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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후진국 대한민국? 세계 최고 IT인프라 기술 살려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핀테크(Fintech)라는 신조어가 급부상하고 있다. 핀테크는 금융(Finance)와 기술(Technique)이 합성어로 금융과 IT의 융합이 본격화되면서 관심을 받고 있다.

IT기술을 매개로 한 금융 서비스인 핀테크 시장에서 우리나라는 후진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핀테크라는 용어가 대두되기 시작한 것도 글로벌 IT기업의 지급결제시장 참여로 촉발된 만큼 이 부분에 허점을 노출하고 있는 우리나라 금융 IT시장의 상황을 대변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금융과 IT 융합에 관련해 우리나라 IT업체 및 금융사들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는 무시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처음 상용화된 기술을 다른 국가나 글로벌 금융사들이 채택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우선 은행 간 실시간 이체 및 결제가 가능한 사례는 전 세계에서 흔치 않다. 또 빅뱅(Big Bang) 방식의 차세대시스템을 성공시킨 것도 우리나라 금융IT의 성과이며 최근 대면채널 강화를 위한 포터블 브랜치 등의 기술도 우리나라에서 선도적으로 추진한 사례다.

◆자본시장시스템 수출 커져=우리나라 자본시장거래시스템도 세계가 인정받는 분야다. 자본시장 IT전문 기업인 코스콤은 매년 해외 금융IT 관계자들의 정기적인 방문코스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이란의 금융IT 솔루션회사인 테드비르사와 이란 최대 증권사인 모피드사가 7일간의 일정으로 방한, 코스콤 여의도 본사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번 방문은 코스콤의 증권사 트레이딩 솔루션인 K프론트와 거래소 신시장시스템 엑스추어플러스, 종합금융정보단말기 서비스 체크엑스퍼트, 모의투자서비스 등 주요 솔루션 도입을 위한 기술검토와 향후 일정 협의를 위해 이뤄졌다.

금융 IT전문 기업 웹케시는 캄보디아 시장을 기반으로 미얀마, 라오스, 태국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금융자동화기기(ATM)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웹케시의 ATM 사업은 단순히 현지에 기기를 보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 ‘금융결제원’처럼 은행간 이체와 송금이 가능한 금융공동망 사업을 직접 전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웹케시 관계자는 “은행 간 거래가 되지 않는 현지에 ATM을 공급해 은행 간 송금과 이체가 되도록 우리 IT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며 “현지 은행들이 이해관계로 하지 못하는 것을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대면채널 고민, 신기술로 접근=언제 어디서나 장소를 가리지 않고 금융업무를 제공할 수 있는 ‘포터블 브랜치’도 우리나라가 선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금융IT 융합 서비스다. 국내에서 처음 포터블 브랜치를 선보인 것은 한국후지쯔다. 일본 후지쯔의 국내 법인인 한국후지쯔는 국내 은행권의 대면영업 시장에서 기회를 보고 독자적으로 포터블 브랜치 개발에 나서 제품을 상용화했다.

이후 웹케시 등 금융IT업체들의 연이은 시장 참여로 현재 대부분의 은행권에서 포터블 브랜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결제 분야도 ‘간편결제’의 늦은 도입 탓에 우리나라의 기술이 떨어지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국내 기술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분야다.

SK C&C는 2007년 모바일 핵심 기술인 ‘USIM 개발’을 시작한 이래 세계 최초의 USIM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모바일 기술·서비스 기업의 입지를 확보해 왔다.

일반 피처폰과 Non-NFC 폰에서도 NFC 결제 서비스 를 지원하는 ‘NFC on SIM’, NFC 기능이 없는 아이폰 사용자를 위한 ‘I-USIM’ 등이 모두 SK C&C가 개발한 세계 최초의 USIM이다.

휴대폰 소액 결제 등 모바일 결제 사업자들의 해외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다날은 중국 법인이 현지 온오프라인결제사인 YEEPAY(이보결제유한공사)와 전략 합작계약을 체결했으며 앞서 미국 이동통신사들과 본인인증 관련 협력을 체결해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핀테크로 촉발된 서비스 약점 극복이 숙제=이처럼 금융 IT시장에서 우리나라 업체들의 인프라 기술 및 구축 능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서비스와 소프트웨어의 부재는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금융 IT 프로젝트가 차세대와 같은 인프라 사업에 집중되다 보니 서비스 개발에는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며 “외국의 경우 은행 간 실시간 거래가 되지 않는 문제를 IT가 해결하려 해 결국 시장이 활성화됐다. 우리의 경우 잘 구축된 IT인프라가 오히려 서비스 발달을 저해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우리나라 금융고객의 IT기술 및 서비스에 대한 빠른 이해와 실제 서비스 적용을 요구하는 성향을 감안하면 IT인프라 구축 능력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 개발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예를 들어 금융자동화기기(ATM)에서 우리나라만큼 다양한 기능을 지원하는 사례는 해외에서 흔치 않다는 지적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ATM 사용자환경(UI) 설계가 가장 복잡한 게 우리나라”라며 “금융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빠르게 적용하는 분위기가 정착돼 있는 만큼 규제 등의 문제가 해결되면 발전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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