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그는 처음에 창업이나 사업에 관심이 없었다. 특히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기술 창업의 길에 들어선다는 것은 쉽게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창업의 길에 들어섰다. 몇 년간 함께 고생해온 팀원들의 요청에 화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클라우드 오피스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 쿠쿠닥스 이유호 대표<사진>의 이야기다. 쿠쿠닥스는 구글 독스와 같은 웹 기반의 클라우드 오피스 서비스다. 클라우드 오피스는 MS 오피스나 한컴 오피스와 같은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지 않고, 웹 브라우저 상에서 문서를 읽고 편집해 저장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이 대표는 국내 대표 오피스 소프트웨어 기업인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에서 장기간 근무한 오피스 전문가다. 한컴의 씽크프리 오피스 중 클라우드 문서 저장소를 개발하는 팀을 이끌어 왔다. 이 대표와 함께한 창업 동지들은 한컴 시절의 같은 팀원들이다.
한컴에서 클라우드 오피스를 개발하던 팀장과 팀원들이 독립해 새로운 클라우드 오피스 개발에 나선 것이다. 이 대표는 “평소에 팀원들과 대화하면서 많은 아이디어들이 오고갔는데, 한컴 내에서 이 아이디어를 현실화 시키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면서 “팀원들이 독립해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자고 나를 설득했다”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결국 당시 팀장과 팀원들은 올 초 ‘쿠쿠닥스’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최고의 클라우드 오피스를 만드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당초 험난한 길이 예상됐지만, 아직까지는 순조로운 편이다. 행운도 따랐다. 국내 최고 초기투자전문기업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로부터 2억원을 투자받았고, 중소기업청이 주도하는 글로벌 시장형 창업사업화 연구개발(R&D) 프로그램에도 선정돼 5억원을 투자받게 됐다. 사무실도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의 지원을 받는다. 당초 걱정했던 초기투자비용 및 제반환경이 큰 우여곡절 없이 마련된 것이다.
이제는 좋은 서비스,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개발해 내는 것이 당면과제다. 하지만 이 분야 경쟁자들이 무시무시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오피스 시장은 현재 MS가 독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글과컴퓨터의 아래아한글이 공공 및 교육 시장을 중심으로 버텨내고 있지만, 나머지는 모두 MS의 손아귀에 있다.
웹 기반 클라우드 오피스 시장으로 한정을 지으면 구글이 버티고 있다. 구글은 워드프로세서, 스프레드시트, 프레젠테이션 서비스들을 인수해 클라우드 저장소인 ‘구글 드라이브’와 통합해 서비스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변두리인 한국에서, MS·구글이 잘 닦아놓은 시장에 뒤늦게 들어가 경쟁하겠다는 것은 얼핏 자살행위로 보인다. 기술적으로도 MS나 구글을 뛰어넘는 것도 어렵고, 설사 기술로 넘어도 그들의 가진 시장지배력을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MS·구글과 직접 경쟁 우위에 서지 못하더라도 틈새 시장은 분명히 있다”고 자신했다.
이 대표는 “한컴 씽크프리가 해외에서 괜찮은 사례가 많았다”면서 “MS 오피스가 아니더라도 클라우드 오피스가 적용될 수 있는 분야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어 “구글은 문서 호환성 보다는 실시간 편집 기능에 치중하고 있어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와의 호환성이 낮고, MS는 100% 웹 기반으로 확장하기 어렵다”면서 “구글보다 문서 호환성이 뛰어나고, 웹의 속도 문제를 해결할 방안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우선적으로 서비스가 완성되면 일반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을 통해 서비스를 공급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드롭박스와 같은 온라인 저장소 서비스와 통합하면, 드롭박스에 올려진 파일을 쿠쿠닥스로 편집하는 융합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파워포인트 문서 공유 서비스인 슬라이드쉐어를 링크드인이 인수했고, 일반 문서를 웹에서 보여주기만 하는 서비스인 크로커닥도 박스라는 회사에 인수됐다. 인수 가격도 적지 않다. 문서 기술을 보유한 회사의 가치가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대표는 “일반 개인용 오피스 시장이 아니더라도 오피스 기술이 필요한 분야는 얼마든지 있다”면서 “오피스는 MS 내에서도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을 정도로 큰 시장이어서, 그 중 1%만 우리가 가져와도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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