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국내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의 일시적 복제로 인한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는 첫 사례가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제12민사부는 화면저장 프로그램 ‘오픈캡쳐’를 둘러싼 소송에서 일시적 복제로 인한 저작권 침해를 인정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프로그램 한 카피당 가격은 저작권자의 주장(약45만원)을 받아들이지 않고 시장가 2만원으로 인정했다.
이번 소송은 국내 178개 기업이 공동으로 오픈캡처 판매처 아이에스디케이(ISDK)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무효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아이에스디케이(ISDK)는 당초 무료 소프트웨어였던 오픈캡처를 유료화 한 후, 유료화 전환을 인지하지 못한 기업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며 합의금을 요구한 바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한 카피당 45만원의 가격을 요구해 기업들의 반발을 샀다. 대부분의 캡처 프로그램은 무료이며, 해외의 유료 프로그램도 2~3만원 수준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사용자들이 약관동의 전에 하드디스크에 오픈캡처를 설치한 행위 자체는 저작권 침해가 아니지만, 프로그램 실행과정에서 메모리에 프로그램을 올린 것은 저작권 침해라고 인정했다. 일시적 복제를 저작권 침해로 인정한 것이다.
일시적 복제에 의한 저작권 침해는 한미FTA 영향으로 개정된 저작권법에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현행 저작권법은 35조의 2항에서 “컴퓨터에서 저작물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원활하고 효율적인 정보처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그 저작물을 그 컴퓨터에 일시적으로 복제할 수 있다. 다만, 그 저작물의 이용이 저작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아이에스디케이) 측이 주장하는 프로그램 가격은 인정하지 않았다. 오픈캡처 프로그램의 가격이 45만원으로 책정돼 있지만, 실제 이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원고 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민후 최주선 변호사는 “오픈캡처 가격의 문제에 대해서는 저희의 주장이 받아들여졌지만, 일시적 복제로 인한 저작권 침해에 대해서는 피고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면서 “의뢰인들과 상의해 항소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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