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9월 1일, 네이버 검색이 달라졌다.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기존의 3단 화면이 아닌 2단 화면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검색결과가 2단에만 나타났다. 1단에는 카테고리가 보여졌고, 3단에는 실시간급상승검색어처럼 입력한 검색어와 직접 관련이 없는 정보로 채워졌었다. 그러나 이제는 1,2단 모두에서 검색결과가 나타난다. 첫 화면에 최대한 많은 검색결과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하지만 네이버 검색의 변화의 핵심은 표면적인 레이아웃에 있지 않다. 수년간 준비해온 새로운 검색 기술들이 이번 개편에 대거 반영됐다. 네이버가 야심차게 도입한 새로운 검색기술을 살펴보자.
네이버는 이번 검색 개편을 위해 ‘프로젝트 인(人)’이라는 이름으로 오랫동안 준비과정을 거쳐왔다. ‘프로젝트 인’이라는 이름은 ‘사람을 닮은 검색’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두 수 앞을 내다 보는 검색엔진”
사람을 닮은 검색이란 어떤 것일까. 네이버 통합검색연구실장을 맡고 있는 강인호 박사는 이에 대해 “자연스러운 인터랙션(interaction, 상호작용)이 가능한 검색”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검색엔진은 사용자가 입력한 검색어가 포함된 문서 중에 가장 관련성이 높은 문서를 검색결과의 최상단에 보여주는 것이 미덕이었다. 하지만 ‘프로젝트 인’의 목표는 단순히 검색어가 포함된 문서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왜 그 검색어를 넣었는지 파악하고 검색어와 직접 관련이 없어도 사용자들이 관심을 가질 콘텐츠를 미리 보여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화 이글스’라는 키워드를 입력해보자. 최상단에 한화 이글스 야구단의 홈페이지 링크를 걸어주고 그 아래에 구단에 대한 정보를 보여준다. 그 아래에는 최근 경기결과와 앞으로의 일정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그 아래 뉴스, 경기 영상, 광고 등이 나온다. 오른편에는 야구장 지도와 이글스 선수들을 검색해 볼 수 있도록 링크를 제공한다.
'한화 이글스'를 검색한 사람들이 결기 결과나 일정, 티켓예매, 야구장 위치 등에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해 보여주는 것이다.
강인호 박사에 따르면, 새로운 네이버의 검색 결과는 동일한 상황에 처한 사용자들의 검색 활동을 분석해 보여준다. 그는 “두 수 뒤에 무엇을 검색할지 예측해서 보여주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과거의 로그를 분석해 한화 이글스를 검색하는 이용자들이 주로 어떤 정보에 관심이 있는지 파악해, 미리 보여준다는 것이다.
또 ‘세종대왕’을 검색하면 오른편 검색결과에 장영실이나 측우기, 집현전, 자격루 등의 지식백과를 보여준다. 이 역시 세종대왕을 검색한 사람들이 관심 있을 법한 콘텐츠다.
또 시간과 공간 분석을 기반으로 한 검색어도 제시해준다. 통영에서 여행 중인 이용자가 근처 맛집을 찾기 위해 ‘통영 맛집’이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이순신 꿀빵’ ‘통영 물회’ ‘통구이 횟집’ ‘한일김밥’ 등의 키워드가 제시될 수 있다. 특정 지역 사람들이 특정 시간에 검색하는 키워드를 제시해 주기도 하는 것이다.
“불필요한 정보는 나타나지 않는 검색엔진”
당신이 스페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네이버에 바르셀로나라는 키워드를 입력해보자.
검색 결과 상단에 나타나는 정보는 온통 축구에 대한 이야기뿐이다. FC 바르셀로나에 대한 구단정보, 경기 일정 및 결과 등이 주요 위치에 노출된다. 뉴스도 FC 바르셀로나에 대한 이야기가 주다.
강 박사에 따르면, 네이버에서 ‘바르셀로나’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FC 바르셀로나’에 대한 정보를 원한다고 한다. FC 바르셀로나를 정보를 찾는 사용자가 90%에 달하고, 스페인 도시 바르셀로나에 대한 정보를 찾는 사용자는 10%에 불과하다는 것. 검색 결과의 중요한 위치에 축구 이야기만 가득한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스페인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검색 사용자는 난감하다. 축구 정보의 홍수 속에서 여행 정보만을 일일이 걸러내야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네이버 검색은 이런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검색 결과 오른편 상단을 보면 ‘어떤 것을 찾으시나요?’라고 네이버는 다시 묻는다. 그 중 ‘[도시]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클릭하면, 축구 관련 검색결과가 모두 사라진다. 상단에 스페인 여행 관련 광고가 나타나고, 뉴스도 여행에 대한 것만 남는다. 블로그 카페도 마찬가지다.
강 박사는 이에 대해 “이전의 통합검색이 모든 것을 다 보여주려 노력하는 한상차림이었다면, 새로운 통합검색은 사용자가 원하는 것(니즈)를 물어 필요한 정보만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문서분석 기술을 도입했다. 중의적 키워드가 포함된 웹문서의 내용을 미리 분석해 어떤 내용을 담은 것인지 표시(태그)해 두는 것이다. 예를 들어 뉴스에 ‘바르셀로나’라는 단어가 포함되면 이 뉴스가 여행 뉴스인지, 축구 뉴스인지 미리 파악해 태그를 달아두고, 사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문서만을 보여준다.
“검색을 넘어 의사결정 가이드”
우리는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검색을 한다. 그러나 무엇을 검색해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도 있다. 무슨 정보가 필요한지 모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결혼준비를 하려면 어떤 검색을 해야 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혼식을 처음 접하기 때문에 무슨 정보가 필요한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결혼식에 이르기까지 이런 저런 검색어를 수십 번, 수백 번 입력해 정보를 찾곤 한다.
새로운 네이버 검색은 이런 상황을 위해 무엇을 검색해야 할지 가이드를 제시한다. 네이버에 결혼준비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오른쪽 상단에 ▲프로포즈 ▲결혼예산 ▲결혼식장 ▲스드메 ▲예단 ▲결혼한복 ▲신혼집 구하기 ▲상견례 등 19개의 키워드가 제시된다. 결혼준비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는 이용자들이 주로 찾았던 정보들이다. 결혼준비를 위해서는 무엇을 검색해야 하는지 네이버가 알려주는 것이다.
강 박사는 “사람을 닮은 검색이라는 목표로 친구나 지인에게 묻는 과정을 검색에 반영했다”면서 ”이용자 검색의도에 부합하는 검색결과를 빠르고 정확하게 추천하고 제공하기 위해 기술 고도화 작업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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