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유지기자]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SDN)이 대두되면서 국내에서도 새로운 개념의 혁신적인 네트워크 기술과 차세대 구축 방안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통신사와 클라우드 서비스제공업체, 대형 인터넷·게임 서비스제공업체를 제외하고는 기업 시장에서 전면적인 도입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지는 못한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SDN이 대세이긴 하지만 대대적 전환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술적인 성숙도뿐만 아니라 개발, 지원 능력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맞물려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관망세, 준비기간 더 필요=VM웨어나 HP, 주니퍼 등과 ACI(애플리케이션중심인프라스트럭처)를 출시한 시스코 역시 이제 막 관련 제품을 출시해 공급 및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단계에 있다.
기업들 각자가 원하는대로 네트워크 진화 방식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IT 조직과 인력 측면에서 상당한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필요한 역량이 갖춰지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IT조직 내 산재된 담당부서 간 협력과 조율, 역할과 책임 분담하는 일부터 장애물은 차고 넘친다.
더욱이 활용사례가 부족한 신개념의 신기술을 활용하는 것은 상용 제품을 이용하더라도 쉬운 일은 아니다. 오픈소스 등의 개방형 기술을 활용해 직접 개발해 원하는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구축하려 할 경우에는 더욱 면밀한 준비와 계획이 필요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처럼 수많은 개발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 서비스제공업체들과는 다른 기업 현실을 감안해 보다 손쉽게 새로운 방식의 네트워크 구축이나 진화를 이끌 수 있는 방안과 지원이 기술업체나 서비스업체에서 제공돼야 한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기존 인프라를 차세대 환경으로 옮겨가기 위한 투자보호가 확보된 효과적인 경로와 지원방안을 강구하거나 제시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된다.
최우형 시스코코리아 수석부장은 “규모가 있는 기업들도 대부분이 IT인력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클라우드 성숙한 기술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보기 어렵다. 가상화를 도입하고 클라우드를 추진해 성공했다고 하는 곳에서도 여전히 인력이 부족하고 복잡성과 비용절감 문제를 해소하거나 장애에 대응하는데 있어 많은 고민을 안고 있다”고 현실을 짚었다.
이어 최 수석은 “차세대 데이터센터 네트워크로 전환되는데 일정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기술 제공업체들은) 고객사의 요구나 필요한 사항을 해소할 수 있도록 기술 제공뿐 아니라 다양한 노하우가 바탕이 돼야 하며, 지원능력과 서비스로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손영웅 한국HP 네트워크 사업부 이사는 “현재 고객들은 SDN과 관련해 많은 질문과 우려를 갖고 있다”면서 그에 대한 해소방안으로 “전체 네트워크를 새롭게 교체할 필요 없이 기존 네트워크를 쓰면서 에지단만 SDN 아키텍처를 적용하거나 추가하는 방식으로 하이브리드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고, 기업이 다양한 SDN 애플리케이션 활용사례를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W 중심 네트워크로 전면적 변화, 잠재력 충분=SDN과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실질적으로 변화하는데 있어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같은 흐름이 대세라는 것은 업계 전문가들이 공통된 견해다.
이와 관련해 한 네트워크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채택 움직임이 크게 눈에 띄지 않은 상황이지만, 결국은 기업들도 소프트웨어 중심의 변화를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며 “시스코가 가진 60% 시장을 활용하는 ACI 진영과 하드웨어나 특정 벤더의 의존성을 줄이고 스스로 원하는 방식대로 제어하고 관리하는 개방형 SDN 진영 두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트너는 최근 발표한 ‘2014 매직쿼드런트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부문’ 보고서에서 데이터센터 네트워크가 비즈니스 목적에 부합하는 유연하고 신속한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해 네트워크 관리를 개선하고 단순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SDN과 관련기술이 네트워크 시장의 전면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며 “네트워크를 설계·조달·관리·진화 방법을 근본적으로 개선시킬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봤다. 또 “새롭게 부상하는 오픈 SDN의 혁신적 잠재력은 하드웨어 중심 모델을 파괴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번 매직쿼드런트에 소프트웨어 인프라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비저너리’에 선정된 VM웨어의 스티브 뮬라니 부사장은 “가트너가 매직쿼드런트 네트워킹 부문에서 소프트웨어 인프라 기업 중 유일하게 VM웨어를 선정한 것은 네트워킹 세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며 “VM웨어의 비전은 네트워킹 소프트웨어를 하드웨어로부터 분리해 더 높은 민첩성을 갖춘 미래의 데이터센터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손영웅 이사는 “가트너 하이퍼사이클을 보면 SDN은 2012년 떠오르다 2013년 정점을 찍고 내려온다. 이는 SDN이 관심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거품이 꺼지면서 보다 구체화되는 단계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SDN 애플리케이션이 올라오고 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며 “NFV(네트워크기능가상화)도 이제 한참 정점으로 치솟고 있다. 이 구체화 단계를 어떻게 가져가는가에 따라 해당 분야가 성장할지 사라지게 될지 좌우한다”고 분석했다.
<이유지 기자>yj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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