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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카카오 합병의 미스터리 셋…왜 그랬을까

[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다음커뮤니케이션과(대표 최세훈)과 카카오(공동대표 이제범, 이석우)가 26일 합병을 공식 발표했다. 다음은 카카오를 1대 1.556의 비율로 흡수합병하고 통합법인 ‘다음카카오’를 출범한다.

시장은 일단 두 회사의 합병에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포털과 모바일 시장에서 두 회사 모두 현재 미래 성장 동력이 불투명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합병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합병 발표를 보면 다소 의아한 점도 몇 가지 있다. 양사는 합병을 통해 검색 및 광고, 콘텐츠와 카카오의 모바일 플랫폼을 결합해 글로벌 시장을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대의명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몇 가지 지점을 살펴보자

[미스터리 1] 이재웅 창업자는 왜 회사를 그냥 넘겼을까.

이재웅 다음 창업자는 현재 다음의 최대주주(13.67%)이다. 그러나 카카오를 합병하면서 지분율은 대폭 낮아질 전망이다. 다음카카오 지분의 약 4%를 보유하게 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재웅 창업자가 얻는 물질적인 이득은 없다. 다음이 신주를 발행하고 카카오 주식과 교환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카카오의 최대주주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은 자신이 보유한 카카오 주식 1448만여주(케이큐브홀딩스가 보유한 지분 포함)를 ‘다음카카오’의 발행신주 2253만여주와 교환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김 의장은 다음카카오의 지분의 39.8%를 보유하게 되고, 독보적인 최대주주의 지위를 얻게 된다.

이재웅 창업자는 실질적인 이득 없이 최대주주를 지위를 내려놓는 반면, 김범수 의장은 한 푼도 들이지 않고 다음카카오의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는 것이다.

이재웅 창업자는 현재 다음의 경영일선에서 손을 뗀 지 오래다. 이 창업자가 다음을 매각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여러 차례 언론에 감지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합병을 이 창업자의 엑시트(Exit, 투자회수) 전략으로 보고 있다.

최대주주 신분으로는 함부로 지분을 매각할 수 없지만, 지분율이 낮아지게 되면 행보가 좀 더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또 합병 이후 주가도 오를 전망이기 때문에 주식을 팔아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다음 최세훈 대표는 “기업 간 영업양수도가 없는 순수한 합병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강력한 경쟁력을 갖춰 글로벌 시장 도전을 위한 대승적 결단”이라고 말했다.

[미스터리 2] 카카오는 왜 기업공개를 포기했을까.

이번 합병에서 카카오의 기업가치는 약 3조원으로 평가받았다. 이는 기존 시장에서 생각하던 카카오의 기업가치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카카오 주식은 이전까지 장외에서 약 12만원에 거래됐다.이를 기반으로 계산하면 약3조원 정도다.

만약 카카오 측이 이 평가가치를 그대로 인정받고 기업공개를 했다면 카카오는 막대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카카오 측은 내년 상장을 목표로 움직여 왔었다.

하지만 다음과의 주식교환을 통해 합병을 하게 되면서 당장 현금조달이 어렵게 됐다. 물론 카카오는 현금성 자산 234억원을 보유하고 있고, 다음도 1250억원이 있지만, 이는 충분치 않다.

카카오에 현재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시장이다. 국내 시장은 독식했지만, 이미 포화상태다. 한정된 국내시장에서 매출과 이익을 늘려가기가 만만치 않다. 글로벌 진출만이 카카오톡이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그런데 현재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시장은 전쟁터다. 지난해 텐센트는 위챗 마케팅 비용으로 2153억원을 썼다. 올해는 이보다 더 많은 마케팅 예산을 집행할 계획이다. 네이버도 지난 해 1000억원을 라인 마케팅에 사용했고, 올해도 지갑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는 가장 확실한 현금 조달 창구를 포기했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합병의 목표가 ‘글로벌’이 아닌 ‘국내’에 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페이스북, 텐센트, 네이버가 경쟁하는 글로벌 시장의 ‘쩐의 전쟁’에 참여해서는 승산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결국 해외 보다는 국내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더욱 공고히 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포털에서 네이버를 따라잡고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만들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부정했다. 이 대표는 “세계 이용자들에게 보다 가치 있는 서비스를 위해서는 현금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자산들을 합치면 해외에서도 더 큰 가능성이 열릴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또 ‘자신감 결여’라는 분석도 있다. 카카오가 올해부터는 그동안의 급성장 모드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내년에 상장한다고 해도 이 정도의 평가가치를 그대로 인정받을 자신이 없을 것으로 보고, 최대한의 높은 평가를 받을 때 우회상장을 했다는 분석이다.

[미스터리 3] 텐센트는 왜 합병에 찬성했을까.

앞서 설명했다시피 다음과 카카오는 이번 합병의 이유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가장 앞에 내세웠다. 양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양사의 핵심 역량을 통합해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정보-생활 플랫폼을 구축,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환경에서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합병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두 회사의 결합이 큰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면, 텐센트의 행보는 좀 의아하다. 텐센트는 카카오의 실질적인 2대 주주다. 카카오 지분의 13.30%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사회 멤버로도 참여하고 있다. 텐센트는 이사회에서 이번 합병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텐센트는 해외 시장에서 카카오와 경쟁하는 ‘위챗’을 서비스 하는 회사다. 만약 다음의 역량을 더한 카카오가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월등히 커진다면, 위챗에는 위협요인이다. 텐센트가 자신을 위협할 합병안에 찬성표를 쉽게 던졌다는 얘기가 된다. 반면, 텐센트는 두 회사의 합병 시너지가 한국에 국한된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카카오 이석우 대표는 “텐센트가 주요주주이자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고 있지만 그것이 중국 시장 진출과 상충되는 등의 문제가 될 부분은 전혀 없다”면서 “당장의 중국진출 전략이 있는 것도 아니고 중국 이외에도 많은 시장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텐센트가 다음카카오 이사회에 참여하면서 검색포털 서비스 운영의 노하우를 배우려한다는 분석도 있다. 텐센트는 최근 온라인 검색 업체 써우거우(搜狗)의 지분을 매입했다. 이를 통해 중국 검색 시장 1위 바이두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다. 바이두와의 싸움에 다음의 20년 노하우가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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