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계 2, 4위를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파운드리(GF)와 삼성전자가 동맹 관계를 맺었다. 이번 동맹은 대만 TSMC와 UMC를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인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대형 고객사인 애플을 잡기 위해 양사가 손을 잡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18일 삼성전자는 자사의 14나노 핀펫 공정 기술에 대한 라이센스를 GF에 제공해 고객사들이 동일한 디자인으로 두 회사의 공장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원 디자인 멀티소싱’ 체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핀펫은 3D 입체 구조의 칩 설계 및 공정 기술을 뜻한다. 입체 구조로 돌출된 게이트의 모양이 상어지느러미(Fin)와 비슷하게 생겨 핀펫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핀펫이 적용되면 누설 전류는 줄어들고 성능은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 TSMC는 16나노에서, 삼성전자와 GF는 14나노에서 핀펫 공정을 도입한다. 핀펫 공정이 적용된 칩은 내년께 양산이 이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GF는 삼성전자의 공정 라이센스 뿐 아니라 장비까지도 그대로 도입하는 카피 이그잭틀리(Copy Exactly) 프로그램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텔이 처음으로 도입한 생산 혁신 프로세스 가운데 하나인 카피 이그잭틀리는 공정과 제조 장비를 일치시켜 새로운 생산 공정이 개발되도 전 세계 어떤 공장에서든 동일한 제품을 동일한 품질로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GF가 삼성에 이 프로그램을 신청한 만큼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로 장비를 공급하는 국내 중소 중견 업체들의 수혜도 예상되고 있다.
이번 동맹으로 삼성전자는 초기 14나노 핀펫 공정의 생산 용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경기도 화성에 짓고 있는 17라인(S3)과 뉴욕 소재 GF의 신규 공장에서 동일한 디자인 룰로 14나노 핀펫 칩을 만들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는 양사의 초기 시설투자에 따르는 위험도를 줄여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투자를 했는데 고객사를 놓쳐 큰 공장을 놀리는 위험이 적을 것이라는 의미다. 양사가 상호 고객사를 공유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삼성전자는 애플을, GF는 AMD를 최대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생산 용량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애플과 같은 고객사에게도 삼성과 GF의 동맹은 반가운 소식이다. 고난도 10나노대 핀펫 공정은 수율 저하로 초기 물량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렇다고 공정이 다른 두 개의 파운드리에 생산을 맡기기도 쉽지 않다. 팹리스(공장이 없는 반도체 설계 업체) 업체가 칩을 생산하려면 파운드리 공정에 맞춰 회로를 설계하고 이 회로를 담은 ‘마스크’를 제작해 파운드리에 제공해야 한다. 파운드리 공정이 다를 경우 팹리스는 회로 설계 및 마스크를 2개씩 만들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이럴 경우 비용과 시간이 더 투입돼야 한다. 디자인 룰이 다른 만큼 결과물의 동일한 성능, 동일한 품질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서원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양사 협력은 애플의 10나노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물량 계약을 따 내기 위한 움직임으로 추정된다”라며 “애플은 부품 주문 전에 생산 용량을 따지므로 이 같은 협력은 삼성전자, GF, 애플 모두에 윈-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남성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 사장은 “이번 협력은 ‘원 디자인 멀티소싱’의 장점을 14나노 핀펫 공정까지 확장시킨 진정한 오픈 멀티 소스 플랫폼”이라며 “팹리스 업체들이 보다 쉽게 핀펫 기술에 접근하고 제품에 적용시킬 수 있도록 할 것이며, 나아가 파운드리 사업과 고객지원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산제이 자 GF 최고경영자(CEO)는 “업계 최초 14나노 핀펫 공정 멀티소싱은 팹리스 업체가 보다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모바일 기기 시장에서 기술리더십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사 수 AMD 글로벌 사업부문 총괄책임자는 이번 협력에 대해 “저전력 모바일 제품부터 고성능 임베디드 마이크로서버 등 차세대 제품 출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대만 TSMC는 지난해 198억5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GF(42억6100만달러), UMC(39억5900만달러), 삼성전자(39억5000만달러), SMIC(19억7300만달러)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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