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일본 도시바가 SK하이닉스를 상대로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13일 도쿄 지방 법원에 제기한 가운데 업계에선 이번 소송의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도시바 측은 “우리 낸드플래시 기밀 정보 노출 경위를 파악하던 중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을 발견해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도시바는 제휴업체인 샌디스크의 직원이 2008년 당시 요카이치 낸드플래시 공장의 기밀 정보를 무단으로 반출, 해당 정보를 SK하이닉스로 넘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직원은 2008년 여름 SK하이닉스로 직장을 옮겼고 현재는 SK하이닉스에서 퇴직한 것으로 전해진다. 샌디스크는 도시바와 합작으로 낸드플래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 경찰은 그가 기밀을 건네는 대가로 하이닉스에 취업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이날 오전 요미우리 등 현지 신문은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기술이 SK하이닉스로 유출됐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현지 경찰이 공식 발표도 하기 전에 신문 보도가 나갔고, 이어진 도시바의 공식 반응이 ‘소송 제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 기간 동안 도시바가 이 건을 ‘기획’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시각이 있다. 경찰에 조사를 의뢰하고 언론에 기사를 흘린 후 소송을 제기하는 일련의 과정을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것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선 도시바의 이 같은 행보가 의외라고 평가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도시바는 차세대 메모리로 꼽히는 STT-M램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이 같은 계약을 체결하며 “공동 개발에 성공할 경우 합작사를 설립해 STT-M램 사업을 함께 진행한다”라는 조항도 넣었다. 현재 도시바의 STT-M램 개발 연구원 다수는 경기도 이천 소재 SK하이닉스 본사에 상주하며 차세대 메모리의 상용화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양사는 지난 2007년 낸드플래시 메모리에 관한 기술을 상호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특허공유(크로스라이센스) 계약도 맺어놓은 상태로 관계 자체는 ‘우호적’이었다.
업계 한 전문가는 “도시바 개발팀이 이천 공장에 상주하며 SK하이닉스와 차세대 메모리에 관한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은 양사가 상호 기술과 생산 인프라 전반을 오픈한 것이나 다름 없다”라며 “도시바-샌디스크 합작과 마찬가지로 SK하이닉스-도시바 합작이 이뤄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도시바가 이런 행보를 보이는 이유를 분석하기란 쉽지 않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STT-M램은 차세대 메모리 제품군 가운데 생산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은데다 성능이 가장 우수하고 신뢰성도 높다. 속도가 빨라 D램 자리를 대체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시바는 현재 D램 사업을 하고 있지 않아 STT-M램의 조기 상용화를 SK하이닉스에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도시바는 메모리 사업 분야를 확장하기 위해 마이크론에 인수된 D램 업체 엘피다와의 합병을 고려했던 적도 있었다. 한 전문가는 “이번 소송은 차세대 메모리와 관련된 SK하이닉스와의 차기 협상에서 우위를 갖기 위한 전략의 일부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STT-M램은 대부분의 공정이 D램과 흡사하다. D램 생산 경험이 없는 도시바 입장에선 STT-M램의 상용화를 위해 SK하이닉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도시바 측은 이에 대해 “SK하이닉스와는 제휴 및 거래 관계에 있긴 하지만 낸드플래시 분야에선 경쟁하는 사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번 건이 앞서가는 한국 기업의 발목을 잡기 위한 용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일본 현지 언론들은 자국 전자업체들의 실적 부진이 마치 한국 기업이 불법으로 일본 기술을 취득했기 때문이라는 식의 보도를 내놓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기술자들이 한국 기업으로 취업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라며 “기술자 유출은 반도체 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와 통신 등 다양하다”라고 전했다.
한편 SK하이닉스 측은 소장을 전달받은 이후 면밀히 검토해 대응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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