적이 있었지만 통신사도 처음 해보는 것이라 보수적으로,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사업자들이 각자의 전략을 풀어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3주차에는 지원금이 22만원까지 확대됐다. 정부와 업계의 간담회, 아이폰6 출시 이슈 등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사업자들이 관망에서 이제는 본격적인 게임판에 뛰어든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지원금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많지만 그동안 지원금 혜택을 받지 못한 저가 요금제 가입자나, 계속해서 단말기를 이용하는 가입자들은 추가 요금할인을 받게됐다. 실제 중고폰 가입자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12%의 요금할인 정책 때문이다. 10월 들어 중고폰 일평균 가입자는 5만5000건으로 9월 평균 2만9000건에 비해 88.6% 증가했다. 단말기 교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가입자들에게는 과거에는 없던 혜택이다.
또한 4만5000원 미만의 저가요금제 가입 비중은 10월 들어 46.7%로 9월 평균 31%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반면, 85 이상의 고가 요금제 가입비중은 27.1%에서 8.9%로 크게 줄었다. 고가요금제 강요행위를 더 이상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통신과소비가 아닌 자신의 이용패턴을 점점 찾아가는 현상이 일반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보조금 착시현상 벗어나야=그럼에도 여전히 지원금 수준이 적다는 평가는 적지 않다. 이는 몇 가지 요인에 근거한다. ‘대란’ 당시의 보조금을 기대하는 심리도 있지만 과거에는 요금할인을 지원금으로 오인토록 하는 판매행위가 많았지만 이제는 법으로 금지했기 때문에 체감하는 지원금은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오히려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최신 스마트폰의 평균 지원금은 예전 시장 안정기때 보다 올랐다. 법 시행 후 처음 이통사가 공시한 주요 단말기 지원금은 10만원 초반(갤럭시노트4 기준) 수준이었다. 사실 예전 갤럭시노트3의 경우 2개월 후에나 10만원 초반의 지원금이 지급됐다. 법 시행 3주차만에 노트4 지원금은 22만원까지 높아졌는데 노트3의 경우 3개월에도 13만원에 불과했다. 물론, 대리점마다 차이가 있었고, 스팟성 식으로 불법 지원금이 뿌려지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실제 소비자가 받아들이는 온도와는 차이가 있다.
법 시행 전후를 비교하면 9월 23~30일 평균 지원금은 13만원 수준이었고 법 시행 후 평균 지원금은 12만3000원이다.
평균 50만원 수준으로 인식되고 있는 지원금은 요금할인으로 인한 착시효과가 대부분이다. 이통사들은 꾸준히 50만원의 지원금을 뿌릴 여력은 없다. 당연히 요금제 가입으로 인해 할인 받아야 하는 것을 유통점에서는 인심 쓰듯 지원금으로 설명했고 소비자들은 싸게 휴대폰을 구매한 것으로 인식하곤 했다.
◆번호이동 감소로 이동통신 시장 고착화 가능성은?=법 시행 초기 이통사, 제조사들의 조심스러운 행보 때문에 소비자들 역시 관망세였다. 특히, 번호이동 시장은 그야말로 조용해졌다.
그렇다면 시장은 계속해서 조용하게 흘러갈까. 번호이동의 급감과 기기변경의 증가는 이동통신 시장의 고착화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법 시행 초기 조용했던 시장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우 법 시행 1주차 번호이동은 2만3000여건이었다. 하지만 2주차에는 3만3000건, 3주차에는 5만2000여건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이통사들이 지원금을 확대하고 단말 제조사들도 일부 기종의 출고가격을 내리는 등 바뀐 법제도 환경에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폰6 도입, 중국폰 상륙 등의 요인도 경쟁의 단초가 되고 있다.
과거처럼 불법 보조금을 통해 경쟁사 가입자를 빼앗는 것은 이제 쉽지 않아졌다. 때문에 출고가격을 포함해 단말기 경쟁력을 높이거나 요금 및 서비스 경쟁력을 어필할 수 밖에 없게됐다. 정부도 차별화된 서비스 경쟁이 나타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요금경쟁 활성화를 위해 요금인가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유제명 미래부 통신정책과장은 단말기유통법 논란과 관련해 “정확한 데이터나 사실에 기반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오히려 단말기를 교체 안해도 되는 소비자는 법 혜택을 누리며 합리적이고 알뜰한 소비패턴으로 사용하는 추세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도 “과거 보조금대란이 간헐적으로 발생한 현상이었음을 감안하면 단말기유통법 시행으로 극소수에게 제공되던 공짜 단말지원금이 대다수 고객에게 고르게 분배되는 과정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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