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이동통신사들에게 올해 봄은 그 어느 해보다 추운 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봄이 시작되는 삼월을 영업정지로 시작할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경재)는 지난 14일 전체회의를 열고 단말기 보조금 지급 관련 시정명령 불이행에 대한 시정조치에 관한 건을 의결했다.
일단 구체적인 징계수위는 확정되지 않았다. 방통위원들은 한 달 가량의 영업정지 처분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방통위 사무국 역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실제 징계는 미래창조과학부가 내리게 되지만 조사 및 판단 주체인 방통위 의견을 그대로 수렴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영업정지는 최소 한 달이 될 전망이다.
또한 구체적으로는 신규가입자 모집정지만 될 것인지 번호이동까지 포함되는 포괄적 규제일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기기변경에 대한 보조금도 대폭 증가하는 추세여서 방통위는 이 부분도 주목하고 있다.
◆영업정지 한달 어떻게 나왔나=이번 방통위의 조치는 지난해 과징금 처분을 내릴 당시 보조금 지급과 관련한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보조금 지급처럼 과열주도 사업자를 따지지 않는다. 단 한번이라도 위반행위가 적발되면 끝이다.
때문에 방통위가 강조해왔던 과열경쟁 유발 사업자라는 문구를 찾을 수 없다. 이통3사 모두 위반행위를 했기 때문에 동일한 제재수위가 예상된다.
영업정지 1개월은 예전 정보통신부 시절 통신위원회가 처분을 내린 사례가 참고가 됐다. 당시 통신위는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 이동통신사에 2002년과 2004년에 20~30일의 영업정지 의견을 냈고 정통부가 집행한 바 있다.
14일 전체회의에서 양문석 방통위원은 30일 이상의 영업정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고, 오남석 이용자보호국장도 동조했다. 다른 상임위원 역시 처벌수위를 낮추자는 의견은 없었다. 최종적으로 처벌수위에 대해 사무국과 방통위원간 최종 의견조율이 필요하지만 30일 선에서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남아있다. 방통위가 한달 영업정지 처분 의견을 내더라도 실제 집행권자는 미래부다. 하지만 미래부가 처벌 수위를 낮출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히려 단말기유통법 통과에 사활을 걸고 있는 미래부는 계속해서 보조금을 남발하는 이통사들이 괘씸하다. 정통부 시절처럼 법(전기통신사업법)에는 시장지배적 사업자 가중처분 조항이 사라졌지만 폭넓게 해석할 경우 규제수위를 높일 가능성도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전기통신사업법에는 가중과 관련한 조항이 삭제됐지만 이용자 피해 등을 폭넓게 적용한다면 지배적 사업자 등에 대한 가중, 감경이 가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갈수록 가열되는 보조금 경쟁 이유는?=그동안 방통위는 이통사 CEO 간담회를 비롯해, 수차례의 경고 등을 통해 시장안정을 모색해왔다. 이통사 CEO들은 입버릇처럼 보조금 경쟁이 아닌 본원적 서비스, 요금경쟁을 하겠다고 말했지만 지켜지지는 않았다.
과징금 처분을 받을때도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통3사 임원들 입을 모아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물론, 지켜지지 않았다. 오히려 위반행위 수위나 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예전에는 이통사 마케팅조직이 서로 만나거나 소통을 통해 경쟁을 진정시키곤 했지만 최근에는 서로 아예 의견을 주고받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신뢰가 무너지고 실적이 중요해지면서 소모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에는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과 3위인 LG유플러스가 볼썽사나운 책임 떠넘기기 공방을 펼치기도 했다.
최종 처벌수위는 빠르면 이번 주 결정될 전망이다. 방통위가 최종 처벌수위를 확정, 미래부에 전달하면 미래부는 사업자들에 대한 의견청취 등의 절차를 거쳐 최종 처벌수위 및 시기를 확정할 예정이다.
최종 처벌이 적용되는 시점은 3월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방통위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불법보조금 조사에 대한 처벌이 보태질 수 있다. 얼음이 녹고 봄이 오지만 이통사들에게는 가장 추운 기간이 될 전망이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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