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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최초? 세계최초?…통신사 최초병(病) 재발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통신사들의 최초 병(病)이 재발했다.

스포츠 신기록처럼 인정을 받는 것도 아니고, 진짜 ‘세계최초’라는 타이틀을 달 만큼 의미 있는 사안도 아니다. 무엇보다 경쟁사들보다 실제 빠른 것도 아니다. 같은 날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의미는 다르게 부여하고 있다. “우리가 진짜 세계최초, 상대방은 아니다”라는 식의 볼썽사나운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KT와 SK브로드밴드는 25일 셋톱박스 방식의 초고화질(UHD) 상용서비스를 9월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두 회사 모두 약관신고 등의 절차를 밟고 있다. 두 회사 모두 9월 1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포문은 SK브로드밴드가 열었다.

SKB는 25일 오전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국내 최초로 IPTV 전용 UHD 셋톱박스 개발을 완료, 9월 초 본격 상용서비스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한 시간 가량 뒤 KT도 “IPTV 서비스로는 세계 최초로 셋톱박스형 UHD 방송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한 쪽은 ‘국내최초’, 또 다른 한 쪽은 ‘세계최초’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두 사업자 모두 셋톱박스 방식의 UHD 서비스다.

SKB 관계자는 “우리가 먼저 보도자료가 나가니까, 그쪽(KT)에서 대응한 것 같다”며 “알게 모르게 경쟁이 붙었다”고 말했다.

반면, KT에서는 “우리는 광화문 사옥 1층에 시연장도 마련했고, 전용채널도 있다”며 “구체적 내용이 있고, 서비스 가능 콘텐츠 수도 훨씬 많은데 경쟁사에서 보도자료만 먼저 배포했다”고 주장했다.

한쪽에서는 먼저 발표했으니 최초고 다른 한쪽은 우리가 준비를 더 많이 했으니 진정한 최초라고 주장하는 셈이다.

어찌됐든 두 회사는 9월 1일 같은 날 상용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유료방송 업계에서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이라면 나름 의미가 있겠지만 이미 케이블TV, 위성방송 등이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최초’라는 거대한 수식어를 붙일 만큼의 사안은 아닌 것이다.

통신사들의 세계최초 병은 끊임없는 논란에도 치료가 되지 않고 있다.

올해 MWC 2014에서도 SK텔레콤과 KT는 서로 FDD-LTE와 TDD-LTE를 묶어쓰는(CA Carrier Aggregation)기술을 선보였다고 밝혔다. 두 회사의 자료에는 글로벌 통신장비 회사인 회사인 노키아 솔루션스 앤 네크웍스(Nokia Solutions and Networks NSN)가 들어간다. 즉, 팩트는 3사가 공동으로 시연을 한 것이다. 하지만 SKT와 KT의 보도자료에는 경쟁사 이름은 들어가 있지 않다. 한 쪽의 주장만 보면 그 회사가 세계최초 타이틀을 확보한 것처럼 보인다.

LTE 가상화, 이종망 VoLTE, 3밴드 CA기술 등 통신사들은 새로운 기술만 나왔다하면 서로 자기가 세계최초라고 주장한다. 주장은 하지만 기술이 경쟁사를 압도하거나 시점상 훌쩍 앞지르는 것도 아니다. 거의 비슷한 시기거나 심지어는 몇 시간 차이를 두고 선후를 따지기도 한다. 오히려 경쟁사보다 늦게 시연했으면서도 먼저라고 우기는 경우도 있다.

이번 최초 UHD IPTV 상용화 논쟁도 비슷하다. 상용화는 했지만 사실 소비자가 볼 만한 콘텐츠는 없다. 사업자들은 시장 초기여서, 지상파 방송사들이 콘텐츠를 만들지 않아서 등의 핑계를 댄다.

하지만 먼저 상용서비스를 시작한 케이블TV 방송사들은 그러한 한계를 최소화 하기 위해 공동으로 돈을 내고 콘텐츠 회사를 만드는 노력이라도 한다. 반면, IPTV 업계는 협력 부문에서는 빵점 수준이다.

최초라는 타이틀은 기술력, 경쟁력의 우위를 나타내는데 최적의 단어지만, 통신사들은 ‘최초’ 주장은 그 같은 상황에 부합해보이지 않아보인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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