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월세로 사는게 좋을까, 자기집을 짓는 것이 더 나을까?
재난안전통신망 구축방식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정부가 자가망 중심으로 망 구축을 계획하고 있는 가운데 상용망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7일 오후 국회서 열린 ‘한국형 재난안전통신망 추진을 위한 정책방향 간담회’에서 발제를 맡은 배성훈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박사와 패널들간에 치열한 설전이 펼쳐졌다. 오후 7시 시작된 토론은 9시가 다 돼서야 끝이 났다.
배성훈 박사는 자가망 보다는 상용망이 비용, 운영 측면에서 장점이 많다고 주장했다.
자가망을 구축할 경우 실내 및 지하 통화권 확보에 구축비가 과다하게 소요될 수 밖에 없지만 상용망을 이용하면 음영지역을 최소화할 수 있고, 신기술 적용도 유연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3G, LTE, 위성, 와이파이를 연동할 것을 주장했다. 또한 단기적으로는 표준화가 덜 이뤄진 공공안전 롱텀에볼루션(PS-LTE) 보다는 IP-PTT(Push To Talk) 방식을 적용하고 추후 PS-LTE로 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배 박사는 “망안정성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유선망 확보가 중요한데 망의 경제성 및 안정성 확보를 위해서는 기존에 구축된 유무선망의 활용과 상용망 사업자의 조력이 필요하다”며 "복수의 통신사업자를 선정해 백업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기술방식 등을 선정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린 미래창조과학부나 통신사업자들은 자가망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김사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상용망이 비용면에서 유리하다고 주장하는 데 실제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월세로 살 것인지 자가로 살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인데 월세(상용망)가 유리하려면 통신사가 3만5000원 하는 요금을 1만5000원만 받겠다고나 할 때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차세대 기술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PS-LTE는 릴리스13까지 논의되고 있다"며 "자기집을 고치는게 유리하겠느냐, 월세살면서 집주인 눈치보며 수리하는게 낫겠는지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사들도 자가망 중심에 상용망을 보조망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신용식 부장은 "상용망을 이용할 경우 호(전화)가 폭주하면 제대로 대처할 수 있겠느냐"며 "자가망을 구축하면 20만 가입자는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가망을 위주로 하되 상용망은 자가망이 커버하지 못하는 음영지역 등 한정된 공간에서 비용절감 차원에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정회 한국정보화진흥원 수석은 "경제성도 중요하지만 호 폭주가 발생할 때 안정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자가망이 상용망에 비해 호폭주 대비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허 수석은 "자가망이 일반적으로 비싸다는 느낌이 있지만 상용망을 이용할 경우 요금(10년간 7200억원)도 내야 하고 TRS 망을 유지하기 위해 수백억원을 써야 한다"며 "상용망도 상당한 비용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기술방식, 주파수 등을 결정한 미래부도 자가망이 낫다는 입장이다.
윤두희 미래부 사무관은 "세월호 마지막 순간까지 이뤄졌던 통신은 카카오톡 등 상용망이었다"며 "하지만 상용망으로 재난통신을 이용할 경우 모든 트래픽을 재난용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 가입자들은 통화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 사무관은 "상용망 사업자들이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충분히 대책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100% 상용망으로 가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비용 측면에서도 윤 사무관은 "삼성, 에릭슨, 알카텔 등이 납품을 하게 될 것인데 경쟁을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있다"며 "자가망과 상용망 범위 결정은 추후 정보화전략계획(ISP)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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