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월드컵 및 중국 노동절 특수 등에 따른 액정표시장치(LCD) TV 완성품 업체들의 부품 구매 증가로 패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하락세를 지속하던 패널 가격은 안정세를 지나 상승 국면에 접어들었고, 이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패널 업계의 향후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CD 패널 사업에 종사하는 고위 관계자들은 이 같은 견해에 동의하고 있다. 이창훈 삼성디스플레이 상무는 29일 오전 개최된 삼성전자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을 통해 “2분기 대형 LCD의 수급 상황이 개선되면서 패널 평균판매가격(ASP) 하락세는 둔화, 전반적으로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며 “월드컵과 같은 스포츠 이벤트 및 울트라HD(UHD) TV 시장 확대 등으로 패널 수요는 견조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수 년간 공급과잉 상황에 지친 패널 업체들의 투자 감소로 올해 공급 시설 증가는 수요 증가를 밑돌 것으로 전망한다”라며 “전반적으로 패널 공급량이 달릴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LG디스플레이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김상돈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 전무는 지난 23일 열린 1분기 실적발표 IR에서 “LCD 패널 가격은 향후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김 전무는 “3분기 본격 가동에 돌입하는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광저우 LCD 공장 외 업계의 올해 공급 증가 요인은 없다”라며 “오히려 신기술 적용을 위한 라인 전환 등으로 일부 제품에 한해서는 공급이 달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연간 전망에 대해 “전체적 패널 수급 상황은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면서도 “TV 대면적화에 따라 면적 수요 증가는 공급 증가를 상회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TV용 LCD 패널 가격은 안정기를 지나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4월 하순 32, 39, 40-42인치 오픈셀(Open Cell, 백라이트를 제외한 LCD 반제품) 가격은 이달 초 대비 각각 1달러씩 오른 78달러, 117달러, 133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제품 가격은 이달 초 반등에 성공했고,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46, 50인치 제품 가격은 변동이 없었지만 업계에선 전반적인 패널 가격이 상승세를 탄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아울러 이 같은 흐름은 2분기 내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LCD TV가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브라운관(CRT) TV를 대체하고 있다는 점도 수요 측면에선 긍정적이다. 디스플레이서치는 올해 PDP와 CRT TV의 출하량이 전년 대비 각각 48%, 50% 줄어들지만 LCD TV는 4.6% 성장한 2억1750만대로 전망했다. PDP와 CRT 대신 LCD TV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UHD LCD TV의 올해 출하량 예상치는 지난대 비 6배 이상 성장한 1234만대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전체 LCD TV 시장에서 UHD TV가 차지하는 비중은 5.6%로 전년(0.7%) 대비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화면 크기가 큰 50인치 이상 LCD TV 판매 확대도 디스플레이 패널 면적 출하량 증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올해 50인치 이상 LCD TV 출하량 전망치는 전년 대비 27.6% 증가한 3064만대다.
업계 관계자는 “월드컵과 중국 노동절 특수를 대비해 LCD TV 완성품 업체들이 패널 재고를 적극적으로 비축하고 있는데다 고해상도, 대면적 제품 출하 확대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이 늘면서 패널 업체들의 수익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그러나 중국 BOE와 CSOT의 8세대 LCD 공장이 본격 가동되는 2015년에는 상당한 공급초과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방 산업인 LCD TV 완성품 업계가 큰 수요를 일으키지 못한다면 봄날이 그리 오래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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