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에게 2013년은 악몽과 같은 한 해였다. 실적부진에 비리의혹으로 이석채 회장이 불명예 퇴진하면서 직원들의 사기도 바닥을 쳤다. 이 전 회장의 퇴진으로 위성매각, 아프리카 사업 등 각종 사업이 의심받는 것은 물론, 인사 및 회사 운영 시스템을 둘러싼 고해성사가 쏟아지고 있다.
KT는 삼성전자 출신인 황창규씨를 CEO에 내정, 재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황 내정자가 해결해야 할 숙제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디지털데일리>는 임원, 현장 및 사무직원, 노조 등 다양한 KT 조직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석채 전 회장 시절 드러난 문제점을 알아보고 앞으로 KT가 나아갈 방향을 진단해 본다. <편집자 주>
KT의 지난해 성적표는 기대 이하였다. 매출은 계속해서 성장했지만 이익은 감소했다.
아직 4분기 실적 발표 전이지만 KT의 영업이익이 LG유플러스를 앞설 것으로 예상하는 증권사들은 찾기 어렵다. 매출은 높지만 계속해서 감소추세를 보이는 이익 때문에 주가도 정체상태다. 여기에 KT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도 경쟁사에 비해 낮다. 외형적으로만 성장할 뿐 내실을 다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KT는 최근 광대역 LTE를 바탕으로 가입자 800만을 돌파하는 등 LTE 시장에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영업현장에서는 잘못된 영업관행을 버리지 않으면 매출과 가입자는 늘어날 수 있어도 이익은 감소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현재 KT의 한 지사장이 들려준 영업관행은 충격적이었다. 실적지상주의와 바뀐 인사관행이 KT 내부 경쟁력을 깎아 먹고 있었다.
지사장 A씨는 "전화나 일반적인 영업으로는 매출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렵다. 큰 건으로 해결하는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A씨가 말한 큰 건이란, 단순히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시켜 매출을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서버 등 구매단가가 큰 물품을 용산의 서버 판매자와 연계해 중계수수료를 받는 식으로 매출을 채우는 것이다. 서버 당 천만원 단위 이상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매출을 채우는데는 이만한 것이 없다고 한다. 이 같은 관행은 윤리경영실에 적발돼 징계를 받기도 했다.
가입자 유치 실적이 좋은 대리점의 성과를 지사 실적로 둔갑시키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A 라는 대리점에 판매 지원금을 더 많이 지원한 뒤 판매시킨 후 실적을 갖고 오는 식이다. 대리점은 실적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지사(KT)에서 좋은 판매수수료, 유지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더 실적이 짭짤하다.
지사장 A씨는 "이런 식으로 대리점 성과를 지사 실적으로 잡는다. 하지만 실적 좋은 대리점을 잡아오려고 돈이 이중삼중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영업이 이뤄지다보니 외형적으로 매출이 늘었을지는 몰라도 비용지출이 많아져 영업이익이 감소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비단 KT만 영업실적 압박을 받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KT 영업현장에서는 잘못된 인사관행과 맞물리면서 불법, 변칙이 일반화됐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현상은 연공서열식 인사제도, 호봉제를 전면 폐지하고 성과를 바탕으로 한 연봉제가 도입되면서 시작됐다. 과거 공기업식 인사제도를 개선하고 능력중심의 문화를 만들겠다는 취지였지만 상당히 왜곡되고 있다는 것이 일반 직원들의 평가다.
KT 관계자는 "근무태도가 불성실해도 서버를 잘 팔거나 대리점을 잘 물어오는 직원이 결과적으로는 고과를 받게 된다. 성실하고 충성심 높은 직원들은 일할 맛이 나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일반적인 승진이 없다보니 고과를 받아야 하는데, 특정인에게 고과가 집중되는 경우가 있다. 고과를 2~3번 받으면 지사장을 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게 된다. 자연히 고과를 받기 위해 무리할 수 밖에 없다. 반대로 고과를 받지 못한 직원들은 새로운 회장이 와도 승진할 수 있는 자격이 없다"고 토로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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